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그럴 때가 있다. 가끔 필터를 안 거치고 말이 나오는 경우..
어제의 내가 그랬다.
점심을 먹으며 회사에 대해 다들 불만을 얘기하는 타이밍이었는데
나는 회사의 경영사정을 다는 몰라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긴 한데..
우리 회사는 사정이 좋지 않다는 말을 한 것이다.
이게 연차 찬 부장급들 있는데서 하면 맨날 안 좋지 우리 회사는 하고... 먼산을 보시는데
문제는 연차가 짧은 사람들 앞에서 발언을 한 것이다.
두 명이 갑자기 고개를 들고 눈이 커진 채로
- 우리 회사 어려워요???
하는데 아차 싶었다. 간혹 우리 회사의 사정은 종종 인터넷 기사로 나온다.
아마 그분들은 그걸 안 본... 못 본 모양이다.
우리 회사는 제가 입사했을 때부터 늘 어려웠어요 하고 대충 둘러댔지만 하루 종일 내내
그건 하면 안 되는 말이었다고 후회했다. 아무리 내가 흑화 된 상태로 회사를 다니고 있지만
그래도 할 말 안 할 말은 구분은 했어야 했다.
자세한 경영상황에 대해 얘기한 것도 아니긴 하지만 그 후회는 어제 하루 내내 나를 갉아먹었고
반성하며 다시 생각한 건... 웬만하면 입 다물고 있자였다.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은 괜히 있는 말이 아니다.
1~2월의 강대리, 3월의 다면평가 결과의 오해로 1:1 면담 40분으로 이래저래 흑화하고 사람에 대해서
점차 환멸을 느끼고 있긴 하지만 그것은 나의 문제고..
그걸 이유로 타인에게 굳이 전하지 않아도 되는 말을 전한 것은 내 잘못이다.
회사 사정에 대해 알아야 하지 않아요? 하신다면 먼저 물어보면 아는 걸 말할 수는 있지만
묻지도 않았는데 먼저 얘기하는 건 아무래도 좀 그렇다. 그리고 지금의 나처럼 흑화 된 상태의 사람은
더더욱 조심해야 한다. 기분에 따라 말을 잘 못 했다간 그 말을 주워 담지도 못해서 후회하게 된다.
간혹 사람들과 모여 있을 때 아무도 말을 안 하고 침묵만 하고 있을 때 괜히 그 침묵을 깨려고 시도하는 것도
조심해야 한다. 불필요한 말이 나올 수도 있고 그래서 저녁에 이불 뒤집어쓰고 하이킥만 백번 하는 수가 있다.
나의 경우는 나이는 차부장급이지만 직급이 낮아서 간혹 젊은이들(?)이 황송하게도 끼워줄 때가 있다.
그땐 진짜 말 조심하려고 노력 중이다. 어린 친구들이 끼워주면 그걸로 고마워하고 말을 좀 더 골라서 해야지
내가 나이가 더 많다고 어린 너희들의 대장이 되겠노라..... 이런 되지도 않는 소릴 하면 안 된다.
근데도 어제 말 실수를 했으니 나도 아직 멀었다.
아무튼.... 앞으로는 정신을 잘 챙겨서 필터를 장착하고 말해야지.
가만히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건 진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