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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ug 04. 2022

플랫슈패너와 서툰 감정 사이의 신경전

서툰 감정(일자 샌드)을 읽으며, 내 감정 씹어 먹기


책장에 꽂힌 책을 집어들었다.

나의 서툰 감정을 비웃듯 그 책은 하필, 그때, 그 카페에 덩그러니 꽂혀 있었다.


너, 그거 서툰 감정임!

이라고 비아냥대듯.


결국 책의 비아냥에 존심 굽히고, 책장을 펼쳤다.


(p.35)

2장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생각과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라.


긍정적인 사고를 믿는 사람들은 자기 자신과 현실 사이여과 장치를 갖고 있어서 경험하는 모든 것을 긍정적으로 바꾼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태도가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 살아가면서 큰 어려움에 부딪힐 수 있다.  


가능한 현실적으로 생각하도록 노력하라. 세상을 지나치게 긍정적을 보는 사람은 안경을 깨끗하게 닦고 실제 모습 그대로 보는 연습을 해야 한다. 그것이 세상이라는 바다를 순조롭게 항해할 수 있는 방법이다.


지나치게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사람도 마찬가지.(35p)



아무리 인류는 감정이 서툰 존재라지만, 그리하여 이 감정을 잘 데리고 살아야 한다지만.


살다 보면 이 감정이라는 녀석은 해도 해도 너무한 때가 있다. 이 감정 데리고 사는 건 매우 플랫슈패너-스럽다.

에스프레소 위에 생크림을 얹고, 파우더를 올린 플랫슈패너. 겉으로는 참 그럴듯해 보였다. 달달해 보였다. 내가 그날 오전, 바랬던 감정은 달달구리였거든-


아이스크림 얹어진 쌉쌀 달달한 아포가토의 맛을 기대했던 나의 기대는 오이었다. 인생은 그닥 달달하지만은 않다는 걸, 이 작은 커피 잔조차 나를 비웃으며 쌉쌀한 흥칫뿡을 날린다.


플랫슈패너는 '서툰 감정'이라고 표현된 책 제목처럼 우리의, 나의 덜 된 인생과 닮은 맛이다.


삼키면 삼킬수록 엉망진창 소용돌이. 이 맛을 좋다고도 싫다고도 못하겠다.


  빠진 생크림이 입 속을 가득 채운 후에는 쌉싸래한 에스프레소목구멍으로 넘어간다. 뒤따라 들어오는 크림 향이 겨우 쓴맛을 달래주지만 결코 달지 않다. 초코파우더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이 초코 가루도 티라미슈처럼 달달구리와 만나야 달콤하게 느껴지지, 맹크림과 만나니 카카오의 쓴 풍미만 입 속을 까끌하게 긁는다.


하필 예쁜 수저까지 까실해서 입술이 까끌까끌.

그 누구 하나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지 않는 듯한 오전이었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더니. 그 맛을 표현한 커피가 있다면 바로 이 녀석이다.


예쁘장한 나무 스푼으로 크림과 에스프레소를 이리저리 떠먹어도 전혀 단 맛이라고는 느낄 수가 없었다. 단맛을 원했다면 애초에 카라멜 마끼아또택했어야 했다. 거기에 시럽까지 추가했어야 했다. 


괜한 겉멋에 단 커피는 커피가 아니라며 내가 스스로 선택한 길이면서 투정이나 부리는 하찮음이라니.


크림과 에스프레소가 섞이지 않고, 심지어 얼음의 시원한마저 따로 노는듯한 이 부조화는 분명, 오늘 나의 기분 탓이겠지. 서툰 감정 탓을 하며, 남아 있는 엉망진창 소용돌이 커피를 단숨에 원샷해버렸다.

캬- 인생 참 쓰다. 쩝-



문장들을 겸허히 곱씹으면서 내 서툰 감정도 씹어 마신다.


아직도 그걸 그렇게 모르냐? 아리스토가 너 자신을 알라잖아.



그러자 내 서툰 감정이 욱한다.



왜 나만 알아야 하는데? 뭘 안다고 그래?



풉 그것 봐, 넌 아직도 너를 몰라.
그러니 감정이 서툴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밖에. 아직도 뭘 원하는지,
니 속 이야기는 숨긴 채
햇빛만 피하려고 양산 속에 숨어서
땀만 삐질- 입만 삐죽 대고 있잖아.
양산 속에 숨어있으면 내 서툰 감정도 감추어질까


허무하게 낭비한 시간을 생각하며 울었다. 햇볕에 얼굴이 까맣게 그을리든 신경 쓰지 않았다. 언젠가는 적절한 말로 자신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문장이 나에게 완전한 k.o패를 날려버렸다. 확인 사살당한 내 감정은 민망함을 숨기지 못한 채, 책을 보며 나오려던 뜨거운 눈물조차 흘릴 수 없었다.


미약한 인간이 서툰 감정을 구슬리며 데리고 사다는 것은 참 서툴고도 서툴다. 나의 덜 된 인생은 수시로 여기저기 깎인다. 무심코 집어 든 책의 문장에게도 곱씹히고, 평소에 즐겨 마시던 커피에게도 호되게 당하고, 비 온 뒤 맑게 개인 하늘의 햇빛에도 스스로 놀라 움츠러든다.


울까 어쩔까, 어짜쓰까- 

이 서툰 내 감정을 우째야 쓰까-


그래도 내 마음인 것을. 잘 달래 가며 데리고 가야지 어쩌겠나.  


책은 그 서마음을 위해 모모 해~라, 모모~라, 모모~하지 말라-등을 당부한다. 다 모르겠고, 서툰 내 감정을 주섬주섬 주워 담아 챙겨 일어난다. 끙끙거리며 어깨에 짊어지고 가든, 배낭 삼아 등에 이고 지고 가든, 챙겨 가야지. 속 시원히 내다버리고 내팽개치고도 싶지만 어쩌겠어. 내가 챙겨야지. 내 마음, 내 감정- 니, 내 잘 따라오기나 해라. 쪼끄만 게 되게 성가시게 하지만. 니는 내가 챙겨주련다.


내 마음아, 그만 아프고 잘 따라오기나 해라! 

덜 된 내 삶에 대한 속죄라고 치고 퉁치자! 흥칫뿡!




[한줄 요약]이라 쓰고,

(글에 모두 쓰지 못진짜 속마음)이라 읽는다.


서툰 내 감정 데리고 살기, 남의 서툰 감정까지 데리고 살기, 참 드릅게 힘드네! 흥칫뿡!

(서툰 이의, 여전히 서툰- 얼렁뚱땅 마인드 컨트롤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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