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남박씨 박지원의

유머가 그리울땐, 열하일기

말갈퀴처럼 흐물흐물 뾰족뾰족한

표식들이 여기저기 꽂혀서는 심하게 나부끼던 수원성이 생각난다.


시대의 흐름과 끝내 조우하지 못하고 비참하게 죽어간 아버지.

그 억울한 죽음을 자식으로서 감싸고 싶었던

표시가 바로 수원성이었단걸 그때는 몰랐다.


11세의 나이에

할아버지의 명령으로 모두가 보는 앞에서

제대로된 변론한번 해보지 못하고

불효와 광증이라는 죄목으로 뒤주에서 죽어가는 아버지를

보는 정조의 심정을 어땠을까?


왕이라는 허울이, 그 죽음앞에서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그런 왕과 신하와 세자의 죽음이 있었던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이었을까?


정조 4년 43세의 나이에 중국 사신에 묻어 떠난 연암 박지원이

여행기는 그런 시대적 아픔이 있었기에 더 빛이 난다는 생각이 든다.


열하일기, 웃음과 역설의 유쾌한 시공간.

낭독 열하일기를 읽으며 '유머'의 힘을 다시한번 느꼈다.


열하일기의 가장 큰 매력은 무엇보다도 유머이다.


정말 인생이 거지같고 우울할때,

뭐하나 되는일 없이 막막하기만 할때

연암의 허를 찌르는 유머가 큰 도움이 될것 같다.


이 찬바람 스산한 현실을

유머로 통과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힘든 시간을 견뎌내는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이 세상을 통과하는 요령을 배울 수 있을 것 같다.



작가의 이전글아름답고 즐겁고 좋은 일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