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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직업으로써 작곡가 Jul 09. 2023

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

직업으로서의 작곡가 feat. 무라카미 하루키


나는 음악을 만드는 사람


3년 전, 집 앞 가까운 곳으로 작업실을 구했다.

엔터테인먼트 작업실에서 나오게 되면서, 집과 가장 가까운 곳으로 작업실 자리를 잡았다.

3년이 지났으니, 같은 길을 매일 지나간다.

이 같은 길을 걸을 때, 어떤 날은 나 스스로에게 자긍심을 갖다가도

어떤 날은 현타를 안고 작업실에 들어선다. 


"언제까지 이렇게 계속 음악을 할 수 있을까.."

"그래. 뭐 이게 나만의 일이겠나." 

"작업이나 하자." 


어지럽게 어질러있는 작업실 정리를 좀 하고 어제 하던 프로젝트를 켜본다.

하던 작업을 아침에 다시 들으면 새롭게 들리는 부분들이 많아서 수정하기에 용이하다.

그래서 밤에는 트랙을 어지러이 펼쳐놓고 창작의 아이디어를 늘어놓는다면, 

낮에는 정신적으로 좀 맑은 상태(?)라 트랙들을 깨끗하게 정리하는 편이다.

대중들이 들을 수 있는 창작물을 만든다는 것은 그런 것 같다.

다양한 가능성을 막 펼쳐놓다가도 깔끔하게 정리하는 것. 그 두 가지를 반복하며 잘하면 된다.

아직 매일매일 재밌고 새롭고, 하고 싶은 작업이 많다. 

왜냐면 매일 새로운 걸 시도할 수 있으니까. 

나는 내가 음악을 만드는 사람이어서 좋다. 




직업으로서 작곡가


처음엔 전자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로 성장하고 싶었다.

하지만 아티스트가 된다는 것은 그리 호락호락한 일이 아니다.

앨범을 하나씩 내고 내 크레딧을 만들어갈 때, 결국은 이런 마음에 마주하게 된다.

"아.. 정말 열심히 만들었는데..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들어주었으면.."


솔직히. 

"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우니까 내 음악은 나만 들으면 돼" 이런 창작자가 있을까?

책을 쓰거나 브런치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

"나 스스로에게 만족스러우니까 내 글은 나만 읽어도 돼"라고 생각하며 책을 출판하는 작가가 있을까?

적어도 누군가는 내 글을 보고, 내 음악을 듣고 좋아해 주었으면 하는 소망으로 

매일매일 책상 앞에 앉아있다.


내가 만든 음악을 조금 더 많은 이들이 들어주었으면 좋겠다.



어린 시절에는 부모님이나 내 주변사람들에게 내 음악을 인정받았으면 했다.

"나 이런 음악을 만들고 있어요"라고 보여주고 싶었고, 앨범을 냈다.

앨범을 내다보니 돈이 좀 필요했다. 

아니 애초에 돈은 계속해서 필요하다. 그리고 누군가의 인정도 절실히 필요했다. 


나의 존재의 인정과 내 음악에 대한 인정을 받고 싶어 하던 나는 20대 후반이 되었고, 나는 매달 어느 정도의 수입이 필요했다. 수입이 없으면 좋은 음악을 만들기 매우 어렵다고 생각한다.(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젠가 이야기를 나눠볼 것 같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선배의 소개를 받고, 인하우스 작곡가로 들어갈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었다.

모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인하우스 작곡가로 들어가게 되었고, 

그곳에 있던 3년간 아티스트로서의 정체성보다 대중음악작곡가로서의 정체성이 조금 더 공고해졌다.

나는 K-POP아티스트의 댄스음악들을 만들기 시작했고, 결과물은 그 무엇보다 확실했다. 그전보다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음악을 들어줬고, 더 많은 피드백들을 들을 수 있었다. 


조금 더 많은 사람들이 내가 만든 것에 반응을 준다는 것

그 점이 매우 중요했었던 것 같다.

나는 조금 더 인정받는 듯했고, 조금 더 돈을 벌 수 있었다.




그러나 헛헛함


나는 대중음악 작곡가로 지낸 초반 몇 년간

곡을 픽스시키고, 픽스가 된 곡을 잘 만들어내고 싶은 생각밖에 없었다.

가수의 앨범을 만드는데, 촉박한 시간들과 좋은 결과물을 얻어야 했다. 

세션녹음, 가수녹음, 믹스, 마스터링, 수정편곡등의 스케줄을 마치는데 5-6일 정도 시간을 주는데 그 과정들을 해치우고 나면, 다음날은 좀 허탈하다.

"이제 다음엔 또 뭘 해야 하지?"

이 헛헛함을 채워보려고 또다시 새로운 데모를 열심히 만든다.

감사한 마음을 되짚어 보며, 쉬어가는 시간은 없었다.

결과만 중요하게 생각했던 시간들...

브런치를 시작하게 된 이유다.


달려가는 저 끝에 있는 무언가가 내가 원하는 그것이 맞나


음악은 결과물로 승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 결과물 자체에 대해서만 온 마음을 다했다.

결과에만 신경 쓰느라 바빠, 그 과정에 대해 지금껏 그다지 내 마음속에 남기지 못했다.

남기지 못해서 그게 아쉬웠다.


나는 그때 무엇을 느꼈고 나는 어땠는지 기록을 남기지 못했다.




남는 것은 글 밖에 없다


외할머니는 지금도 일기를 쓰신다. 

남는 것은  밖에 없다고, 간단하게라도 늘 남겨야 한다고 할머니는 늘 말씀하셨다.

그때의 그 기억을 바로 글로 남기자.

얼마나 음악을 만드는 그 과정이 감사한지.

함께 작업하는 가수들, 세션들과 엔지니어분들과 얼마나 즐거운지.

한편으로는 무엇이 아쉬웠는지, 무엇이 나를 속상하게 하기도 했는지.

그러한 것들을 글로 남기고, 사진으로 남겨보려 한다

앞으로 작업하고 녹음하고 대중음악이 출시되는 매번의 과정들을 적어보려 한다.

그리고 직업으로서의 작곡가에 대하여 이야기를 해보면 어떨까? 

하루키의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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