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록] 되는 일이 하나도 없을 때가, 있다.

by 플레인

장난스럽게 사람들이 던진 말이

뾰족하게 날아올 때가 있다.

평소에는 그냥 넘길 수 있던 상황이

피곤하기만 하다.


관리부서에 있다보니,

사업부서에 요청할 일이 생겨서 사무실에 가면

'또 무슨 일을 주려고 하나' 하며

경계하는 분위기가 느껴져서 문득 외로워진다.


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다가

낯익은 얼굴을 발견하면, 반갑다가도

반가워 할 에너지조차 남아있지 않아서

저 멀리 서 있게 된다.


내 딴엔 뭐라도 해보고 싶어서

노력하고 고민해서 들고 간 기획안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질 때가 있다.

나는 차라리,

'이 부분이 부족하니 이렇게 개선해와라'

싫은 소리라도 듣고 싶다.

그래서 올 해, 뭐라도 배움이 있길 바랬다.

무관심 속에 고통받을 바에.


버틴다는 말이 싫은데,

버틸 수 밖에 없어서 답답하다.


나도 표정 어둡게, 차갑게 있을까보다.

나라고 쿠션어 쓰고 싶어서 쓰는 거 아니고

예의 바르고싶어서 인사말부터 하는 거 아니며

할 줄 몰라서 상대방 입장 고려 안하고

마구잡이로 정리도 안된 채 오늘 자료요청하며

내일까지 내놓으라고 하지 않는 거 아니다.


올 해, 이 자리에 와서 카운터파트로 만난 사람들이 (전부는 아니지만) 많은 경우 그랬다.


나는 회사에서 참 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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