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간의 요가여행을 마치고, 리시케시를 떠나왔다.지금 나는 베트남 호치민에 있는 콩카페에 앉아있다.
어제 리시케시에서 데라둔으로, 데라둔에서 델리로 이동했고, 오늘 아침 호치민에 도착했다. 경유시간이 장장 16시간이라 공항 밖으로 나와 멋진 아침식사를 마치고 여유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도 일상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휴식이 아닐지. 뉴진스 노래가 연달아 나오다가 지금은 안티프레져 노래가 나오고 있어서 마치 한국에 도착한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한 달간의 여행을 돌아보며 그동안 나에게 어떤 변화가 있었는지 마무리 점검을 해보려고 한다.
1. 두려움에 맞설 용기 2. 열린 마음, 아나하타차크라 3. 조금씩 쌓이는 믿음 4. 흔들림 없는 편안함 5. 참나의 발견
위의 다섯 가지로 이번 여행의 수확을 정리해보려 한다.
1. 두려움에 맞설 용기
매일같이 요가 수련을 하다 보니 근육이 늘어났다. 하체에 비해 상체가 많이 약했는데, 상체 근력이 많이 키워진 것 같다. 하체가 더 튼튼해져서 밸런스는 전과 동일하지만.. 전에는 엄두도 내지 못했던 동작들이 지텐달의 손길을 받아 가동범위가 좋아졌다. 특히 허리를 다쳤던 적이 있어서 후굴에 대한 심리적인 두려움이 컸는데, 그 두려움을 꽤나 많이 극복했다. 체력은 마음에 여유를, 마음의 여유는 두려움에 맞설 용기를 주는 모양이다.
매일매일 꾸준히 연습하니 나타라자사나와 라자카포타사나의 가동범위가 많이 좋아졌다. 발을 머리에 대는 라자카포타사나를 유지 하며 호흡에 집중해 조금씩 여유를 확장해 나가는 경험도 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허리가 꺾이는 기분이 들어서 숨을 헙하고 들이마시게 되고, 두려움에 몸이 경직되어 통증이 느껴졌는데, 한 호흡 한 호흡 여유를 찾아가며 깊이를 넓혀가니 동작이 완성되었다.
나타라자사나와 라자카포타사나
2. 열린 마음, 아나하타차크라
사실 내가 가지고 싶은 건 유연한 몸보다는 유연한 사고였다. 스스로가 느끼기에도 꽉 막혔다고 생각할 때가 많았기 때문이다. 옳고 그름의 경계가 명확하고, 내 안에 너무 많은 편견과 잣대를 가지고 있다고 느꼈다. 해서는 안 되는 것들이 많았기에 그것들을 피해 가며 조심스럽게 사니 인생이 재미있을 리가 없었다. 그래서 매번 유연성을 요구하는 요가 동작을 할 때마다 몸이 유연해지는 만큼 나의 사고도 유연해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고 리시케시에 와서야 깨달았다. 경직된 사고, 닫힌 마음을 열기 위해서는 아나하타 차크라를 열어야 한다는 사실을.
심장 부근의 경직된 근육을 풀고, 닫힌 아나하타 차크라를 여는데에는 아쉬와산찰라사나가 좋았다. 지텐달의 수업을 통해 가슴을 하루하루 열어갔고, 여행의 마지막 즈음에는 "베리굿~"을 들을 수 있었다. 모두 지텐달 덕분이었다. 그의 자상함과 따뜻함이 나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었기 때문이다.
첫 직장을 다닐 때, 과도한 스트레스로 누군가 심장을 쥐어짜는듯한 느낌을 자주 받았었다. 아마도 아나하타 차크라가 닫히는 경험이었을 테다. 그 후로 오랫동안 상처받지 않기 위해 마음을 꽁꽁 닫고, 그 위를 또 감싸고, 두껍게 철갑까지 둘렀으니 완전히 여는데는 꽤나 시간이 걸릴 것이다. 하지만 괜찮다. 천리길도 한걸음부터니, 한 발씩 내딛으면 된다.
아쉬와산찰라사나
3. 조금씩 쌓이는 믿음
지텐달은 매 수업을 시작할 때마다 우리에게 말했다. 무리하지 말라고. 각자의 신체 능력과 유연성에 맞게 하면 된다고. 그리고 서두르지 말라고 했다. 그는 우리들의 조급함이 눈에 보이는 모양이었다. 이 동작을 해내고픈 나의 욕심과 조급함이 드러날 때에면 그는 어김없이 말했다.
Don't hurry! Slowly~ Gently~ 서두르지 마! 천천히~ 부드럽게~
그의 말을 들으면 나는 '아차!' 하며 머물렀다. 호흡을 가다듬었다. 하지만 그 자리에 안주하지는 않았다. 호흡 한 번에 아주 조금씩 가동범위를 늘렸다. 그의 말을 곱씹으며 평지요가 원장님의 말도 함께 떠올렸다. "게으르지도 않고, 무리하지도 않는 선을 찾으세요."
전공도 살리지 않고, 하던 일도 그만두고, 열심히 갈고닦았던 능력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 포기의 경험이 하나 둘 쌓이자 점점 위축되었다. 어느 것 하나 끈덕지게 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다. 영영 시작만 하다가 인생이 끝날 것 같았다. 어느 분야에서도 전문가가 되지 못하고, 초보자, 새내기로 전전하기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요가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워주었다. 한 걸음씩, 아주 조금씩, 무너지지 않도록 무리하지 말고, 천천히 하다 보면 어느새 성장해 있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실로 한 달 사이에 나는 많이 성장했다. 동작의 가동범위가 늘어나 안되던 동작이 되는 경험을 직접 겪고 나니 스스로에 대한 믿음이 쌓였다. 눈에 보이는 성장을 확인하고 나니 나도 무언가를 할 수 있는 사람이라는 믿음이 생겼다. 거봐! 너도 할 수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