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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플레인 Oct 24. 2023

[층간소음 이야기] 바퀴벌레보다 지독한, 층간소음(1)

4년째 층간소음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2020년, 내 머리 위에 층간소음 가해자들이 이사온 이래 햇수로는 벌써 4년째다.

층간소음 피해를 겪으면서 할 수 있는

거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해결하려고 애썼다.

결론은? 윗집 가해자들은 변함이 없다.


집에 오면 불규칙적으로 쾅! 내리치는

소리에 놀랄까봐 몸이 긴장한다.

주말에 집에서 편하게 쉬면서 책을 보는 일상? 그런 건 없다.

아, 가능할 때가 있긴 하다.

윗집이 잠시나마 집을 비웠을 때?

윗집은 집을 비우는 일도 거의 없고

여행가려고 며칠 떠나는

일도 소원하다. 그래서 "주말 오후, 집에서 쉬면서 편히 책보기"라는 취미가

성사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도대체 이 층간소음은

해결되긴 하는걸까?

윗집만 아니면 이사갈 이유가 없는 우리집을, 오로지 윗집 때문에,

이 지긋지긋한 층간소음 때문에

옮겨야 하는 걸까?


처음 1년, 1X평 집에 이사온 4인 가족.

남자아이 한 명, 여자아이 한 명.

아이들이 집에서 우다다다 뛰는 소리가 들려도 조금 지나면 괜찮겠거니 참았다.

며칠을 두고보다 혼내는 소리도, 교육하는 소리도, 조심하는 기척도 나지 않아 남편이 찾아갔다.

어른스럽고 차분한 남편인지라 조곤조곤 부탁하는 소리가 들렸다.

행여나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이웃이면 어쩌나 걱정했던 나는

윗집이 미안하다고 조심하겠다고 했다는 말에 안심했다.

'그래도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은 아니네. 다행이다.'


허리디스크까지 생겨서

집에서 '침상안정'을 명 받은 나였기에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았다.

침대에 누워있는데 바로 머리 위에서 둥둥 울리는 소리,

꺄악 비명지르며 뛰어가는 소리는 어째 나아지지 않았다.

그 때 알았어야 했다. 윗집은 진심으로 미안해 하지 않고 있었다는 것을.


층간소음 1년차, 크리스마스.

케이크를 들고 남편이 윗집을 찾았다.

윗집은 민망스러웠는지 고마워하면서 케이크를 받았다.

케이크는 뇌물이었다.

제발 층간소음을 좀 줄여달라는, 그래서 잘 좀 지내보자는 우리의 뇌물.

그 다음날 윗집이 직접 만든 쿠키를 들고 내려왔다. 조용히 지내겠다는 말과 함께

우리는 그 선물을 기쁘게 받았다. 우리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은 다른 것이 없었다.

그저 조용한 집, 쉴 수 있는 집. 윗집의 조용하겠다는 약속에 안도했다.

그렇게 층간소음이 해결되는가 싶었다.


층간소음 2년차, 윗집의 말뿐인 약속에

점차 실망은 분노로 바뀌어갔다.

참다 참다 너무하다 싶을 때 경비실을 통해 인터폰을 했다.

밤 12시가 넘어서도 우당탕 쿵쾅,

아이들이 의자에서 점프하는 듯한 소리,

쿵쾅쿵쾅 어른들 발소리에

속된말로 꼭지가 돌 뻔 했다. 경비실에 부탁해서 인터폰을 하니 윗집 왈,

"아이들이 말을 너무 안 듣네요~ 재우려고 하는데 안 자서 그래요~"

그래서? 그 얘기를 경비 선생님을 통해 전해듣는데 기가 막혔다.

아이들이 늦게까지 놀다가 자는 것?

그럴 수 있다.

문제는 아이들의 취침시간이 아니지않나.

집에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예절을

부모가 하나도 가르치지 않고

풀어놓는 것이 느껴지는데

그에 대해서는 일언반구 없었다.


층간소음 2년차 여름 주말 어느 날.

오랜만에 윗집 사람들이 외출해서,

현관과 가까운 작은 방에서

조용히 책을 읽고 있었다.

그 때 윗집 아이들이

우당탕탕 소리를 내며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소리가 들렸다.

아니나 다를까

윗집이 들어오는 소리와 함께

쿵쾅쿵쾅 발망치에,

바닥에 물건이 쾅 떨어지는 소리,

의자 끄는 소리가 들려온다.

참으려고 이를 깨물었다.

그러다가 또 말뿐인 윗집에 화가 나서

인터폰을 했다.

자기집이 아니라고 했단다.

내가 현관문 바로 옆방에 있었던지라

계단을 뛰어올라가는 아이들 소리,

그리고 도어락 소리, 문 열리는 소리까지 들렸는데.

아니라고..?


남편이랑 같이 올라갔다.

그 집 아줌마와 대면했다.

내가 그 동안 녹음했던

층간소음 파일을 들려주니

자기 아이들 소리가 맞단다.

소리지르고 뛰어다니는 소리가

너무 적나라해서,

하기사 부인할 수 없었겠지.

1x평에 아이들 키우는 이웃은

주변에 그 집 뿐이었으니.

그런데, 자기 아이들 정도면

얌전한 편이라고 한다.

(가해자의 변명 레파토리 1)

자기 집도 시끄러운데 참고 산다고 한다.

(가해자의 변명 레파토리 2. 그래서..?

그거랑 내가 층간소음 피해자인 거랑 무슨 상관..)

그래도 최대한 조심하고 살겠다고

약속하길래 그러라고 했다.

말은 참 쉽다.

행동은 어렵다.

왜? 말은 뱉으면 끝이니까.

행동은? 의식하지 않으면

달라지지 않는다.

그리고 그러려면 노력이 필요하다.


나도 착한 사람은 아닌지라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살았냐 하면,

100% 피해주지 않았다고 확신할 수 없다.

내가 청소기 돌리는 소리,

세탁기 돌리는 소리,

샤워 소리에 거품 물고 따지고 든다면

난 단독주택에서 살아야 하는 사람이겠지.


내가 주의해달라고 요청한 것은

아이들이 집에서 운동장마냥

뛰고 소리지르며 노는 것,

어른들이 쿵쾅쿵쾅

바닥을 찍으며 걸어다니는 것,

바닥에 물건을 쾅쾅 내려놓고

의자 끄는 소리였다.

생활소음이 아니라,

조심하면 내지 않을 소리여서

더 화가 났다.

조심한다고 말은 하면서도

행동은 전혀 조심하지 않았으니까.


층간소음 피해 3년째,

간간히 인터폰하는 생활에도 지쳐

본격적으로 이사를 알아봤다.

윗집만 아니면 마음에 드는 우집을

순전히 윗집 때문에 포기하려니

억울해서 포기한다.

그러다가 또 윗집이 깔깔 거리며

웃고 노는 소리를 들으면

속이 불타올라서

네이버 부동산을 켠다.

주말에는 종종 호캉스를 가며

층간소음 없이 푹 잠도 잔다.

돈을 쓰는 것이 아깝지만,

내 정신건강을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 위로한다.

야구경기 직관에 취미를 붙여

주말에는 가급적 밖에서 놀다가

늦게 들어간다.


그러던 어느 날.

윗집이 왁자지껄

유달리 시끄러웠다. 그랬다.

4명이 끼여살며

평소에도 조용하지 않던 집에,

손님들이 들이닥쳤다.

가뜩이나 추웠던 겨울 어느 날.

집 밖에 나가기도 힘들었던 나는

결국 고민만 하다

실행하지 못한 행동을 실천한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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