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교육을 받기 시작한 지 한 달쯤 됐을 때 일이다.
직업상담사 선생님이 전화로 취업알선 하려고 하는데 지금 취업 생각 있으시냐고
물으시길래 당연하죠! 하고 대답했다.
인쇄소인데 위치는 어디쯤이고 근무시간은 몇 시부터 몇 시이다 괜찮으시겠냐 해서
일단 다 네네네 하는데 마지막 말이 조금 걸렸다.
- 근데 거기서 기혼 유무를 표시해 달라고 하더라고요 괜찮으시죠?
- 네 괜찮아요 근데 표시해 달라는 이유가 있을까요?
- 아마 기혼인 분들은 아이가 있을 수 있으니 출퇴근 시간 조정 가능하다 하셨거든요
그래서 일거예요.
그렇다면 납득 못할 이유도 아니다. 네 알겠습니다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알선을 하겠다 한지 일주일이 지나도 그 인쇄소에서는 어떠한 연락이 오지 않았다.
내 이력서가 뭐가 마음에 안 들었나.. 나이가 문제인가 경력이 단절된 기간이 길어서 그런가..
혼자 여러 생각으로 심란했다.
같이 교육받던 A 씨가 어느 날 투덜거렸다.
- 아니 알선한다고 했는데 연락 안 오더라고요
- A씨도? 혹시 XX인쇄소? 나도 연락 안 왔어요!
둘 다 그럼 우리 뭐가 문제지? 하고 있을 때 우리 반의 가장 어린 20대 수강생에게도
연락이 안 왔다고 했다. 그럼 나이가 문제가 아닌데...? 게다가 20대 수강생은 미혼이었다.
그때 대각선에 앉은 B 씨가 우리 얘기를 듣고 있다가 한마디 했다.
- XX인쇄소 거기 사람 뽑으려고 한 거 아니에요
이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인쇄소에 취업 알선을 위해 이력서 넘기겠다는 연락을 받은 사람들이
일제히 B 씨를 쳐다봤다. B 씨는 약간 당혹스러워하다가 말을 했다.
- 거기 며느리 구하는 거예요
순간 모두 말을 잃었다. 이건 또 무슨 전개야...
B 씨는 그 인쇄소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고 했다.
면접을 보기 위해 찾아간 인쇄소에서 사장님이 한 첫마디는 자기는 며느리를 구하고 있다.
그래서 우리 아들이랑 나이가 비슷한 또래의 미혼에게 연락한 거다.
우리 아들이랑 결혼하면 이 인쇄소 물려줄 거다. 우리 아들 나이가 몇 살이다.
아가씨 부모님은 무슨 일 하시냐...
B 씨는 지금 뭐 하시는 거냐고 화를 내고 본인의 이력서를 회수해 왔다고 했다.
이력서에는 보통 학력, 나이, 주소 등이 표기된다. 그걸 보고 나름의 선별을 하기 위해서
센터에는 출퇴근 시간 조정 가능이라고 둘러대고 기혼 유무를 표시해 달라고 했던 것이다.
다들 경악했다.
- 센터에 얘기는 했어요?
- 당연하죠 그 자리에서 나오면서 바로 전화해서 얘기했어요.
- 아니 아들이 얼마나 변변치 않으면 세상에....
- 그렇게 고르고 싶었으면 결혼 정보 회사를 가지!
- 그건 돈 들잖아요
기가 차서 다들 한 마디씩 보탰다. 진짜 세상엔 별 사람이 다 있다.
첫 알선이라 다들 면접 볼 수 있냐는 연락을 기다렸는데 뜻밖의 소식으로 허탈해했다.
그렇게 첫 번째 취업 알선은 며느리듀스 101을 하고 싶었던 어느 인쇄소 사장님의
기행으로 막을 내렸다. 어쩌다 그 인쇄소 앞을 지날 때면 사장님 며느리는 구했는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