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강원도 동해 산골에서 부모님과 함께 펜션을 운영하고 있다. 산골이라고 칭하긴 했지만, 100대 명산에 속하는 등산로 앞에 있어 등산객 손님이 많고, 계곡과 인접해 여름철에 물놀이하러 꽤나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지다.
펜션 입지에 따라, 컨셉에 따라 방문하는 손님들 유형, 매출, 운영의 장단점이 모두 다르겠지만, 3년 동안 부모님을 도와 펜션을 운영하며 느낀 바를 공유해 보고자 한다. 동해에만 해도 일 년 사이에 펜션이 많이 생겼고, 강릉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은 펜션이 생겼다. 가슴속에 사표를 품고 효리네 민박과 같은 펜션 운영을 꿈꾸는 직장인들이 많은 것 같아 미약하게나마 도움을 주고자 (말리고자) 글을 쓰게 되었다.
부모님이 건물을 인수해 펜션업을 시작한 지 8년이 흘렀다.
서울 살이를 접고 동해에 내려와 펜션 일을 도운 지 3년이 흘렀다.
지극히 개인적인 견해로 3년 동안 느낀 펜션지기의 삶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펜션지기의 장점
펜션지기로 사는 삶에는 어떤 장점이 있을까?
1. 야 너두 프랑스인처럼 살 수 있어!
우리는 작년부터 과감하게 펜션 샷다를 내리고 비수기 안식월을 가졌다. (한 달간 인도에서 요가수련을 하고 왔다.) 펜션이 깊은 산속 관광지에 위치하고 있어서 성수기와 비수기의 갭차이가 엄청나기 때문이다.
여름철에는 게르만족의 대이동을 연상시킬 만큼 엄청난 관광객 행렬이 끝없이 이어지지만, 겨울철에는 전기세도 나오지 않는다며 상가들마저 문을 닫아 황량하기 그지없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손님 한두 팀 받을 바에야 샷다를 내리는 게 수지타산에 맞는다. 거대한 물탱크의 물을 데우는 기름값과 산골짜기 골바람에 맞서는 난방비는 어후,, 상상을 초월한다.
1월부터 4월까지는 문을 여나 마나 한 비수기다. 설 연휴를 피해 한두 달 쉬어도 무관하다. 영업을 하더라도 손님이 없어 전 객실 공실로 흘려보내는 날이 부지기수이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이래도 되나?' 싶었지만, 성수기동안 휴일 없이, 밤낮없이 일한 대가라고 생각하니 오히려 좋았다. 겨울잠을 자며 다음 해를 살아갈 체력을 비축하는 동물들처럼, 다음 성수기를 위한 체력과 행복을 채워놓는 셈이다. 안식월이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성수기가 버틸만해졌다. 아니, 오히려 즐거워졌다. 프랑스인이 더위를 피해 장기 여름휴가를 떠나는 것처럼, 산골짜기 펜션지기들도 추위를 피해 장기 겨울휴가를 떠날 수 있다.
2. 펜션지기는 참지 않는다.
직장인으로 살면서 참 많은 갑질과 부조리들을 목도했다. 봐도 못 본 척, 당하고도 괜찮은 척해야 했다. 원래 다 그렇게 사니까 어쩔 수 없는 거라고, 당연한 거라고 생각했다. 광고주의 요구사항을 들어주는 게, 이해가 가지 않는 상사의 지시를 따르는 게, 반발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보다 쉽기도 했다.
하지만 동해 산골 펜션지기는 참지 않는다.
"손님 한 팀? 안 받으면 그만이지! 진상손놈 때문에 소모할 에너지로 다른 손님들한테 친절하게 서비스하는 게 나아!!"라고 생각하며 일하고 있다.
기분 내키는 대로 심기를 거슬리는 진상 손님들을 모두 쫓아내라는 말이 아니다.'손님이 숙소를 골라가듯이 니도 손님을 가려 받을 수 있다'는마인드로 일하라는 뜻이다. 내가 통제권을 가졌다는 생각만으로도 어느 정도 숨통을 트인다.
손님을 쫓아낸 경험이 전혀 없는 건 아니다. 일례로, 코로나 시기에 방역수칙을 어기고 정원 2명 객실에 3명이 묵겠다며 방문한 손님이 있었다. 인원수가 들어갈 수 있는 큰방을 이용하라고 권유했는데, 상술이라며 악플을 달겠다 협박을 해서 쫓아낸 적이 있다. 결국 인터넷에 장문의 악플을 남겼지만,후회는 없다.
그 일이 있고 나서, 진상의 기운이 느껴지는 경우, 이렇게 대응한다.
"죄송하지만 저희 규정상 안되세요. 환불해 드릴까요?"
그럼 열에 아홉은 수긍하고, 한 명은 "그럼 길바닥에서 자라는 거야?!!"하고 소리친다.
마지막 대응은 말없이 안타까운 표정으로 그윽한 미소를 보내는 것.
웬만하면, 결국 주인장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게 돼있다.
4. 나는 자연인이다.
이 장점은 자연 속에서 펜션을 하는 펜션지기에게만 해당되는 사항이다. 우리는 집 앞에 계곡 물이 흐르며, 집이 산에 둘러 쌓여있다. 전형적인 배산임수의 입지, 풍수지리 명당이다. 뒷마당에 텃밭이 있어 매년 고추, 호박, 오이, 부추, 파, 감자, 다양한 쌈채소들을 재배한다. 끼니미다 직접 키운 채소로 요리해 먹으며 우리는 노래한다.
"신토불이 만~만~세~~"
여름에는 문 앞도 나서지 못할 만큼 바빠서 내가 어디에 있는지, 여기가 도심인지 자연인지도 구분이 안 가지만, 여유로운 계절에는 자연을 만끽한다. 아침마다 샐러드를 만들어 야외에 나가서 식사를 하고, 시원한 산들바람을 느끼며 야외 요가를 한다. 마당에 매트를 펴놓고 요가하다가 잠들기도 하고, 바베큐장 테이블에서 책을 읽거나 글을 쓰기도 한다.
서울에서 나고 자라 도시를 벗어나서 살 거라고는 꿈도 못 꿨는데, 이제는 도시에서 못살겠다고 생각하는 지경이 되었다. 자연에 진득하게 절여진 삶, 나는 자연인으로 살고 있다.
다음에는 펜션지기 삶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해 보겠다. 어떤 삶이든 고충이 있게 마련이다. 부디 펜션 운영에 관심이 있다면 다음 편까지 읽어보시기를 추천드린다. (제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