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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Jul 28. 2022

와 여름이다!머리부터발끝까지 팍~쉬슈!

내가 나를 허용해주는 여름

내가 나를 허용해주는 여름

뜨거운 여름 햇모두 용서가 되는 시기, 휴가철이다.

여름의 땀나는 날씨는 참기 힘들지만

휴가지에서의 태양은 열기만으로도 

우리의 심장을 더 뜨겁게 달궈주기에 충분하다.


비가 온 뒤 하늘은 더 맑아졌고 떠나지 않기에는 이 여름이 너무 뜨겁게 우리를 부른다.


밤 12시, 예정에도 없던 휴가를 떠나기로 결정했다.

계획성 없는 mbti-isfp 여행은 심각하게 심플하다.

그래, 내일 일어나서 출발하자!


말고는 아무것도 정해둔 것이 없었다.


급히 정해진 여행이라 조급했을 법도 한데 목적지만 정해두곤 새벽에 잠들기 전까지 빈둥빈둥거리다 잠들었다. 여행과 관련한 일체의 행위는 하지 않았다.


 나머지는 가는 길에 정하지 뭐.
짐도 아침에 일어나서 싸면 충분해.
기상 예정 시간은 없지 뭐.
눈이 떠지는 대로 일어나서 되는대로 가자!


철저한 계획파들이 보면 기함을 토하겠지. 무튼 내 방식대로의 여행은 '여행을 가겠다고 마음먹은 순간'부터가 여행이다. 모든 순간순간들이 여행이라고 생각하기에, 모든 과정에서 조금이라도 스트레스가 생기지 않도록 내가 나를 허용해준다.


시계를 체크해가며 쫓기듯 일정에 떠밀리지 않는 여유로움,
계획이 틀어졌을 때의 상황에 찡그리지 않을 수 있는 자유.
예상 못한 돌발 상황에 이게 여행의 묘미라며 오히려 박장대소할 수 있는 유쾌함.


여행은 여행다워야 한다. 휴식은 휴식다워야 한다. 마음을 충분히 내려두고 좋은 산소만을 채워올 수 있도록 평소와는 다른 모드로 나를 차분히 전환시킨다.


여행 전날,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마음 편할 수 있다는 자유. 참 맛있다.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니다. 지리 전공을 했던 나는 전공병 비스무리한 것에 걸려 여행 전 엄청난 준비를 했던 사람이었다. 날짜별로, 시간별로 일정을 만들었던 것은 물론이고, 여행 한 달 전부터 그 지역을 씹어먹기라도 할 기세로 공부를 했다. 제주도 여행 전 날에는 전공 책을 부분 부분 잘라서 일정별로 책을 다시 묶었고, 형광펜과 태그를 활용해서 중요 부분에 표시했다. 그렇게 밤을 새운 후 여행을 떠후에도 차에서 여행 공부를 했다. 차에서 내려 책에서 본 내용들을 눈으로 확인하고 내 지식의 실체를 자연으로 접하는 쾌감을 즐기며 살았더랬다.



지겨워

문제는 그렇게 산 가이드북들과 뜯겨나간 전공책들-이 어느 순간 지겨워졌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팠다. 심지어 여행이 싫어졌다. 이래서는 안 되겠다 싶어 과감하게 여행 전, 책을 손에서 놨다. 


의식적으로 아무것도 안 할 여행의 자유를 찾겠노라 선언했다.


여행 전 아무것도 머리에 담지 않을 것이며, 여행과 관련된 아무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다. 아무 지식도 마음에 쌓지 않을지어다. 그리하여 나와 내 마음에
무한한 평안과 휴식을 주리라.
(참고로 종교 없음.)


주문을 외우듯 셀프 세뇌 작업을 먼저 하는 것으로 모든 여행 과정을 맞이했다. 가볍게 살고 싶었다. 지겹지 않게, 머리 지끈지끈하지 않게 살아야만 했다. 여행까지 나를 괴롭히게 두기엔 내 삶이 너무 무거워지는 듯하여 내가 나를 내려놔줘야 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팍~쉬슈

실질적으로는 여행 준비물을 싸는 데에만 3시간이 걸릴지라도. (그것도 여행 출발하는 날 오전에-)


머~리어깨무릎발무릎발~♬ 노래를 부르며 머리부터 발끝까지(핫~이슈♪-아니고 )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체크해가며 바리바리 여행 준비를 했을지라도.


의식적으로 내가 나를 내려놔주는 시간이 여행 과정 중 어느 꼭지에서라도 꼭 필요하다. 꼭 치열한 여행일 필요는 없다. 꼭 치밀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니 모두들 휴가 기간에만이라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팍~쉬슈-♬

(이 노래 저만 아는 거 아니쥬?80년대생입니다만.)



엄마의 내사랑 지도 못잃어-병은 아이에게 대물림하는 것으로 대리만족.
라떼는 말야, 차에 지도 하나씩은 다 있었어. 지리부도가 얼마나 근사한 책인데!!
(근데말야.. 종이지도 말고 패드에서 보는 구글지도가 더 재미는 있겠지? 그래도 꼭 종이지도 냄새를 맡게 해주고 싶었어.)
꺄- 이것봐, 아무 계획 없이도 도착은 했다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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