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굴러들어 올

by 핑크솔트

얼마 전 박팀장이 어떤 이력서를 주며 이거 인쇄 좀.... 한 적이 있었다.

진짜 손이 없냐 발이 없냐를 속으로 외치며 이력서를 본 순간 멈칫했다.

왜냐면 그 이력서는 우리의 대형 갑社의 계약직 사원의 이력서였고

그 대형 갑과의 계약이 곧 끝이 나며 간혹 종종 그렇게 계약이 안 된 직원을 갑이 우리에게

떠넘기는 일들이 있어서 우리 회사에서 받아준 이력이 몇 차례 있다.


출력된 이력서를 보고 있자니

그 이력서상의 하던 업무는 지금의 내 업무와 많이 겹쳤고 이 사람을 뽑으면 어디로

배치되는 거지...? 하는 생각에 잠시 고민을 했었다.

이력서의 대형 슈퍼갑社의 이름을 보는 순간 이 사람을 안 뽑지는 않겠다는 느낌이 왔다.

무조건 우리 회사에서는 이 사람을 뽑을 것이란 느낌이 들었고 동시에 그럼 나는??!!!!

하지만 그 출력한 이력서의 주인공은 면접을 보러 오지 않았고 나도 내 책상 한 편의

그 이력서를 볼 때마다 찜찜했지만 아직 폐기를 하지 않았다.

이러다 어느 날 아침에 면접 본다고 빨리 그때 출력한 이력서 달라고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던 중 두둥....

오전에 갑자기 들이친 대형 갑의 부장과 두 명의 여직원.

영문을 몰라 뭐지.. 했는데 여기저기 안테나를 뻗어본 김 과장이 카톡으로 조용히 알려준 것은

저 여직원들이 곧 그 회사에서 계약이 끝나는 직원들이고 우리 회사로 와야 하는 상황이라

부장이 직접 데리고 온 거라고 했다.

(아니 이력서는 1명인데 갑자기 2명이 온건 무슨 상황이야....)

얼마 전 박팀장이 김 과장을 조용히 불러내서 저 여직원들을 받아주면 어떻게 될 것 같냐고 물었다고 했다.

박팀장은 김 과장에게 쟤네를 받아서 우리 회사 소속으로 갑한테 다시 파견을 보내도 거기선 할 게 없고

여기 두자니 그럼 김솔트 일을 나눠먹어야 하는데 그건 좋지 않다 김솔트가 위험하다.

네 생각은 어떠냐 물었고 김 과장은 그 애들 이력이 그러하니 몸은 여기 있고 소속만 본사로 해서 재무팀으로

보내면 어떻겠냐 어차피 여기에 본사 경영지원 아무도 없지 않냐

(아니 그래서 내가 지금 경영지원 업무까지 하잖아?)

고객사 안에 상주하고 있는 팀들은 아무도 안 받겠다고 이미 선언했다고 했다.

강대리도 잉여인력으로 밀려나가는데 저 둘을 어디서 받느냐 못 받는다는 주장은 당연한 것이었고

본사 재무는 진짜 바로 얼마 전에 인력 충원을 해서 추가 인력은 굳이 필요 없다고 선언.

그럼 남은 건 나와 업무 나눠먹기....


아... 고객사에 있는 강대리 잉여인력 돼서 여기 와서 내 일 나눠서 해야 한다며....

안 그래도 그 소식에 심기가 조금 불편한 나와 달리 신년회 때 마구 나대는 강대리를 보며 얼씨구?

쟤랑 밥그릇 다툼에 힘 좀 쓰겠구나 싶었는데(물리력을 동원한다는 뜻이 아니다)

저 애들은 또 뭐야... 근데 쟤네 온다고 그럼 강대리도 나댈 상황이 아닌데?

강대리가 밀려오면 일을 새로 가르쳐야 하지만 갑에서 밀려오는 사람들은 일을 가르칠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그러면 박팀장도 새로 가르칠 사람보다는 일을 안 가르치고 바로 실무가 가능한 사람을 받겠지.

강대리 어쩔..?

아니 잠깐만 누가 누굴 걱정하는 거야 지금... 내 밥그릇 어쩔 거냐고!!!!

이러면 흑화 된 호구의 인사평가 B로 계속 살기는 잠시 접어야 한다.

내가 야망이 없는 편이라 이 상태를 유지만 하고 다녀도 나쁘지 않은 건 경쟁자가 없을 때 얘기다.


다른 대책으로는 박팀장이 늘 부르짖던 서울말 하는 영업사원으로의 직무전환이 있다.

박팀장은 계속 서울말 하는 영업사원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아무래도 서울말은 경상도 사람들이 듣기에 부드럽기 때문에 고객과 만나서 얘기할 때 좀 낫지 않겠냐였다.

나는 고객을 직접 대면만 안 하지 영업 관련 다른 건 다 하고 있는 상태고 고객들이랑도 전화로 자주 소통해서

당장 영업지원 ->영업으로 전환해도 아무 문제가 없다라고 김 과장이 주장했다.

혼란하다 혼란해 진짜...

내가 원해서 이직하는 것과 굴러들어 온 돌이 박힌 돌 빼내는 건 다른 문제다.


심란해 하는 내게 경영지원팀의 동료가 대뜸 우리회사 임원분들이 갔다왔대요 하며 점집 연락처를 줬다.

신년 운세..돈주고 한번 봐야되나...

혼란한 김솔트의 밥그릇 싸움....누가 이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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