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진심, 너의 진심

영화 '밀양'이 나에게 준 깨달음

오늘은 문득,
내 마음이 진심이라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얼마나 많은 진심을 요구하며 살아왔는지를 깨닫는 하루였다.


배우로서 어떤 감독의 영화에 출연하고 싶냐는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주저 없이 이창동 감독을 꼽을 것이다.

오늘, 그의 영화 밀양을 오랜만에 다시 보았다.
수없이 회자된 작품이지만, 이번엔 이상하리만치 조용하게, 깊숙이 내 마음을 흔들었다.


아이를 유괴당한 사실을 처음 접한 신애는,
그나마 인간적인 온기를 지닌 종찬을 제일 먼저 무작정 찾아간다.
하지만 카센터의 유리문을 사이에 두고 신명나게 노래 부르는 종찬을 보며,
신애는 말없이 멈춰 선 채, 선명하게 깨닫는다.

세상엔 함께 나눌 수 있는 짐이 있는가 하면,
결국 혼자 져야만 하는 짐도 있다는 사실을.

그녀는 아프게 물러선다.


차들이 오가는 길 한복판에서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서글프게 운다.
그녀의 출렁이는 등짝을 바라보며,
나는 마치 누군가에게 뺨을 맞은 듯 멍해졌다.


나는 얼마나 자주
남의 일엔 무심히 선을 그으면서도,
내 일만큼은 누군가가 따뜻하게 다가와주길 바라왔던 걸까.


진심이면 통할 거라고,
마음을 주면 당연히 받아줄 거라고 믿어왔던
그 당위성 속에, 나는 얼마나 오래 갇혀 있었을까.


그동안 느껴온 많은 서운함과 상처는,
어쩌면 내 짐을 혼자 지기 싫어,
누군가 대신 들어주길 바랐던 안일한 기대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자존감이 낮다’는 건, 어쩌면
자신의 몫을 스스로 감당하지 못한 채,
누군가가 나를 끌어주기를 바라는 마음의 밑바닥일지도 모른다.


밀양은 어떤 설교보다도 조용한 확신으로 속삭였다.
삶은 결국, 스스로 짊어지는 것이라는 진실.
누구도 내 짐을 대신 져주지 않는다는,
당연하지만 애써 외면해왔던 진실.


그러면서도 동시에,
묵묵히 곁을 지켜주는 누군가로 인해
삶은 다시 걸을 수 있는 힘을 얻는다는 사실을,
종찬의 모습을 통해 새삼 느꼈다.


결국 혼자지만,
우리는 분명 누군가의 마음의 햇살속에 살아간다.


아이러니하지만 그 두 가지 사실이 공존하는 세상.
이제는 그 모순조차 끌어안으며 살아가야 한다는 걸,
쉰두 해를 살아낸 나는 조금은 덤덤하게 받아들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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