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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모 Feb 20. 2022

[음악 에세이] 멋진 언니, 림킴

멋있으면 언니라고 부르고 싶어져..

나를 둘러싼 틀을 깨트리고 싶을 때, '림킴'의 음악을 추천합니다.

LIM KIM - YELLOW (Official Video) - YouTube

김예림 Lim Kim - FALLING Prod. by DPR CREAM (Official Music Video) - YouTube




2019년 어느 날, 한 장의 앨범이 발매되었다. 림킴. 낯선 그 이름을 그냥 지나칠 수 없었던 건, 사이버틱한 앨범 커버에 담긴 익숙한 얼굴 때문이었다. 

김예림(림킴)을 알게 된 건 한 오디션 프로그램이었다. 청순하다고 표현해야 할까? 여린 목소리 속에 녹아 있는 어둡지도 밝지도 않은 그 감성을 좋아했다. 오래 돼서 기억이 확실하진 않지만, 심사위원들이 투개월의 음악적 색깔을 지적하며 앞으로 다양한 음악을 소화해야할텐데 강하고 센 느낌의 노래를 할 수 있겠냐는 우려를 표하자 보란듯이 포커페이스를 부르며 이미지 변신을 선보였던. 그 무대를 보며 생각보다 강한 내면을 가지고 있구나 생각했다.

이후 솔로로 데뷔한 김예림의 노래를 전부 다 알지는 못하지만, 내가 아는 곡 중에 그와 가장 잘 어울린다고 생각했던 것은 '레인'이었다. 목소리와 곡 분위기가 잘 맞아떨어져 마치 김예림의 목소리를 위해 작곡하지 않았을까 상상했다. 본연의 색깔을 편안하게 담아낸 느낌이랄까? 아, 기억에 남는 곡이 한 곡 더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를 들었을 때 그 먹먹하고 우울한 정서가 익숙해서 잘 찾아보지 않는 작곡가를 검색했고 메이트의 정준일이 작곡했음을 확인했다. '역시 그랬군'을 작게 내뱉으며, 그 노래의 엔딩 가사가 일으키는 작은 반전을 좋아했다.

그렇게 머릿속에서 그의 기억이 잠잠해지던 2019년... 무려 [SAL-KI]라는 타이틀의 앨범을 마주하게 되었고, 앨범 커버를 보고 뭔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음악을 듣고서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에는 오래 듣지 못하고 껐던 것 같다. 너무나도 낯선 장르와 '뭐야, 내가 아는 그 사람 맞아?'를 불러일으키는. 두 눈과 귀를 의심하며 앨범 커버와 소개글을 클릭하며 재확인했었던. 

내 취향은 확연히 아니었기에 앞으로 자주 듣지는 않겠다 싶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흘러 몇 번이고 그 앨범이 떠오르곤 했다. '그때 그 음악은 뭐였지? 그에게는 대체 어떤 일이 일었던 거지?' (물론, 이 앨범은 그해 한국대중음악상에서 다수 후보에 오르고, 또 몇 부문에서는 상을 거머쥐며 인정을 받았기에 지금은 이러한 림킴의 모습이 대중에게 조금은 익숙해진 상태다. 하지만 그렇게 되기까지의 과정을 겪어내는 사람이 흔치 않다는 점에서 나는 림킴과 그에게서 받은 충격을 꽤 오래 간직하고 있는 것이다.)

'YELLOW'가 지니는 인종차별과 정면 승부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민족요'의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아우라. 처음부터 끝까지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나타난 림킴을, 아니 본연의 모습에 단번에 가까워져버린 그를 보면서 이상하게 나는 마음 한켠이 아프기도 했다. 나를 둘러싼 틀을 깨고 성장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버거운 것임을 알기에 그 시간의 에너지와 마음이 간접적으로 와닿아서 그랬던 것 같다. 그리고 스스로 '토했다'라는 표현만큼이나 어떤 감정을 쏟아낸 그의 표정이 조금은 편안해졌지만 어딘가 모르게 슬퍼보이는 까닭에, 또 그가 바라본 세상과 너무나도 말하고 싶었던 메시지가 와닿았기에... 

모든 창작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지만, 내가 아는 대부분의 싱어송라이터, 그러니까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로 푸는 사람들의 시작은 어떤 의미로 강렬하고 아프다. 그들은 알에서 깨어나오는 것처럼 세상을 향해 오랜 시간 응축해왔던 가장 자신다운 이야기, 어쩌면 처음이자 마지막일 수도 있는 이야기를 쏟아낸다. 그 시작은 사람들에게 주목을 받기도 하지만 힘없이 사라지기는 경우가 많기에 가장 많은 에너지를 1집에 쏟아내는 경우를 많이 본 것이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러한 첫 음악이 평단의 인정을 받게 되면, 그 이후로는 한결 편안해진 모습으로 좀 더 본연에 가까운, 그러니까 세상으로부터 위협 받기 전의 모습으로 노래를 부르게 되는데. 누군가는 변했다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나는 그것이 자연스러운 과정이라 생각하고 흥미롭게 지켜보곤 했다. (물론 일부의 이야기이고 [SAL-KI]가 그의 첫 앨범은 아니지만.) 

무튼 그런 의미에서 비교적 최근에 발매된 림킴의 'FALLING'은, 자신의 모습(어쩌면 좀 더 편안하게 가까워진)이 담겨 있지 않았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노래를 정말 본성에 의해서 부르는 사람들을 보면서 한 마리의 '새' 같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데, FALLING을 들으면서 같은 이미지를 느꼈고, 그가 무의식 중(?)에 자주 사용하는 단어인 BUTTERFLY를 발견해 혼자 기뻐하기도 했다. 마치 흥얼거리듯 입가에서 새어나오는 그 단어가 이 노래가 정말 편안한 상태에서 만들어졌다는 반증 같아서였다. 그래서 나는 그가 만든 몽환적인 세계를 듣고 또 들으며 꽤 오랜 시간 간직할 것 같다.

나는 이렇듯 한번에 성큼, 그리고 어느덧 편안하게 자신만의 세계를 확장해 가는 림킴이 대단하고 부럽고 앞으로의 음악적 행보를 응원하고 싶다. 그리고 꼭 음악이 아니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둘러싸는 틀을 벗어나 자유로워지고, 진정한 자신의 모습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란다. 그 시간은 분명 아프겠지만 그 이후에 우리는 어느때보다도 가장 빛날 수 있을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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