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장수연 Jul 25. 2023

운동을 쉬었는데 몸이 더 좋아졌다!

Feat. <늙는다는 착각>이 얘기하는 '착각의 힘'

  6월이다. 벚나무의 아련한 화려함이 이팝나무의 싱그러운 청초함에 자리를 내준 지도 꽤 됐다. 그동안 나는 운동을 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나를 위한 시간을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잠시 양보했기 때문이다. 딱 1년 휴직했는데 반(半) 신규교사가 된 것 같았다. 학교(사회)의 변화가 놀랍도록 빨라서일까, 아니면 내 몸과 뇌가 1년 만에 휴직 모드로 온전히 전환됐기 때문일까. 어쨌든 나는 한동안 운동을 하지 않았고 어깨 뭉침, 뻐근함, 가벼운 우울감, 살이 찐 것만 같은 기분을 획득했다.


  출퇴근길이 온통 초록빛으로 물들고 나서야 다시 필라테스를 시작할 여유를 얻었다. 마침 집 근처 필라테스센터에서 100회/1년 이용권을 70만 원에 이용할 수 있는 이벤트를 하고 있길래 냉큼 신청했다. 아무리 바빠도 일주일에 두 번은 해보자는 생각이었다. 필라테스 등록 첫날 나는 인바디를 측정했다. 인바디 위에 서 있는데 우리 반 학생이 떠올랐다. 모의고사 성적표 언제 나오냐며 기다리다가 막상 성적표를 나눠주려니 내일 주면 안 되겠냐던 그 아이가 이런 심정이었을까.     



  약간의 기대와 넘치는 두려움으로 결과지를 살펴보았다. 그런데 결과가 이상했다. 체중이 늘어난 것은 맞는데 대부분 근육이 늘어 체지방률이 줄었다. 3개월이나 운동을 쉬었는데 몸이 더 좋아진 것이다. 즐거운 배신감이 들었다. 그리고 며칠 뒤 우연히 읽게 된 책을 통해 이 배신감의 이유를 짐작할 수 있게 되었다. <늙는다는 착각>이라는 책에는 호텔 객실 청소원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이 소개된다. 연구자들은 일부 여성 청소원들에게 그들의 업무가 헬스장에서 하는 것처럼 훌륭한 운동이 될 수 있음을 주지시켰다. 4주가 흐른 뒤 그들의 건강은 현저하게 향상되었다. 체지방률이 감소하고 혈압이 낮아졌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실제 운동량은 그대로였다는 것이다. 자기 일을 운동이라고 인식하는 것만으로도 실제 건강이 향상된 것이다.      


  몸에 미치는 정신의 효과는 이토록 놀랍다. 복직 후 운동은 하지 못했지만 나는 분명 활동량이 늘어났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수업할 때 배에 힘을 주고 복식으로 말하려고 노력했으며 엘리베이터 대신 늘 계단을 이용했다. 몸이 찌뿌둥한 날에는 20분짜리 유튜브 요가 영상을 따라 하거나 당근마켓에서 6만 원 주고 산 실내 사이클을 탔다. 내가 좋아하는 책을 읽으면서 딱 30분만 할애했다. 그 정도의 노력만으로도 내 몸은 좋아질 수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꾸준히 필라테스를 다닐 생각이다. 운동은 다른 무엇을 위한 수단이라기보다는 그 자체로서 완벽한 내 일상의 한 조각이니까. 대체 불가능한 즐거움이니까.




6월에 써둔 글을 이제야 올리네요.. ㅠㅠ

한 동안 쉬었던 운동은 5월 말부터 다시 시작했는데 그 뒤로 브런치를 쉬었네요.. ㅋㅋㅋㅋ


브런치에 들어오지 않았던 기간 동안

저는 슬픈 일도 아픈 일도 조금 있었지만

기쁘고 즐거운 날이 조금 더 많았던 거 같아요.


구독자님들도 잘 지내셨겠죠?

그동안 별일 없으셨길 바라면서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잘 보내셔요! ♡

매거진의 이전글 몸매에 대한 고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