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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Nov 02. 2024

어쩌다 요가 선생님 (체험판.ver)

나마스테 여러분

무릉계곡 호암소 야외요가

사실 본격적인 요가 지도자로서의 삶이 시작되기 전, 체험판 기간이 있었다.


2023년 초, 인도에 다녀온 직후였다. 혼자 무릉계곡 인근 숲 속에서 요가를 하다가, '아니 이 좋은 걸 나만 할 수는 없지!' 하는 마음에 투숙객을 대상으로 원데이 클래스를 시작한 것이었다.


그렇다.

내 생의 첫 요가수업은 펜션에서 진행한 원데이 클래스였다.


요가 강사 경험을 쌓고 싶었지만 펜션지기라는

본업 탓에 요가강사 구직에 전념할 수 없었다. 그래서 펜션 투숙객들을 대상으로 요가 수업을 만들었다. 아주 기발하다고 생각했다. 수업 시간은 새벽 6시, 장소는 펜션 3분 거리 계곡 물소리가 들리는 호암소 데크였다.


가만히 앉아만 있어도 힐링이 되는 곳인데, 요가와 명상을 하면 얼마나 좋겠는가? 강사의 부족한 내공을 자연이 채워주는 기막힌 명당이었다.


많은 이들이 찾을 거라는 기대와 달리 클래스를 오픈하고 한참이 지나서야 첫 수업 신청이 들어왔다. 나는 설레고 떨리는 마음에 밤새 요가 서적들을 뒤적였다.  눈으로 밤을 지새우고 몽롱한 상태로 첫 수업을 시작했다. 나의 첫 수강생은 20대 초중반으로 보이는 2명의 여자친구들이었다. 요가를 태어나 처음 해본 다며 걱정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고 고맙던지.. 요가의 고수가 오면 어쩌나 노심초사 졸였던 마음이 한순간에 사르르 녹았다.


수업 구성은 프라나야마(호흡법), 아사나(요가), 명상이었다. 먼저 정신을 깨우기 위해 카팔바티와 아눌룸빌룸(나디쇼다나) 호흡법을 수련하고, 쉬운 동작들로 구성된 아사나를 수련한 다음, 사바사나 자세에서 자애 명상을 하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완벽과는 거리가 멀었지만, 첫 수업을 마쳤다는 것에 만족스러웠다. 다음번에는 조금 더 잘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며 아쉬움을 달랬다.


하지만 내가 크게 간과한 점이 있었다. 우리 펜션 투숙객은 과반수가 등산객이라는 점이다. 새벽 6시 무렵, 손님들은 등산복을 야무지게 차려입고 두타산으로 향하거나, 곧 시작할 등산을 위해 잠을 보충하는 선택을 했다. 그것도 아니라면 진탕 술을 마시고 늦잠을 택할 뿐, 요가를 하는 선택지는 없었다.


그렇게 일 년 동안 가뭄에 비 오듯 열 손가락에 꼽히는 귀한 수업을 뜨문-뜨문 하게 되었고, 또다시 요가와의 권태기가 찾아왔다.


어쩌다 요가강사 데뷔

이게 바로 동시성인 걸까? 요가에 대한 마음이 흐려지려 하니  운 좋게도 두 군데의 공공기관에서 요가 수업을 시작하게 되었다. 비슷한 시기에 한 군데도 아니고 두 군데에서 동시에 말이다. 아마도 수도권이 아닌 지방도시라서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한 곳에서는 8주 동안 초등부 수업과 중고등부 수업 두타임을 맡게 되었고, 다른 곳에서는 12주간 성인요가 한 타임을 맡았다. 비록 일주일에 3 타임이었지만, 나에게는 엄청난 기회이자 경험이었다. 


원데이클래스를 준비할 때와는 사뭇 다른 마음이 들었다. 훨씬 더 긴장되고, 부담되었다. 원데이클래스는 많이 와도 3-4명이었는데, 센터 수업은 10명 내외였고, 대상도 초등학생, 중고등학생, 성인 제각기 달랐다. 준비해야 할 것들이 많아졌고, 마음이 바빠졌다. 하지만 그럴수록 일이 손에 잡히지 않았다.


수업을 앞두고 내가 가장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할애한 부분은 수업준비가 아니었다. 가장 분투했던 것은 내 마음을 다스리는 일이었다.

'내가 수업을 해도 되는 걸까?'

'사람들이 내 수업에 불만족하면 어떡하지?'


내가 통제할 수 없는 문제로 불안해하고 초조해했다. 수업 준비가 손에 잡히지 않았다. 그 감정을 마주하고 싶지 않아서 외면하고, 회피하며 시간을 흘려보내다가 수업이 코앞에 닥쳐서야 마음을 직면하기 시작했다.


매달릴 곳은 명상뿐이었다. 내 마음을 바라보고, 어떤 마음이 올라오는지, 어떤 생각이 떠오르는지 바라보고 흘려보내는 연습의 연속이었다. 어쩌면 불안이 나의 스승인지도 모르겠다.


기술적인 부분은 미흡할지 몰라도, 수업에 오는 사람들을 위하는 나의 진심이 통할 거라는 믿음으로 마음을 다스렸다. 경험이 없는 초보 강사가 아무리 연습을 거듭한들, 노련한 강사들만큼 매끄럽고 능숙하게 수업을 이끌어나갈 수는 없다. 경험이 부족하고, 수업을 이끌어나가는 데에 미숙한 스스로를 받아들였다. 현실은 미숙한 초보강사이면서, 노련한 강사처럼 보이고 싶은 마음, 무시당하거나 실력을 의심받고 싶지 않은 마음이 나를 힘들게 한 것이다.


사람들에게 온전한 이완을 경험시켜주고 싶다는 마음, 수업을 하는 단 한 시간만이라도 근심과 걱정을 내려놓고, 그 순간에 머무를 수 있도록, 깨어있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싶다는 진심이 나에게 있었다.


노련하지는 않지만, 나에게는 진심이 있고, 그 진심의 힘은 다른 어떤 것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만들거라 믿었다. 그리고 나의 생각이 옳았다는 걸 수업을 통해, 수강생들을 통해 깨달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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