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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자 Apr 24. 2022

베스트셀러 코너는 제일 먼저 보지 않는다. 나와 같다면

당신은 서점의 베셀 코너에 몇 번째로 들리시나요? 갑자기 궁금-

오랜만에 서점에 들렀어.

약속 때문에 지하철을 타려다가 나에게 포착된 영풍문고-


지하철과 바로 연결된 영풍문고는 참을 수 없지.


지하철에 내려서도 한참을 걸어 걸어 들어가는 곳에 서점이 있었다면

어제는 서점에 못 갔을지도 몰라.

약속이 끝나자마자 바로 집으로 가야 했거든.

집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을 아이들이 있으니까.


그런데 어제는 밥을 먹고 내려온 건물 지하의 영풍문고를 통과해야만, 지하철을 타러 갈 수 있는 구조였던 거야. 오예. 나이스. 이렇게 고마울 수가. 서점을 지나칠 순 없지.


물론 두세 시간 이상을 머물면서 천천히 음미하고, 책을 탐닉할 시간이 주어졌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어제는 주어진 시간- 약 30분. 정도 안에 그 서점을 둘러봐야 했어. 그럼에도 이게 어디야.



나는 대개 계획하고 서점을 돌지는 않아.

그냥 마음이 이끌리는 대로, 한 군데씩 천천히- 

단, 한 군데도 빠짐없이 나름 체계적으로 한 바퀴를 돌아. 


일단 입구에 들어서면, 문구 코너는 눈길만 한 번 주고, 우선 지나쳐.

왜냐하면 문구 코너는 한 바퀴 쭉- 돌고 진심을 다해. 천천히- 봐야 하는 나의 가장 애정 하는 장소거든.

그래서 문구 코너는 제일 마지막이야.

나는 맛있는 것을 제일 마지막에 먹는 스타일이거든.


제일 먼저 보는 책 코너는, 화제의 신간- 코너야.

서점들마다 서가 배열 스타일은 조금씩 다르지만. 카운터와 가까운 곳 또는 입구와 가까운 곳에

가장 핫한 북들이 자리 잡고 있을 가능성이 매우 높더라.

입구와 가깝기 때문에라도 먼저 보게 되는 것도 같아.


음. 이 책이 새로 나왔구나. 이 작가님의 새 책이 새로 나왔네.
이번 수상작이 이런 책이었구나. 와- 이런 기발한 책이라니. 우리 집으로 데려갈까 말까. 


베스트셀러는 제일 먼저 보지 않는 나. 나와 같다면-

봐야 할 책 코너가 10개라고 한다면 베스트셀러 코너는 7,8번째쯤으로 늦게 보는 습관이 있어. 

어쩌다 베셀 코너 옆을 지나치게 된다 해도, 일부러 눈길을 주지 않고 지나갔다가 

한 바퀴를 어느 정도 돌고 난 후에 둘러보곤 해. 좀 이상하지? 


어떤 이들은 가장 먼저 찾을 수도 있을 베셀일 텐데. 

 

그게 말이야. 오롯이- 나의 시선으로만 책과의 첫 만남을 하고 싶은 혼자만의 개똥철학이 있어서 그래.

베셀 코너에 위풍당당하게 서 있는 책들을 먼저 봐버리면. 그 책들에게는 이미 -1등-이라는 프레임을

나 스스로 얹어줘버릴까 봐. 


사실 베셀 책이 아니더라도. 누워있는 책 들 중에서도, 책 등만 보이며 책꽂이 구석에 꽂혀 있는 책들 중에서도

분명히 보석은 있거든. 그런 책들이 내 마음속 1등. 

그 책들을 먼저 내가 알아봐 주고, 책꽂이에서 뽑아내 주고, 먼저 표지를 쓰다듬어주고 싶어서. 

한 문장, 한 문장 주옥같은 글들을 서점 구석 어디에선가 꺼내 주고, 

내가 먼저 알아봐 주고 싶다는 괜한 개똥철학.


