핑크콩 키우기

1년 늦은 육견일기

by PINKPONG

첫 번째 이야기


작년 9월, 우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충동적인 일을 저질렀다.

뭐든 책임지는 게 싫어서 화분 하나도 기르지 않고 살아온 우리의 삶에 작지만 거대한 생명체 하나를 들여놓게 된 것이다.

귀여운 꼬물이들이 많으니 구경이나 하자고 그냥 가벼운 마음에 들렀던 펫샵에서 덜컥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곳에 들어서자 강아지들이 일제히 자신의 존재감을 드러내며 앙앙거렸는데 이상하게도 그쪽으로는 눈길이 가지 않았다. 시끄러운 와중에도 유난히 조용하고 마치 자기 혼자만 다른 세계에 뚝 떨어져 있는 것처럼 초연해 보이기까지 하는 쪼그만 녀석에게 마음을 뺏겼다.

<아니야, 우리는 강아지를 기를 수 없어. 우리는 생명체를 기르는 게 싫어서 화분하나도 없는 인간들이야. >

스스로를 다잡으며 우리는 그 펫샵을 나서면 그 아이를 새까맣게 잊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우리는 그곳의 문을 나섰는데도 떠나지 못하고 주변을 몇 바퀴를 돌며 왜 강아지를 기를 수 없는지 그 이유를 나열했다.

<아파트에서 강아지가 짖으면 엄청 곤란해질 거야.>

<우리는 밖에 나가는 걸 싫어하니까 산책도 힘들 거야.>

<우리는 강아지를 기를만한 경제적 여유가 없어.>

<털이 엄청 날릴 텐데 청소도 힘들겠지.>

<여행을 다니기도 힘들 거야.>

<강아지가 똥을 싸면 그것도 치워야 하는데 난 비위가 약해.>

<강아지가 아프면 돈이 많이 들 거야.>

우리는 서로 내기하듯 강아지를 기를 수 없는 이유에 대해 내뱉었지만 정작 집에 가자는 말은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러다 갑자기 남편이 발걸음을 멈추고 나를 쳐다보았다.

그의 눈을 보고 알았다. 아 우리에게 강아지가 생기겠구나.

그렇게 다시 펫샵으로 돌아가 녀석을 품에 안았고 사랑에 빠졌다.

당장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지만 품에 안은 녀석을 내려놓기 싫어서 무작정 집으로 데려왔다. 작은 꼬물이 녀석을 우리 집 거실에 내려놓는 순간 알았다.

아 이제 예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없겠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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