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단녀의 재취업 준비 - 면접은 아무 말 대잔치

근데 그게 사측인....

by 핑크솔트

3개월에 걸친 취업교육을 전부 이수했다. 그리고 나는 그때까지 취업하지 못했다.

열심히 이력서를 냈지만 면접은 가뭄에 콩 나듯 잡혔다.


면접은 아무 말 대잔치라고 하지만 나의 아무 말 대잔치는 다른 회사 면접 때 이렇게 하지 말아야지

하고 고칠 수나 있지... 회사 측의 아무 말 대잔치는 진짜 구직자를 뭐라고 생각하는 거지 싶을 때가 많다.

면접 보는 회사가 갑이고 면접자가 을일 거 같은가? 내 대답은 아니오.

회사만 나를 면접 보는 것이 아니다. 면접자도 적어도 내가 이 회사를 얼마나 오래 다닐 수 있는지

면접관들의 면접자 평가하는 태도는 어떠한지(나랑 같이 일할 사람이 면접관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크다)

나도 회사를 면접 보는 것이다. 그러나 대부분 회사는 갑 면접자는 을이라고 생각하다 보니 간혹

면접 보러 온 사람에게 고작 이런 말 하려고 부른 건가 싶어질 때가 있다.

내가 면접 보며 들은 사측의 아무 말 대잔치는 이러하다..

참고로 다 다른 회사다. 한 면접장에서 나온 얘기가 아니다.


1. 뭐 하는 건지 알고는 온 거예요?


적어도 면접을 보러 가려면 그 회사가 어떤 회산지 홈페이지는 둘러보고 갔다.

회사의 홈페이지에는 그 회사의 경영이념이라던가 창업주 소개라던가 주력사업이 무엇인지

친절하게 나와있기 때문에 확인을 꼭 하고 가는 편이고 홈페이지가 없는 작은 회사의 경우

채용공고에 적힌 담당 업무를 확인하고 지원했다.

가능하면 이전 경력과 비슷한 업무 위주로 확인하고 지원했었는데

뭐 하는 건지 알고는 온 거예요? 하는 말은 뉘앙스부터가 비꼼이 가득 들어 있다.

입사하면 어떤 업무를 하게 될지 설명하려고 묻는 것과는 다르다.

면접 볼 때 첫마디가 저렇게 나오면 그때부터 나도 여기는 속된 말로 텄다 싶어진다.

이때는 보통 면접 보는 인원수 맞추려고 부르기만 한 경우가 많다.

그게 아니면 나를 후려쳐야 할 상황이거나. 이게 무슨 말이냐면 20대 후반 이직을 할 때

면접 본 회사에서 내게 했던 말이다.

기업에선 솔트씨 같은 이력서 안 좋아해요. 경력이 길고 화려하면 돈 많이 줘야 하는데

이 경력으로 이 연봉되겠어요? 우린 그렇게 못 줘요.


채용과 관계없이 일단 너의 스펙이, 경력이 우리 회사에 비해 과한 것 같으니 기를 꺾겠다는

의지로 자존심 상할 말들을 던지는 걸 볼 때면 그렇게 하면 저 사람은 뭐가 좋지? 싶어졌다.

간혹 면접자를 철저히 을이라고 생각해서 면접에 기를 꺾어버리겠다는 의지가 보이면

직원을 어떻게 대할지 보이는 듯했다.

그리고 기 꺾어서 뭐 하게... 자존심에 스크래치 내서 뭐 하게?

그걸 압박면접이라고 부르지 마요. 압박과 후려치기는 구직자들도 구분할 수 있어요.


2. 오늘 면접자 중에 가장 나이 많은데 한번 불러나 봤어요


이때는 이 얘길 듣고 한쪽 입꼬리가 자동으로 쓱 올라가는 경험을 했다.

면접 첫마디에 저 말을 한걸 보니 나를 채용할 생각은 애초에 없고 그냥 불러나 봤다....

이럴 거면 애초에 부르지를 마세요. 서로 시간 아깝게 뭐 하는 겁니까.


2-1. 아기 엄마라 꺼려지는데 불러나 봤어요


이때쯤엔 저 말을 듣고 역으로 물어봤다. 꺼려지는 부분이 있는데

서류에서 안 거르고 면접을 보러 오라고 하신 이유가 있을까요?