그래서 난 베셀 코너는 거의 마지막쯤에 들러.


그러다가 베스트셀러 코너에서 내가 눈여겨본 책을 도 마주치기라도 한다면,

엄청 뿌듯하고 반가운 기분, 너도 알까? 

베스트셀러일 줄 알아봤다는 내 안목에 대한 뿌듯함이랄까.


오! 너구나! 역시 내 눈은 틀리지 않았어! 내가 좋은 책을 잘 알아보긴 하지.



베스트셀러는 우러러보는 넘. 사. 벽-

베스트셀러 코너에. 한가운데에, 아니 구석 한 곳에라도 

내 이름이 책이 그곳에 배열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  


몰러!!! 


난 한 번도 안당해봤그 등!!!

베스트셀러 반열에 올라보는 일은 한 번도 못, 안 당해봐서 그 기분을 나는 몰러!!!


궁금은-하다.

(당연한 말- 을 이렇게 해보았다!!! 워후~! )


20여 년 전쯤엔, 사실 베스트셀러 작가가 부럽지 않았어. 

왜냐하면 그곳은 부러워할 수 조차 없는, 넘사벽의 유명한 작가님들의 책들만 주로 올라갈 수 있는 

왕좌-같은 느낌이었거든. 

그런데 요즘은 조금은 다르다? 사실은 조금은 베스트셀러 작가님들이 감, 히. 부럽기도 해. 


부럽다는 감정은 말이야...

내가 현재는 그 자격이 안되지만, 사실은 나도 그것을, 그 자리를(등등) 가지고 싶어서 드는 생각이라고 봐.

넘볼 수조차 없는 '그 무엇'에 대해 우리는 대개 '부럽다'라고 표현은 잘 안 하거든.

살짝은 넘볼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그것을 꿈꾸면서, 열망하면서 

'부럽다'라는 말로 '나도 해보고 싶다. 가지고 싶다.'라는 마음을 대변하는 것이라 생각해. 


그러니 내가 베스트셀러 작가님들이 부럽다는 건 말이야.

사실은 그 속내에... 

조금은 '나도 해보고 싶다.'라는 1프로의 감정도 함께 있다는 걸 의미하지.


요즘은 워낙 쓰는 일을 하는 분들이 많고, 쓸 수 있는 경로도 많이 오픈되어있다 보니

꼭 유명 작가가 아니더라도 베셀 목록에 다양한 분들이 쓴 다양한 주제의 책들이 많이 등장하더라고.


그럼에도 베셀-은 아직도 많이 어려운 왕좌-이긴 하지만 아예 진입장벽이 막혀있는 것은 아닌 것 같아. 

그러니 아주 옛날처럼

아예. 못 넘볼 넘사벽. 은 아니고

살짝은) 우러러보고 싶고. 한 번쯤. 올라가 보고 싶은 넘사벽-정도로 그 느낌이 변한 것 같아. 


그래 솔직히 뭐, 우리 솔직해져 보자고.

여기 있는 사람들(브런치- 혹은 읽는 것을 좋아하거나, 쓰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들 모두-) 치고, 

한 번쯤 그 베스트셀러 자리를 우러러보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 없을걸. 아마 모두 한 번쯤은 자신의 책이, 베스트셀러 코너의 벽에 올라가지는

느낌을 당해보고 싶을걸? 


베셀이란-

다소 허무맹랑한 목표일지라도, 책을 짓는 이들에게는 꿈을 꾸게 하는 왕좌.

책을 읽는 이들에게는 지식 융합체의 끝판왕들을 모아서 제공해주는 역할을 하는 코너. 


참 매력적이지. 


그래서 안 보고 지나칠 수는 없는 코너.

찾아보는 순서는 어찌 되었건, 누구든 꼭 한 번은 보는 코너.

이곳을 봐야지만 서점을 다 봤다- 싶게 하는 코너. 

그게 바로 베셀의 매력인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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