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르사아사나 - 물구나무를 섰다.
흔들림은 온전히 내 몫
인도에 갈 날이 머지않았다. 여러 가지의 우여곡절이 많아서 한동안 심란한 상태가 지속되었다. 함께 수련을 하러 떠나기로 했던 친구가 개인적인 사정으로 함께 가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주위에 인도로 여행을 간다 하면 모두 짜기라도 한 듯 첫마디가 "위험하지 않겠어?"였다. 여행을 떠난다는 사람에게 "설레겠다"라던지, "부럽다. 나도 여행 가고 싶어!"라는 보편적인 말이 아니라 걱정하는 말을 던지다니 다들 너무했다.
하지만 실상이 그러했다.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하니 그럴 만도 했다. 전에는 걱정의 말을 하는 지인들에게 친구와 함께 떠나니 괜찮다고 대답했는데, 이제는 "괜찮을 거야. 거기도 사람 사는 곳인데 뭐"라는 대답을 하고 있다. 대답이 늘어 갈수록 내 마음속 어느 한 구석에 불안과 걱정이 늘어갔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받아들여야지. 인도를 가겠다고 결심한 것도, 나 자신을 수용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 소양을 기르기 위해서였으니 여행은 이미 시작된 거나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인도 여행이 가까워질수록 마음이 조급해졌다. 영어로 수업을 진행한다는데 잘 알아들을 수는 있을까? 지도자 과정인데 내가 잘 따라갈 수 있을까? 근력이 너무 부족해서 따라 하기 힘들면 어떡하지? 위생이 안 좋아서 배탈이 잘 난다는데 가서 몸이 안 좋아지면 어떡하지? 조금 더 준비된 상태에서 떠나야 하는 거 아닌가? 온갖 고민들이 머릿속을 헤집어놨다.
뭘 하려고 해도 손에 잡히질 않고, 집중력도 오래가지 않았다. 불안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요가 관련 서적을 찾아 읽고 영어공부를 하고, 강릉까지 요가원을 등록해 원정 수련을 했지만 부질없었다. 자리에 앉아서 책을 읽으려 해도, 글을 쓰려해도, 아니 가만히 한 자리에 앉아있는 것조차도 혼란한 마음이 허락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다.
내려놓기 위해서 요가와 명상을 해놓고, 지금의 이 조급함이 너무 모순적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미리 걱정하고 준비한다고 해서 과연 여행이 수월해질까? 인도여행이 가까워질수록 현재가 아니라 미래에 살고 있었다. 미래를 걱정하느라 현재에 머물 수가 없었다.
예를 들자면, 나는 가족 내력으로 어려서부터 장이 안 좋았다. 기름진 음식과 차가운 음료를 먹으면 바로 배탈이 났다. 인도에 가서 물갈이를 하거나 배탈로 고생했다는 후기들을 보고는 덜컥 겁이 났다. '배탈 나서 화장실에 죽치고 있느라 수업도 못 듣는 거 아니야? 아.. 백퍼 장트러블 생길 것 같은데' 우려가 확신에 가까워지자 나는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인터넷으로 유산균을 주문했다. (애석하게도 아직 배송이 오지 않아서 한 번도 못 먹었다.) 과연 지금부터 보름간 유산균을 꾸준히 먹고 인도에 간다고 해서, 배탈이 안 날까?
벌어질 일은 어차피 벌어지게 되어있다. 배탈이 안 나면 다행인 거고, 배탈이 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싸야지. 인도에 찐하게 영역 표시 하고 오는 거지 뭐.
마음 편히, 할 수 있는 만큼만 준비하고, 상황에 닥치면 그때그때 해결하자고 마음을 먹으니 편안해졌다. 모든 일이 다 그렇지 않은가?
한 달 전, 불안에 시달리다가 인도에 가기 전에 속성으로 몸을 단련시키고 싶어서 집중수련 클래스가 있는 강릉 요가원에 등록했다. 장트러블에 대한 불안으로 유산균을 시킨 것과 같은 맥락이었다. 중급자 수업이라 매 수업마다 시르사아사나(머리서기) 동작이 포함되어 있었는데, 나는 늘 벽을 뒤에 두고 연습했던 터라 맨 몸으로 하려니 겁이 났다. 무서워서 바들거리고 있으니 선생님이 뒤로 와 잡아주며 말하셨다.
원래 흔들리는 거예요 견디세요
그 말이 참 위안이 되었다. 흔들려도 괜찮다고, 원래 다 그런 거라고 위로해 주는 말처럼 들렸다.
그날 수업 이후 나는 매일같이 시르사를 연습했다. 그리고 연습할 때마다 선생님의 말을 떠올렸다. 원래 다 흔들리는 거라 생각하니 놀랍게도 흔들림이 덜해졌다. 이제는 벽의 도움 없이도 홀로 머리서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인생도 그렇다. 불안하고, 힘들 때 기댈 곳이 있으면 보다 수월하게 견딜 수 있지 않은가? 하지만 계속 기대다 보면, 온전히 혼자 설 수 있는 힘을 기르기 힘들다. 처음에는 분명 많이 흔들리고, 또 넘어질까 두렵겠지만 몇 번 고꾸라지고, 넘어지면서 오롯이 홀로 서있으려 노력하면 근력이 길러진다. 시르사아사나, 머리서기의 근육과 홀로서기의 근육은 많이 닮아있다.
인도 여행도 인생과 많이 닮아있다. 친구가 함께라면 힘든 순간 의지가 되고 위로가 되겠지만, 인생은 어차피 혼자 걸어 나가야 하는 법이다. 어려움이 있을 때, 함께 고민하고 대신 해결해 줄 누군가를 찾기보다는 나만의 방법으로 해결하고 대처하는 연습이 될 수 있겠다.
오늘은 시르사를 연습하며 이 말을 가슴에 새겨야겠다.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 숫타니파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