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나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툭 튀어나온 책 두권이 갑자기 눈에 띄었다.
하나는 독이 되는 부모, 다른 한권은 김훈의 신작
며칠전 스무권에 가까운 책들을 쑤셔넣듯이
미는 장바구니에 가득 담아서
집에 가져온 길이다.
그 대대적인 소탕작전에서 살아남은 두권을 보고 있자니,
대인국에서 용케 살아남은 걸리버가 떠오른다.
독이 되는 부모는 내가 떨리는 마음으로 샀던 책이고,
김훈의 신작은 엄마가 사서 돌려보는 중이란다.
일단 내가 산 책은 필기가 너무 돼 있어서 되팔진 못하겠어서
쓰레기통으로 넣어버린다.
퇴근길에 급하게 바코드를 입력해보니
5100원 받을 수 있다고 뜬다.
중고가가 이정도면 꽤 괜찮은걸? 이라는 생각이 든다.
저녁에 나와보니 우산을 쓰기 민망할 정도의 비가 내린다.
혹시 알라딘에 팔 책이 젖을까 품에 꼬옥 안고
서점으로 들어갔다.
살짝 접혀있어서 4600원인데
판매하시겠어요? 네
적립금에 넣어드릴까요? 아뇨
그럼 600원은 동전 가져가시기 뭐하니까 적립금 넣고 드릴까요? 아뇨
오래간만에 4600 현금을 받아 주머니 안쪽에 흘릴까 우겨 넣는다.
내 책이 아니니 이건 고스란히 엄마 드려야지.
엄마가 공돈 생겼다고 좋아하겠지?
잘했어 치타.. 넌 참 괜찮은 치타야.
혼자 으쓱하며 오른쪽 바지 주머니에 깊이 넣은 4600원을 두드려본다.
집에 돌아와 저녁을 먹고 청소를 하고
티비를 보다 문득 주머니 속 4600원이 생각났다.
엄마 이거, 오늘 책 팔아서 번 돈이야! 참 많이도 준다.
요즘 한창 재미있게 보고 있는
이혼숙려캠프의 골치아픈 사연들을 엄마와 같이 봤다.
남자 입장에서 본 여자의 이야기가 나오는 동안
엄마가 옆에서 줄곧 할 수 있는 모든 말을 쏟아붓는다.
그 격한 비난을 들을때마다 내 명치에 칼이 꽂히는 느낌이 든다.
보여지는 이야기상으로는 왠지 여자가 당당하고
남자가 처연해야할것 같은데 정 반대다.
아내의 입장을 한번 들어봐야
이 상황이 이해가 갈것 같다.
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니
나의 슬픔은 위태롭게 천장에 매달린
아찔해 보이지만 견고하고 단단한
종유석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불 속에 누워 따듯한 나의 두 손으로 내 양 어깨를 감싼다.
토닥토닥 두드려준다.
아가, 그렇게 귀찮은 일인데 네가 책을 팔았구나?
그 돈 고스란히 엄마에게 준거야? 아이 기특해
정말 아름다운 마음이야. 고맙다 잘했어. 훌륭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