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01.09 ~ 01.19
부모를 잃고 혼자가 된 인디언 소년 '작은 나무'가 할아버지, 할머니와 함께 살며 숲 속의 삶을 배우고 성장하는 소설이다. 할머니, 할아버지가 알려주는 가르침을 통해 나 또한 작은 나무와 함께 인디언의 지혜를 배울 수 있었다. 올해들어 처음 읽은 책이 '내 영혼이 따뜻했던 날들'이라 참 감사하다. 올해는 왠지 영혼이 따뜻해지는 순간들을 많이 모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할아버지 설명에 따르면, 할아버지가 태어나시기 전 옜날에는 '친척(kinfolks)'라는 말이 이해하는 사람, 이해를 함께하는 사람, '사랑하는 사람(loved folks)'이란 뜻으로 쓰였다고 한다. 그런데 사람들이 갈수록 이기적으로 되는 바람에 이 말도 단지 혈연관계가 있는 친척을 뜻하는 것으로 바뀌고 말았다.
p.76
너도 알다시피 너구리 잭은 평생 싸우는 것밖에 해온 게 없어. 이제 그놈이 갖고 있는 유일한 재산이 바로 그 찬송가 열쇠란 말이다. 네 보기에 너구리 잭이 심통을 부리는 것처럼 보였다면..... 그건 아마 이제 싸울 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아서일거야. 잭은 그것밖에 할 줄 모르거든.
p.78
우리들의 삶에 서로를 이해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많다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이해하지 못하고 손가락질 하더라도, 나를 이해하는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다면 사무치는 외로움은 일지 않을 것이다. 고작 찬송가 열쇠 하나를 가지고 길길이 날뛰는 너구리 잭을 보며, 모두들 그가 미쳤다고 생각했지만 그의 역사를 아는 할아버지만은 그를 이해하고 안쓰러워했다.
이해하려 애쓰는 것 보다 외면하는 게 더 편하다. 이해하는 일에는 에너지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 주위에는 비슷비슷한 사람들만이 남아있다. 효율적인 방식으로 진화한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의 삶에는 이런 관계들이 많아져야한다. 지금의 세상은 서로에게 너무 엄격하다. 타인의 허물을 덮어주지 못하니, 자신의 허물에도 똑같이 엄격하다. 마음의 여유가 없기 때문에 타인에게도 나에게도 관대하지 못하다고 생각한다면, 더더군다나 이해와 관용의 마음을 가지려 애써야한다. 이해와 연민의 마음이 커질 수록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세상이 보다 살만해질 것이다.
할아버지는, 남에게 무언가를 그냥 주기보다는 그것을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주는 게 훨씬 좋은 일이다, 받는 사람이 제 힘으로 만드는 법을 배우면 앞으로는 필요할 때마다 만들면 되지만, 뭔가를 주기만 하고 아무것도 가르쳐주지 않으면 그 사람은 평생 동안 남이 주는 것을 받기만 할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사람은 끊임없이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게 되기 때문에 결국 자신의 인격이 없어지고 자신의 인격을 도둑질당하는 셈이 되지 않겠는가, 이런 식으로 하면 그 사람에게 친절한 것이 도리어 불친절한 것이 되고 만다고 하셨다.
어떤 사람들은 계속해서 주는 것을 즐긴다. 그렇게 하면 받는 사람보다 자신이 잘났다는 허세와 우월감을 맛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말로 해야 할 일은 받는 사람의 자립심을 일깨울 수 있는 작은 뭔가를 가르쳐주는 것이다.
p.279
내가 누군가에게 무언가를 알려주거나, 도움을 줄 때 나는 정말 순수한 마음이었을까? 도움을 주는 순간 우월감에 취해있지는 않았을까? 주위에 의존적인 사람이 많다면, 자초한 일일지도 모른다. 우월감을 느끼며 살기 위해 주위 사람들을 의존적으로 만든 것이다.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보일 때, 친절을 베풀고 싶을 때, 할아버지의 말씀을 떠올리자.
"작은 나무야, 늑대별 알지? 저녁에 어두워지기 시작하면 보이는 별 말이야."
"어디에 있든지 간에 저녁 어둠이 깔릴 무렵이면 꼭 그 별을 쳐다보도록 해라. 할아버지와 나도 그 별을 볼테니까. 잊어버리지 마라."
p.316
가장 위로가 되는 말이었다. 혼자라고 느껴질 때, 외로움이 느껴질 때, 하늘에 떠있는 달을 보면 위안이 될 것 같다. 태초의 나의 고향, 어디엔가 있을 나의 고향별 친구들을 상상해본다. 어쩌면 나도 전생에 숲속에 사는 인디언이었을지 모른다. 전생의 나의 킨포크들, 그 이전 생의 킨포크들이 다른 별에서 함께 달을 보고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