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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공부 비법

열심히 공부해도 성적이 오르지 않는 제자에게 바치는 글

by 장수연

그런 학생이 있다. 좀 더 애가 쓰이는 학생. 수업을 정말 열심히 듣고 자습 시간에도 열심히 공부하는데 막상 시험을 치면 성적이 기대한 만큼 안 나오는 아이. 교사 입장에서는 당연히 내 수업 열심히 듣는 아이가 가장 성적이 잘 나왔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못하니 애가 쓰이는 것이다. 가끔 그런 아이들을 조용히 불러 얘기를 나누곤 한다. 간식 몇 개 손에 쥐어주면서, 어떤 식으로 공부를 했으며 이번 시험에서 어려웠던 것은 무엇인지 물어본다. 그리고 그 아이가 원한다면, 내가 공부했던 방향에 대해 넌지시 알려준다.


내 성적이 크게 향상되었던 계기 중 하나는 공부 잘하는 선배 얘기를 들었던 것이다. 중학교 때, 어떤 선생님께서 그 선배의 공부법 썰을 풀어주셨는데, 그 선배는 선생님들이 하는 농담까지도 책에 필기를 해둔다고 했다. 그때까지 나는, 선생님이 필기하라고 하는 부분만 필기를 하는, 아주 말 잘 듣는(?) 학생이었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보면 별 거 아닐 수 있는 조언이지만, 이것이 상당히 충격적으로 다가왔고 나에게 적용해봐야겠다고 결심했다. 결과는? 효과 만점. 우선 손을 계속 움직이니까 졸지 않고 수업에 더 몰입하게 되었다. 또, 선생님이 곁들인 예시 같은 걸 기록해두면 나중에 복습할 때 더 빨리 수업 내용이 상기되는 효과가 있었다. "중요하다"거나 "시험에 자주 나온다"라고 말씀하신 것은 특히 더 강조해서 표시해두었고, 그런 부분은 대부분 시험에 반영되었다(수업하는 사람이 곧 출제자이니 당연한 얘기ㅎㅎ).


선생님께서 예로 드신 것, 구체적인 설명도 꼼꼼하게 필기


이렇게 필기에 신경을 써가며 수업을 듣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배운 것을 혼자 익히는 시간이다. 이때 해야 할 작업은 '단권화'와 '테스트'이다. '단권화' 작업은 내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자료들을 하나의 책(나의 경우는 교과서)에 잘 정리하는 것이다. 영어를 예로 들면, 수업 시간에 들은 내용이 기본적으로 필기가 되어 있는 교과서에 자습서에서 중요한 내용을 찾아 덧붙여 쓰는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자습서에서 옮겨 적은 부분은 선생님이 수업해주신 부분과 구분하기 위해 다른 색깔로 필기한다). 그러고 나서 반복적으로 읽고 해석하고 문장 구조를 분석해본다. 어느 정도 공부가 된 느낌이라면, 이제 내가 학습을 잘했는지 '테스트'를 할 차례이다. 문제를 풀어 내가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점검하고 틀린 문제는 따로 모아두었다가 시험 전 날 한 번 더 풀어보았다.


중요한 내용을 하나로 모으는 '단권화' & 스스로의 학습을 점검하는 '테스트'


(당연한 얘기지만) 중요한 점 한 가지는 시험 유형에 맞게 '테스트'도 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생 때, 괄호형 시험을 치는 교수님이 계셨다(심지어 이 과목은 영미 문학이었다...). 그러면 반드시 '테스트'도 괄호 형식으로 해야 한다. 내가 스스로 출제자가 되어 괄호 문제를 만들어(여러 번 해보기 위해서 복사를 하는 경우도 있음) 스스로 빈칸을 채워보았다. 만약에 시험이 논술형이라면, 키워드 몇 개를 이용해 관련된 정보를 인출할 수 있도록 연습했다. 시험 전에 예상 문제를 만들어 직접 글을 써보기도 했다. 그리고 부족한 부분을 빨간색 펜으로 첨삭하여 반복해서 보았다.


시험 유형에 따라 달라지는 '테스트' 형식

요약하자면, 내가 생각하는 공부의 핵심은 정리와 반복이다. 머릿속에 나만의 틀을 만들어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고 테스트를 통해 내 학습 정도를 점검한 다음, 학습이 되지 않은 부분을 반복적으로 다시 살펴보는 것이다. 끊임없이 스스로를 성찰하고 부족한 부분을 찾아 채워가는 것. 이것은 비단 공부에만 해당하는 얘기는 아닐 것이다. 어쩌면 '공부'라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궁극적으로 배워야 할 삶의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앞서 작성한 글에서도 언급했지만, 모든 아이들이 공부(여기서 말하는 공부란, 특정 시험을 잘 치기 위한 공부)를 잘할 수도 없고 잘할 필요도 없다. 다만, 학창 시절에 한 번이라도 열심히 공부했던 경험만은 내 모든 제자들이 가져보았으면 하는 마음이 든다. 그 기억이 '나도 마음먹고 하면 할 수 있는 사람이지'라는 생각으로 이어진다면 정말 좋겠다. 더 나아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닌 자신의 인생을 위해 필요한 공부를 찾고, 죽을 때까지 그것을 손에 놓지 않는 사람이 된다면 더 이상 바랄 게 없다. 나 또한 그렇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각자의 삶을 위한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는 모든 분들을 응원합니다.

특히, 114일 남은 수능을 위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나의 제자들!! 격하게 응원해주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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