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찾는 사람이다. 무언가를 잃어버린 것도 아니면서 자꾸 무언가를 찾는다.
내가 찾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은 아니다. 가끔 떠오르는 상념들을 일기처럼 적어놓는데 문득 '찾다'라는 동사가 떠올라 글을 써 내려갔다. 내용은 무언가를 찾는 A와 그를 돕는 B. 아무리 찾아도 원하는 물건을 찾을 수 없던 A는 전화로 B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B는 잘 찾아보라며 차근히 물건의 위치를 알려준다. 하지만 A는 결국 원하는 물건을 찾지 못하고 B가 오기를 기다린다.
떠오르는 대로 글을 쓰고 나서야 생각했다. A는 왜 원하는 것을 찾지 못했던 걸까?
'누군가 나를 찾을 때 우리는 비로소 의미 있는 존재가 되곤 한다. 무언가를 찾을 능력을 갖추지 못한 주인공은 타인에게 손쉽게 찾아짐으로 인해 그 의미를 갖는다.' 이 글의 기획 의도는 이렇다. 괜히 뭔가 심오해 보일 수도 있지만 사실은 원하는 물건을 잘 찾지 못하는 어린 시절의 내가 투영되어 있다. "찬장 두 번째 서랍이라니까~!" 아무리 알려줘도 내 눈엔 도무지 보이질 않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때로는 가위였고 때로는 물파스였다. "여기 있잖아"라고 결국 손에 집어 줘야 '이게 왜 안 보였지' 한다.
이렇듯 무언가를 찾는 것에 서툴던 내가 늘 무언가를 찾아야만 하는 사람이 될 줄은 몰랐다. 이제 와 새삼스레 바라보니 작가는 결국 찾는 사람이었다.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우리가 바라보지 못하는 우리 모두의 모습을 찾고, 이야깃거리를 찾고, 사람을 찾고, 자료를 찾고, 놓쳐선 안 되는 소외된 것들, 가치 있는 것들을 찾는다.
그런데 그래서… 나는 그동안 무엇을 찾아낼 수 있었을까? 내가 찾으려고 한 건 뭘까?
돌이켜 보면 나는 늘 비주류에 끌렸다. 주류를 향한 치기 어린 반발심일 수도 있고 나만 가지고 싶은 어설픈 소유욕일지도 모르겠다. 자의든 타의든 세상에 온전히 드러나지 않은 채 감추어진 것들. 나만 알고 싶을 정도로 소중하고 다양한 보물들. 시간이 지나 잊혀 버린 흑백 영화와 알 수 없는 이름의 록 밴드. 그리고 소외된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는 게 좋았다. 세상을 향해 '이런 것들도 있어!'라고 내가 지지하는 것들을 드러내며 어떤 존재라도 되는 듯한 기분을 느끼는 게 좋았다.
(이야기하다 보니 문득, 찾는 사람을 발견하는 사람으로 대체해도 무방할 것 같다. 그런데 '발견하다'는 동사는 왠지 밝은 느낌인데 '찾다'라는 동사는 왠지 회색빛 느낌이다. 그래, 아무래도 나는 아직 찾는 사람이다. 내가 아직 가고 싶은 목적지를 향해 헤매고 있는 중이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정말로 눈 한 번 깜빡였을 뿐인데 찾는 사람이 된 지 10년이 되었다. 하지만 정말로 숫자만 자꾸 올라갔지 나는 아직도 너무나 서툰, 헤매는 사람이다. 도대체 얼마나 찾아야 '잘' 찾는 사람이 되는 걸까? 내가 타고난 찾는 사람이 아니어서 그런 걸까?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나는 언제나 내가 찾고 싶은 것들 속에 머물렀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찾는 사람이 되어갔다. 그 과정속에서 우리는 같은 곳을 바라보는 서로를 찾고 또 발견한다. 찾는 사람이 되고서야 진심으로 내가 찾고 싶던 것을 찾게 되기까지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하지만 서두르거나 재촉하지는 않으려고 한다. 대신에 느리더라도 찾고 또 찾아보겠다고 마음먹는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을 찾아 그 자리에 멈추어 설 그 순간을 기대하고 또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