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를 함께하는 친구들과 만나면 매번 하는 얘기가 있다. 나의 스승, 나의 구루를 찾고 싶다고.
우리의 인생은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변수의 연속이고, 그 변수들 속에서 내 마음이 가장 큰 방해꾼이다. 돕지는 못할망정 이리저리 변덕을 부리니 말이다. 방금 전까지는 손에 장을 지질 것처럼 확신을 하다가도, 순식간에 말을 바꾸고는 심지어 나 몰라라 하니 안하무인 철면피가 따로 없다.
잔잔해 보이는 바다도 자세히 보면 잔물결들이 있는 것처럼, 멀리서 보면 평온해 보이는 동해의 삶도 변수와 변덕 투성이었다. 내 삶에는 끊임없이 파도가 밀려왔고, 파도를 탈 줄 모르는 나는 이리저리 밀려 망망대해 바다 한가운데에 놓여있었다. 어디로 가야 하는지도 모르는 채 사방이 모두 수평선인 바다 한가운데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기분이었다. 그래서 나는 등대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등대가 있으면 파도에 휩쓸려가도 다시 돌아갈 방향을 찾을 수 있고, 내가 얼마나 왔는지 얼마나 멀어졌는지 가늠할 수 있는 기준이 될 테니 말이다.
하지만 등대를 찾는 일은 쉽지 않았다.
어떤 길이 나의 길인지 찾는 일도, 어떤 사람이 나에게 맞는 사람인지 찾는 일도, 나에게 길을 안내해 줄 스승을 찾는 일도 모두 어려웠다.
이제 그만 방황에 종지부를 찍고 싶어서 인도에 왔다. 일상을 떠나 인도에 오면 어떤 메시지를 얻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그 길을 찾을 것만 같아서 인도에 왔다. 큰 결심인 만큼 기대도 컸고, 기대가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
숙소의 컨디션, 위생, 음식 같은 건 아무래도 괜찮았다. 처음이야 힘들었지만 시간이 약이라 적응할 수 있었다. 다만 용납되지 않았던 건 수업의 퀄리티였다. 철학수업이나 명상수업은 좋았지만 요가수업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한국에서 들은 수업이 훨씬 더 좋았고, 매 수업 시간마다 한국이 그리워질 정도였다.
우여곡절 끝에 다른 아쉬람에서 드롭인 클래스를 듣게 되었고, 그렇게 나는 지텐달을 만났다. 파도가 치지 않았다면 만나지 못했을 운명이었다.
Oh my Jitendel ji
내가 만약 이런 우여곡절 없이 그를 만났다면, 바로 알아볼 수 있었을까? 내 마음이 간절하고 갈급하지 않았어도 과연 그의 수업에서 감동을 느낄 수 있었을까?
그는 참 다정한 사람이었다. 수업 내내 그는 우리를 격려하고 응원했다. 자세를 유지하고 있으면 옆으로 와서 어깨 끝을 손가락으로 두 번 톡톡 치며 말했다.
베리 굿~
이게 뭐라고. 별거 아닌 그 한마디에 나는 홀려버렸다. 마치 마법의 주문 같았다. 지텐달 특유의 느긋하고 여유로운 말투로 하는 베리 굿~ 한마디와 어깨를 치는 손짓 한 번만으로 나는 내 한계를 넘었다. 그의 목소리가 너무 자상하고 따뜻해서 그가 시킨다면 그 자세로 영원히 머무를 수도 있을 것만 같았다. 그는 나를 자랑스러워했다. 나의 성장을 보는 게 행복하다고 말했다. 나의 행복을 진심으로 기뻐해주는 이가 있어서, 그래서 나는 성장할 수 있었다.
그는 드롭인클래스에서 전통 하타 요가를 가르쳤지만 TTC 수업에서는 명상과 철학을 가르쳤다. 내가 만약 그 아쉬람에서 머물었대도 정규 수업을 듣느라 드롭인 수업은 못 들었을 테니 나의 선택 중에 그른 것은 없었다. 여기로 오기 위해, 그를 만나기 위해 필연적으로 거쳐야 했던 과정이었다.
철학과 명상을 가르치는 선생님이기 때문인지 그가 하는 말에는 울림이 있었다. 그의 내뱉는 말은 하나하나 소중히 간직하고 싶은 보석 같은 경구였다.
Who is doing asana?
그는 땀을 흘리며 아사나(요가 동작)를 하는 우리에게 물었다. "Who is doing asana?" 누가 아사나를 하고 있나? 지금껏 요가를 하면서 단 한 번도 품지 않았던 의문이었다. 누가 하고 있냐니? 당연히 '나' 아닌가?
수업이 끝나고 숙소에 와서도 그의 말이 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몇 번의 수업을 더 듣고, 몇 번의 밤이 지나고, 몇 권의 책을 읽고 나서야 그의 말이 와닿았다.
나에게서 분리되어 관찰자가 되라는 말이었다. 요가 아사나를 행하고 있는 건 나의 '몸'이다. 움직이고 있는 내 몸을 관찰하면, 내 안의 '참 나'를 인식하게 되는 것이다. 그는 요가를 몸(body)과 마음(mind), 영혼(soul)이 하나가 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말에서 깨달음을 얻은 후로, 나는 요가를 할 때, 마음이 시끄러울 때, 명상을 할 때 느껴지는 감각과 감정, 생각을 분리하여 관찰하려 노력했다. 나의 참 나를 만나는 순간들이었다.
여러 번 되새겨보아도 따뜻한 기억들이다. 드롭인 클래스가 진행되던 낡고 오래된 요가홀, 풍성한 지텐달의 수염, 오후 4시의 공기, 밖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실린 구수한 소똥냄새, 요가홀 천장 무늬, 창문으로 들어온 원숭이에게 "Let's practice together!" 하던 지텐달의 농담. 모두 꿈같이 황홀하고 아름다운 장면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