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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pr 23. 2022

서점 냄새가 좋아서

서점에 가는 사람도 있다.

서점 냄새-


난 그 냄새가 참 좋아.


종이에서 나오는 냄새지, 분위기에서 나오는 냄새지,

낮게 깔린 클래식 음악에서 나오는 냄새지. 모르겠지만

아무튼 서점에 들어서자마자 느껴지는 냄새가

날 휘감으며, 책의 세상으로 빨려가게 해주는 그 냄새를

참 좋아해.


머리 복잡한 일이 잔뜩 쌓인 날, 서점에 가면

아무 생각 없이 책들을 구경할 수 있고,

잠시 복잡한 생각들을 내려놓을 수도 있게 하는 건. 서점이 가진 냄새. 그 향 때문인 것 같아.


나 같은 사람. 있지?

서점이 가진 마력의 향이 좋은 사람.

그 향에 취하고 싶어서 서점에 가는 사람 말이야.


책을 읽으러, 책을 사러 간다기보다는

서점이 가진 그 분위기에 취하고 싶어서 서점에 가는 사람. 나 말고 또 있더라고.

왜 그렇게 생각했냐고?

그거 알아?

교보문고 향수를 판대.


작년에, 어느 반에 들어갔더니 너무 좋은 향이 나는 거야.

향수는 아닌 것 같은데 사람을 차분하게 하면서도

정신이 번뜩 들게 고도의 기분 좋은 집중력을 막 뿜어내게 하고 싶은 그런 향이 교실에서 나더라고.


그래서 아이들에게 물어봤지.


얘들아, 이 냄새, 이 향 뭐야?? 어디서 좋은 냄새나지 않아?

라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그러더군.


-선생님, 그거, 교보문고 디퓨저예요.


헐, 대박. 와- 그걸 판다고?? 교보문고 냄새를 팔아?
나의 교보문고 향을 정말 판다고??? 그게 말이 돼???




검색을 해보니 정말 팔더라고.


작년에 교보문고 향수의 존재를 처음 알고, 얼마나 충격에 빠졌는지.

왜일지 모를 배신감 2%(여기가 서점인 줄- 속았다-)

반가움 30%(교보문고 향을 가까이서 맡을 수 있다니).

아쉬움 28%(서점 향은 직접 가서 맡아야 제 맛인데 약간은 흔해졌다..)

놀라움 40%(세상엔 별거 별거 다 파는구나.)


그 반에 가면 아직도 그 디퓨져가 있어서

난 혼자만의 행복감을 느끼면서 행복하게 수업을 하고 나와.


좋은 음악을 듣는 것 못지않게 좋은 향이 주는 행복감은 아주 큰 것 같아.

그런데 그 공간이 서점이라면.

말 다 했지 뭐.


서점은 그런 곳 같아.

책을 사기 위해서만 가는 것이 아니라, 좋은 문장을 얻으러 가는 것만이 아니라

그냥 좋은 곳.

머릿속에 엉킨 실타래를 안 풀어내도 되는 곳, 날 아무것도 하지 않게 해 주는 곳.

들숨 날숨을 내쉬는 행위 만으로도 위안을 주는 곳.


그래서 난 서점을 좋아해.


너는 어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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