돌아오는 대답은 그냥요.. 그냥요... 그냥요....

자녀 때문에 갑작스러운 연차 사용 및 조퇴 이런 것들이 걱정되면

이러한 문제가 걱정된다 대책은 있느냐 하고 묻는 회사들이 있다.

대책을 묻는 회사에는 내가 세워둔 대책을 얘기할 수나 있지 그냥이라고 하는 건 대책이

궁금하지도 않은 것이다.

사측의 답변이 그냥요 면 끝이다. 나는 오늘도 면접자 수를 채우기 위한 병풍이었다.


3. 외박 가능합니까?


이전에 적었던 글에 나온 대로 외박 가능합니까... 는 진짜 처음 듣는 소리였다.

무슨 일을 어떻게 뭐 얼마나 시키려고 외박 가능하냐고 묻는 걸까..

이때 아마 그냥 집에 가자마자 나오더라도 외박은 어렵습니다. 하고 대답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이 회사는 2025년 4월 현재 폐업했다. 검색에 나오지도 않는다.


4. 오늘 면접 3시잖아요 왜 안 와요?


그 전화를 받은 건 12시... 원래 정해진 면접시간은 3시.

얼마나 빨리 도착해서 대기해야 하는 걸까?

지금 당장 좀 오라는 소리에 부랴부랴 준비해서 면접을 갔었다.

그렇게 원래 정해진 시간보다 이른 시간에 시작된 면접은 그 업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고 일단 차렸다 하는 사장님들의 하소연을 들어주는 것으로 끝났다.

(나의 이전 이력이 동종 업계라 일단 불러나 본 것 같았다)

내가 지금 뭐 하고 온 거지 싶었다. 물론 연락은 오지 않았다.


면접장에서 저런 얘기를 듣고 온 날은 허탈했다.

그냥 면접자 수를 채우기 위해 부른 거면 왜 나였지 싶을 때도 있고

40대에 일반 기업 취업하기는 역시 힘든가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

이력서에 아르바이트라도 최근 일한게 한 줄이라도 추가되어 있어야

경력단절된 사람이 취업하기가 조금 수월하다는 것을 나중에 알았다.

아니 근데 면접에 통과를 해야 최근 이력에 추가를 하지 면접마다 까이고 오는데

뭘 어떻게 추가해야 하지... 내가 많은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니고

어차피 경력단절 기간이 있기 때문에 사회초년생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하고

최저시급이어도 감사할 수 있는데 어떡하지 후려치기 당한 날은 이전 경력을

다 지워야 하나 온갖 생각들로 고민이 커졌다.


저런 날들로 괴로워하다가 직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는 직업상담사를

채용하는 공고만 보면 열심히 지원했고 적어도 서류에서 광탈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여기도 만만치 않았다. 구청이나 여성인력개발센터 등의 공공기관에서는

경쟁률이 센 편이고 경력 있는 사람이 좀 더 유리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를 하는 민간 기업에도 이력서를 내고 면접을 봤으나 여기도

경쟁률은 센 편이었다. 이때 만났던 몇몇 분들이랑은 초면이지만 서로 파이팅을

외쳐주기도 했다.


확실히 경력이 있는 사람은 면접 때 질문에 막힘이 없었고 다대다 면접의 경우 나한테는

질문이 거의 안 오기도 했다. 또 떨어졌구나 하는 씁쓸함이 밀려오는 와중에도

경력자들의 면접 대답을 열심히 듣고 집에 가는 길에 휴대폰의 메모장을 켜서 기억나는 대로

메모를 해두기도 했다. 다음번엔 좀 더 나은 대답을 해야지 하는 일종의 공부였다.


그렇게 면접과 탈락을 반복하고 있을 무렵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연락이 왔다.

- 선생님 취업 하셨어요?

- 아니요 아직요

- 면접은 좀 보고 계세요?

- 네 어제도 보고 왔어요

- 아직 취업 전이시면 여기 이력서 한번 넣어보시는 거 어떠세요?


이때 이 전화가 나의 단절된 경력을 이어 붙이는 전화가 될 줄은 나도 몰랐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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