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때 내 워너비 몸매는 종이인형이었다.김민희나 케이트 모스처럼 깡마른 몸매가 내 이상향이었다. 마르기 위해서 굶어도 보고 체형 교정 샵에서 백만 원 넘게 쓴 적도 있다. 초절식을 하다가 저혈당이 와서 길에서 쓰러질 뻔하기도 했다. 먹은 것이 없는데도 속이 메스껍고 머리가 핑 돌았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굶는 다이어트는 일시적 효과는있었지만 금세 다시 살이 쪘다. 인간의 본능인 식욕과 맞서 싸운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기 때문이다.
케이트 모스(출처: https://naver.me/GguTAgQA)
아이러니하게도 다이어트를 아예 하지 않고서야 살이 빠지기 시작했다. 20대 후반에 연애를 하면서 정서적 허기가 채워져서인지 잘 먹고 다녀도 살이 빠졌다. 어른들이 흔히 말하는 젖살이 빠졌나 싶어 기뻤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깡마른 몸은 가질 수 없었다. 나는 키에 비해 어깨나 골반이 넓은 편이기에 뼈를 깎지 않는 한, 내 워너비인 일자 몸매는 만들 수가 없었다. 그러나 내 몸의 한계를 받아들이기 시작하자 내 몸의 장점도 보였다. 나는 허리선과 골반라인이 강조되는 옷을 입었을 때 장점이 잘 부각되는체형이었다.
그쯤부터 나는 이런 얘기를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자주 들었다. (이다음 문장을 내 손가락으로 타이핑하기가 매우 오글거리지만 용기 내본다.)마른 몸과 전혀 다른 류의 예쁜 몸 선, 나를 보고 마르지 않아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는 얘기, 생기 있고 건강해 보여서 말랐을 때보다 더 예쁘다는 반응, 나덕분에마름에 대한 강박을 버리게 됐다는 것까지. 모두 내 묘비명에 새기고 싶을 정도로 영광스러운 말이었다.
물론 외모가 아무리 뛰어나도 내면이 공허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그러나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아라'와 같은 틀에 박힌 말은 하고 싶지 않다. 내 겉모습도 분명 나의 일부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내 외모가 내 마음에 드는지 안 드는지 여부는 내 자존감에 상당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단지 그 기준을 바깥세상이 아닌 내 모습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가수 화사는 데뷔 전 한 오디션에서 "노래는 잘하지만 뚱뚱하고 예쁘지 않아서 뽑아줄 수 없다"라는 얘기를 들었다고 한다. 그날 집으로 돌아와 펑펑 울고 난 후화사는 이렇게 다짐했다고 한다. "이 시대가 말하는 미의 기준에 내가 맞지 않다면 내가 또 다른 기준이 되어야겠다."
가수 화사 (출처: https://naver.me/GcWrb5FR)
우리는 자신만의 매력을 뽐내는 사람을 동경한다. 그 사람만의 자연스러운 아름다움은 가장 자기 다운 모습에서 나온다. 아름다움을 유지하기 위한 건강한 생활습관, 타고난 골격에 맞는 적정 체중, 체형에 맞는 스타일, 무엇보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마음을 가진사람이 새로운 미의 기준이 된다.나역시굶주림에 지친 47킬로의 나보다,맛있는 걸 먹으며 규칙적으로 운동하는52킬로의내가더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