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나는 얼라다
2022년이 가기 전에 새로운 경험들을 하고 싶었다. 서른인데도 아직 해보지 못한 새로운 경험들이 많다는 사실에 놀랍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아직 인생은 즐길거리가 무궁무진하구나!
아티스트웨이 - 모닝페이지
올해 초, 공심재에서 운영하는 아티스트웨이 모임에 참여했다. 12주 과정이었는데, 창조성을 깨워주는 가이드북인 '아티스트웨이' 책을 읽고, 가이드에 따라 실천하는 것이 모임의 취지였다. 매일 아침 모닝페이지를 쓰고 모임원들이 함께 있는 단톡방에 인증했다. 매주 주말에는 내면의 아이를 즐겁게 만들어주는 아티스트 데이트를 했다. 아티스트웨이에 나온 과제 글을 한주에 한편씩, 12주 동안 총 12편의 글을 썼다. 우리는 매주 온라인으로 만나 서로의 글을 합평해 주고, 격려했다. 나의 변화는 이때부터 시작되었던 것 같다.
모닝페이지를 시작한 지 일 년도 채 되지 않았지만, 나는 모닝페이지 맹신자가 되었다. 글로 마음을 승화하는 방법을 찾을 걸지도 모르겠다. 독자가 없는 글, 의식의 흐름대로 휘갈겨 쓰는 글을 통해 나는 나를 만나고, 나를 위로했다.
요가 - 건강회복
1월, 작년에 이어서 올해 초에도 지도자과정을 수료했다. 하지만 한번 시작된 허리 통증은 멈출 줄 몰랐다. 반년가량 휴식과 치료를 받으며 몸이 많이 나아졌다 생각했는데, 아직이었다. 마음과 머리는 온통 성장하고 싶은 욕구로 가득했는데, 몸이 말썽을 부리니 마음이 심연으로 가라앉는 듯했다. 하지만 어쩔 도리가 없었다. 다시 요가와 멀어졌다.
4월, 작년에 함께 지도자과정을 수료했던 선생님들과 모임을 만들었다. 첫 모임을 계기로 주말마다 동해와 삼척 이곳 저곳을 다니며 야외수련을 했다. 야외 수련도 좋았지만, 내가 좋아하는걸 함께 할 수 있는 이들이 곁에있다는 사실에 감격스러웠다. 동해의 삶이 조금 더 충만하게 느껴졌다.
9월, 함께 요가 수련을 하는 선생님에게 요가원을 소개받아 다니게 되었다. 물리치료사 출신 요가 선생님이 운영하는 요가원이었는데, 10년 넘는 장기수련생들이 많다고 했다. 요가를 다시 하기 위해 여러 방법들을 시도하고, 실패했던 터라 반신반의하는 마음에 요가원을 찾았다. 첫 수련을 마친 날, 왜 더 일찍 찾아가지 않았는지 땅을 치고 후회했다. 심지어는 집에서 차로 5분 거리였다. 그렇게 나는 다시 요가를 시작하게 되었다. 나의 요가로운 삶이 다시 시작되었다.
웰니스컬리지
11월, 요가 수련을 함께 한 또 다른 지인의 소개로 정부지원사업인 '웰니스컬리지'에 참여했다. 웰니스 전문가 양성과정인데, 4주간의 온라인 교육과 3박 4일 오프라인 워크숍으로 구성되었다. 걷기 명상, 죽음명상, 자애명상, 마음 챙김 명상, 싱잉볼명상 등 다양한 명상법과 요가 및 웰니스 산업에 대해 배울 수 있었다. 펜션에서 일하는 삶에 회의감이 들고, 발전적이지 않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힘들었던 한 해였는데, 웰니스컬리지의 경험으로 인해 2022년의 인상이 달라졌다. 배움에 대한 갈급함도,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해소되었다. 나와 결이 비슷한 60여 명의 사람들과 함께 명상을 경험하고 소통할 수 있었던 3박 4일 워크숍 기간을 올해의 하이라이트로 뽑고 싶다.
보컬레슨 / 연기레슨
12월, 올해가 가기 전에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어서 원데이클래스로 보컬 수업과 연기 수업을 받게 되었다. 두 선생님 모두 내가 발성을 할 때 진성을 많이 사용하지 않고, 숨소리가 많이 섞여있다고 말하셨다. 전혀 알아차리지 못했던 나의 잘못된 습관을 알게 되어 신기했다. 발성법을 배운 후, 진성으로 노래를 부르니 목이 금세 쉬었다. 고음을 부를 때에 윗배에 힘을 주어야 하는데, 자꾸만 어깨와 가슴을 끌어올려 경직되는 습관이 있었다. 나름 노래에 자신이 있어서 보컬레슨을 시작할 때는 설렘과 자신감이 가득했는데, 한 시간의 레슨이 끝났을 때는 그야말로 겸손해졌다. BMK의 '꽃피는 봄이 오면' 노래로 레슨을 받았는데, BMK 가수를 더욱 존경하게 되었다.
연기레슨은 보컬레슨보다 더 난황이었다. 연기레슨은 '발성-딕션-즉흥연기-독백연기'로 진행되었다. 우리말은 안면 근육을 많이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그 덕분에 많은 한국인들이 경직된 얼굴 근육을 가지고 있고, 나 또한 피할 수 없었다. 안면 근육이 많이 굳어있던 탓에 '가갸거겨' 발음 연습을 하는데도 오른쪽 입가가 파르르 떨렸다. 즉흥연기는 '30년 만에 감옥에서 나왔다'라는 문장을 해석해서 연기해보는 거였는데, 상황을 연출하는 게 재미있었다. 엄마가 혼자 있는 집에 불이 난 상황극도 했는데, 나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려 하는 딸 역할, 선생님은 나를 말리는 아빠 역할이었다. 속으로 왜 이런 상황을 던져주는 건지 기분이 나빴지만, 현실과 맞닿은 상황이라 금방 감정이 솟구쳤다. 독백연기는 아쉬웠다. 일주일 전에 미리 대사를 보내주셔서 외워갔는데, 나름 준비를 했어서인지 더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새로운 관심사가 생겼다.
코앞을 보면 아무것도 한 게 없이 얼레벌레 한 해가 지나간 것만 같다. 하지만 이렇게 돌아보니 꽤나 열심히 살았다. 성수기에는 펜션업무에 치여 나를 위한 시간을 따로 내지 못했지만, 여름을 뺀 봄, 가을, 겨울에 '뭐라도 하려고 했구나'싶어 대견한 마음이 든다. 참 다사다난한 한 해였다. 좋은 경험은 아니지만, 경찰서도 여러 번 오가고, 생에 첫 교통사고도 경험했다. 아직도 새로운 것들이 많으니 나는 아직 얼라인가보다. 그래도 작년보다는 더 컸으니, 내년에는 지금보다 덜 얼라로 살아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