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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pr 23. 2022

예쁜 책 표지가 좋아서

서점에 가는 사람, 또 있겠지?

나는 말야.


사실 책 읽기 보다 책 표지 구경하기를 더 좋아해.

한때는 나의 이런 취향이 조금은 부끄러웠어.

책표지 구경을 좋아한다고 말하면 무게감 없는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았거든.

그래서 나도 서점에 가면 책 읽는 사람들 옆에서 진중하게 책을 진득하게- 골라보려고도했고

일부러 어려워보이는 책을 골라서 사온 적들도 있어. 


생각해보면 내가 서점 구경을 하러 다닌지는, 20년 가까이 되어가는 것 같아.

대학생 때부터 틈만나면 광화문 교보문고에 가는 것을 제일 좋아했어.

교보에 갔다가 원하는 책이 없거나 책을 더 구경하고 싶은 날에는 조금 더 걸어서 영풍문고로 넘어갔고, 

성에 안차면 종로에 있던 반디앤루니스까지. 서점을 도장깨기하듯 구경다녔어.


지금에와서 생각해보면 공강 시간, 학교 끝난 후 집에 오기 전, 서점 순회를 다녔던 

그 시절들이 나에게는 행복이었더라.


나는 왜그리 서점을 좋아했을까?

나의 서점 이야기들을 하나씩 이곳에 옮겨볼까해.

오랜 친구에게 썰을 풀듯- 그래서 말은 놓을게. 이해해줄 수 있지? 


확실한건. 나는 무거운 이유로 서점을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야.

아주 사소한 이유들이라서 실망할 수도 있겠지만, 이 지구상에 나와 비슷한 사람이 한 두명은 있지 않을까해서 나의 이야기를 세상 밖에 꺼내놓을까 해. 


나는 단순하게 서점에 가서 신상(책)을 구경하는 것이 좋았고, 

요즘의 트렌드를 훑어보는 시간이 만족스러웠어.

서점 한 쪽에서 허기진 배를 살살 달래는 간식 타임도 행복했어.


무엇보다도 나는 예쁜 표지를 구경하는 것이 참 좋더라.

지금도 그래.


예쁜 신상 옷을 보면 기분이 좋아지듯 예쁜 표지를 입은 책들을 볼 때마다 너무 감탄스럽고 기분이 좋아.

그래서 한번씩 책을 쓰다듬어보기도하면서 혼잣말을 하기도해.


표지 참, 잘 빠졌다. 



표지 분야의 트렌드가 있긴하겠지만 정확하게는 모를 이유로 

몇 년 째 책 표지들이 죄~ 다 부농부농~ 보라보라~ 이쁘장한 파스텔톤-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에 

난 너무 만족하고 있어. 

내가 좋아하는 핑크톤, 보라톤, 하늘색들로- 금장의 글씨까지 박혀있는 책들은 

내 마음을 빼앗기 매우 충분하거든.


예쁜 책 표지에 마음을 1차 홀린 후, 

펼쳐든 책 속의 내용에 빠지는건 2차 홀릭. 

그리고 책장을 덮고도 예쁜 표지가 내 책상 한 귀퉁이에 살포시 놓여있는 것을 보는 모든 순간들마다 

너무너무 행복한거. 나만 그런거 아니지>?


예쁜 꽃 한송이가 책상에 놓여있는 것 처럼, 

나지도 않는 책 냄새를 씁- 하고 허공의 공기를 마셔보기도하고, 멍하니 생각에 잠기기도하고.

다시 책을 꺼내보는 모든 시간들.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책 표지가 가진 힘인 것 같아.

그래서 난 책 표지를 좋아해.

예쁜 책 표지를 구경하러 서점에 가고, 책을 사고, 가방에 책을 넣고다니고.

읽지도 않으면서 책꽂이에 꽂아두는 허세를 부리기도하고. 


나만 그래? 아니지?
책러버들- 본인들도 그렇다고, 어서어서 손을 들어줘봐. 

힛- 반가워. 나만 그런게 아니라서 다행이야.

(서점에서 나랑 비슷한 사람들 가끔 보면 반가운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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