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 리딩이라는 진수식

첫 장편영화 리딩날

문에 들어가자,

이번 영화에 쓰일 의상이 배역별로 꽉차게 걸려있는 행거가 보인다.

조심스럽게 살펴보다보니,

어떤 느낌의 영화일지가 조금 더 선명해지는 느낌이다.


조금 일찍 와서 그런지, 아직은 사람이 그리 많지 않다.

10개 이상의 테이블이 리딩하는 배우들,

스탭들을 위한 목적으로 질서정연하게 배열돼있다.


책상 위에는

각종 미니간식으로 예쁘게 포장된 주전부리가

물과 함께 놓여있다. 내 앞으로 보이는

내 배역과 이름을 보니 갓 입사한 신입사원의

느낌이 든다.

모든것이 낯설지만 이 공간에 속해있는 그런 느낌.


대본은 A5사이즈로

생각보다 얇고 작은 사이즈로

흑백인쇄로 깔끔하게 준비돼있다.

노안이었더라면 어땠을까 싶게 글자가 작다.


아까 통창 쪽으로는

카메라 감독, 조명감독, 사운드 감독님이 한줄에 앉아 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 동안

빠른 시간안에 모든 스텝과 배우들이

자리한다.


연출팀과 제작등

장편 영화다 보니 참여하는 스텝의 수도 만만찮다.


내 마음도 그때부터 만만찮다.

두근, 두근.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알고 있는 모든 호흡법으로 진정시켜봐도 아무 소용이 없다.


이 소중한 순간을 기억속에 담기위해

대본에 내가 있는 그 장소의 도면을 그리기 시작한다.

엄청난 그림솜씨라 비뚤배뚤 비율도 안맞고

실수 투성이지만, 잠시 딴데 정신을 파니 숨이 쉬어진다.


감독님이 마지막으로 오시고,

여기저기 인사 하시다

내 등뒤에서 잠깐 멈춰서더니

아무 말 없이 표정으로 응원한다.

따뜻하다.

그리고 참 고맙다.


이어지는 리딩시간,

하필 매체에서 많이 봐왔던

배우님들이 내 옆으로 죽 앉아 계신다


엄청난 속도로

한번의 말엉킴도 없이 능수능란하게

각자의 대사를 소화한다.


내 역할 말고 대역하기로 한,

흐느끼는 역의 감정을 잡고 대사를 하려는 순간,

감독님이 갑자기 대사를 읇는다. 하.... 망했다.


처음으로 수많은 사람들 앞에서

리딩을 해봤다.

나는 내 역할을 포함해 총 3개의 역을 동시에 진행했다.


치열했고

뜨거웠고

가슴 떨렸던


진수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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