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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유 May 02. 2023

인도에서 요가하며 배운 것들_2

균형, 참나의 발견


1편에서는 인도에서 요가를 배우며 얻은 '두려움에 맞설 용기'와 '열린 마음, 아나하타차크라', '조금씩 쌓이는 믿음'을 소개했다. 2편에서는 또 다른 두 가지의 배움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4. 흔들리지 않는 편안함

요가와 명상의 핵심이자 전부라고 할 수 있는 대목이다. 평화로운 상황에서는 누구나 쉽게 차분해지고, 고요해질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인생에는 늘 파도가 치고, 바람이 불어오니 흔들리는 상황에서도 중심을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폭풍우가 치는 한가운데에서도 기반을 잡고, 평화를 찾을 수 있다면 어떤 조건 속에서도 행복해질 수 있다. 그래서 몸의 중심,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요가와 명상이 필요하다.


밸런스를 잡는 동작들 모두 기반을 다지는데 효과적이지만, 그중에서도 머리서기 시르사아사나가 꽃이다. 균형이 흐트러지면 힘이 들어가고, 힘이 들어가면 호흡이 가빠진다. 호흡이 무너지면 균형이 무너진다. 가빠지는 호흡을 가다듬고 중심을 잡는 연습이 필요하다.


드롭인 클래스 건물에는 날파리와 파리, 모기가 아주 많았기에 더 혹독한 훈련을 할 수 있었다. 간신히 초점을 한 군데에 맞추고 중심을 잡으면, 벌레가 눈앞에 날아와 정신을 산만하게 만든다. 그럴 때는 눈을 감아버리는 게 제일이다. 처음에는 균형을 잡기 힘들지만, 내 안에 점을 찍고 집중하는 연습을 하다 보면 나중에는 중심을 잡기 위해 그 어떤 것도 필요하지 않은 자유로운 상태가 될 수 있다.

시르사아사나와 핀차마유라사나


5. 참나의 발견

지텐달은 말했다. 요가를 통해 몸과 마음, 영혼을 하나로 만들 수 있다고.

Yoga harmonizes the body, mind and soul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요가 아사나를 행하는 이가 누구인지 알아차려야 했다. 우리는 아사나에 들어가기 전, 몸을 풀기 위해 준비 운동을 했다. 다리를 뻗은 채로 좌우로 왔다 갔다 하며 다리를 풀고 있으면 지텐달이 말했다.

Who is moving your legs now?


계속 다리를 흔들고 있으면 우리는 어느 순간 의식을 놓치게 된다.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흔들게 되는 것이다. 그때 우리는 '참나'를 만날 수 있다. '아.. 내가 무의식적으로 다리를 흔들고 있구나'하고 알아차리는 이가 바로 '나'다. 참나는 경험자가 아니라 관찰자인 셈이다.


여행 중에 읽은 마이클 싱어의 '상처받지 않는 영혼'에서도 같은 이야기가 나온다. 우리는 살아가며 의지와 상관없이 감각기관을 통해 5가지의 감각을 느끼고, 어떠한 상황 속에서 감정을 느끼고, 바람이 불어오듯 생각을 떠올릴 뿐이다. 그러한 감각과 감정, 생각을 경험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이가 바로 '참 나'이다.


이 사실을 알아차리고 나서, 나는 더 이상 어떤 것에도 메이지 않게 되었다. 리시케시를 떠나는 날, 한국인 친구가 자신의 방을 구경시켜 주었는데, 비슷한 금액대로 훨씬 좋은 수업을 듣고, 훨~씬 쾌적하고 넓은 객실을 사용한다는 사실에 박탈감과 자책감을 느꼈다. 하지만 그뿐이다. 방을 마주한 순간, 순식간에 내 마음속으로 비교하는 마음이 들어왔고, 또 순식간에 박탈감과 자책감이 느껴졌을 뿐이다. 그 감정들이 내 속을 휘저어놓도록 허락하지 않았다. 그저 감정이 온 것을 알아차렸고, 흘려보냈다.


'나는 온전히 나만의 경험을 했고, 그녀는 내가 한 경험을 할 수 없을 테니 난 괜찮아'라고 생각했다. 생각이 나에게 왔고, 또 흘려보냈다. 나는 나의 감정을 애써 무시하거나, 부정하지 않았다. 있는 그대로 마주했고, 떠나가도록 내버려 두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나에게 박탈감을 안겨준 그녀가 밉지도 않았고, 나의 경험이 초라하게 느껴지지도 않았다. 나는 상황을 감정과 엮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그녀는 나에게 방을 보여주었고, 나는 방을 구경했다.  




베트남 호치민에 위치한 콩 카페에서 참 오래 앉아있었다. 뉴진스의 하입보이에서 안티프레져, 아이브 일레븐을 지나 수많은 팝송들을 거쳐, 블랙핑크 핑크베놈이 다시 나올 때가 되어서야 글이 마무리되었다.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노래를 흥얼거리다가 '아, 한국 노래네', '맞다. 여기 베트남이지' 하고 깨달았다.


이제 곧 호치민을 떠나 인천으로 간다.


안녕 인도,

안녕 리시케시,

안녕 지텐달,

안녕 4월의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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