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듀스 101로 끝난 첫 번째 알선 이후 한동안 잠잠하다가 다시 두 번째 알선이 들어왔다.
이번엔 사회적 기업이라고 했고 위치는 어디쯤이다 그쪽에서 직업상담사 자격 있는 사람이
왔으면 좋겠다 해서 공부 중인 나를 추천했다고 했고 그래서 면접 기회가 생긴 것 같다고 했다.
같이 수강 중인 A씨도 함께 그곳에 면접을 보기로 되어 있었다.
근처에 도착해서 시간이 남아 면접 장소 맞은편 편의점에 들어가서 커피를 마셨다.
A 씨가 언니 근데 우리 둘 다 되진 않을 텐데 어떡하죠? 하고 묻자
나는 누가 되든 되면 좋은 거라고 대답해 줬다. A씨도 재취업이 시급한 상황이긴 하니까...
A 씨의 면접이 나보다 앞 시간이어서 먼저 그 회사로 향했다. 편의점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초조한 마음으로 내 면접 시간이 되길 기다렸는데 A 씨가 들어간 지 10분도 안 돼서
내가 있는 편의점으로 왔다. 이렇게 빨리 끝났다고? 하고 쳐다보자
- 언니는 5분 뒤에 오래요 근데 아휴... 난 모르겠다 내일 얘기해요!!
A 씨는 고개를 저으며 사라졌고 나는 5분 뒤 그 건물로 향했다.
면접을 볼 때 그 회사만 나를 평가하는 것이 아니다. 나도 그 회사를 평가하러 가는 것이다.
절대 주눅 들지 말자 하는 마음으로 올라갔는데 아니 5분 뒤에 오라면서요....
문이 굳게 잠겨있었다. 노크를 해도 반응이 없고 하는 수 없이 일단 기다릴 수밖에.
10분쯤 지났나 갑자기 누군가가 와서 문을 열어줬다.
- 미안합니다 갑자기 누가 좀 찾아와서... 들어오세요
들어간 사무실은 사무용 책상 5개를 어떻게 넣은 건지 신기할 정도로 작았다.
영화나 드라마에 보면 허술한 블랙기업 사무실들이 이렇던데...
좁고 작은 사무실, 허름한 건물, 여기저기 쌓인 서류더미...
그 회사에서는 자차가 필수라고 했다. 업무 중 차를 사용할 일이 많고 거기 직원들은
전부 자차로 외근을 간다고 했다. 그럼 유류비는 지급이 되는 건가요? 하고 묻자
못 들을 걸 들었다는 표정으로 쳐다봤다.
거기는 나와 마주 앉아 면접을 보는 센터장이라는 사람 외에 4명이 더 근무한다고 했다.
지금 다 외근 중이라 없고 사무실에 앉아있을 시간은 별로 없다며
누가 퇴사해서가 아닌 인력 충원이 필요해서 사람을 더 뽑을 생각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봐도 책상이 하나 더 들어갈 자리가 없다. 이러면 외근만 돌다 퇴근인 건가...?
- 얘기 들어보니까 직업상담사 공부한다던데 여기 다니는 동안 붙을 수 있겠어요?
- 붙도록 최선을 다 하고 있고 계속 노력할 생각입니다.
- 만약 붙는 조건으로 입사시켜 줬는데 떨어지면 어떻게 할 거예요?
- 꼭 붙도록 노력해 보겠습니다.
- 외박 가능합니까?
외박...? 갑작스러운 단어에 내 표정이 일순간 싹 굳었다.
무슨 일을 어떻게 얼마나 시킬 건데 외박 얘기가 나오는 거지?
표정 감추는 건 자신 있는데 그 순간만큼은 표정이 안 감춰졌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은은한 미소가 감돌던 내 표정이 싹 굳어지자 뒤늦게
- 아니 우리가 행사가 좀 많아요 행사가 저기 어디도 있고 어디에도 있는데 하다 보면 1박 2일도 있으니까
- 행사가 있다고 하셨는데 어차피 관내에서 하시는 거 아닌가요?
- 아 그렇지 관내긴 한데 아니 그래도 아침에 일찍부터 시작하기도 하고..
뭐 밤 12시에 집에 갔다가 아침 5~6시에 출근할 수 있으면 그렇게 해도 상관은 없어요. 근데 그럴 바엔 외박이 낫지.
아니 대체 무슨 행사를 뭘 어떻게 하길래 12시에 퇴근해서 집에 갔다가
아침 5~6시까지 출근을 해야 하는 건지 듣다 보니 어지러워졌다.
유류비도 안 주는데 자차를 많이 써야 하며 외박도 해야 된다니 뭐 하는 회사야?
아무리 내가 재취업이 시급해도 이건 좀 아닌 것 같아...
그날의 면접이 어떻게 마무리되었는지는 모르겠다. 연락이 와도 여긴 아니다 싶었다.
그곳에서 연락은 오지 않았고 직업상담사 선생님은 면접이 어땠냐 물어보셨다.
외박 얘길 하더라고요 했더니 그분도 외박이요? 하고 되묻는 걸 보니 정상 아닌 건 맞나 보다.
일주일쯤 지났나... A 씨가 그 회사에서 연락 왔냐고 물었다.
자기한텐 연락이 안 왔으며 그렇게 허술한 사무실에서도 연락이 안 온다니 자괴감이 들어 괴롭다고 했다.
A 씨의 면접 때는 그냥 자차가 있어야 하고 유류비는 안 주고 식대 지원은 당연히 안되고
(아 난 식대는 생각도 못했네) 외근이 좀 많다 이 정도만 들었다고 했다.
나의 면접 때 들었던 외박 가능하냐 를 얘기하자 A 씨가 깜짝 놀랐다.
A 씨의 면접 때는 외박의 ㅇ도 안 꺼냈다고 했다. A 씨는 아마 자기는 이거 저거 꼬치꼬치 캐물으니
그냥 안 뽑으려고 외박의 ㅇ도 안 꺼낸 거고 나는 그렇게 물어보는 건 없었으니 외박 얘길 꺼낸 건데
내 표정이 싸하게 굳으니 얘네 둘 다 안 되겠다 했을 거라고 나름의 분석을 했다.
분석이 그럴싸한데 한편으로 씁쓸한 이유는 뭐였을까...
이상한 데만 알선해 주는 거 아니에요? 하는 생각이 들었다면 아마 여성인력개발센터에는
외박이나 유류비 안 준다 이런 건 얘기 안 하고 평범한 기업인 것처럼 얘기 했을 것이다.
면접 때 헛소리 할 줄은 누가 알았을까...
그 회사는 외박이 가능한 직원을 구했을까?
(2025년 4월 현재 검색하면 그 회사는 폐업한 건지 나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