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기록] 롯데팬인데, 엘지감독의 책을 산 이유.

by 플레인

롯데는 우승을 못한 지 꽤 오래된 팀이고,

최근 몇 년간 가을야구도 경험하지 못했다.

올 해, 엘지가 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탄탄한 전력에 부럽기도 하고 샘도 났다.


책을 좋아하지만 야구 관련 책,

특히나 타 팀 선수의 에세이나

타 팀 팬이 쓴 책을 서점에서 마주치면

눈을 흘기며 지나쳤다.

(그렇다. 부러워서 심술 부린거다..)


그런데 오늘, 인터넷 서점에 들어가서

별 생각없이 구경하다가

염경엽 감독의 에세이를 발견했다.

책 소개말을 훑어보다가 마음이 쿵, 했다.


감독이 선수로 활동했을 때,

개막전 전광판에 뜬 선발명단에

본인 이름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는

애국가를 부르다가 화장실로 달려가

펑펑 울었다고 한다.


이 대목에서, 실패를 통과하고 있는

지금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무관심 속에 특별한 역할이 없어 괴로운 나.

신뢰받지 못한다는 괴로움.

도무지 어떻게 견뎌야 할지 몰라,

부정적인 감정을 브런치에 기록해보는 나.


그렇다.

정말 이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롯데팬이지만 엘지 감독의 책을 샀다.


선수로서 족적을 남기진 못했지만

그럼에도 견디고 버텼던 그의 이야기가 궁금하다.


올해는 내게 상처로 남았지만

보란듯이 내년엔 다른 업무로 성과를 보이겠다?

그런 욕심에서는 아니다.


나는 그저 이 시간을 버티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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