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일기 - 이거 네가 썼지?

by 핑크솔트

이것은..... 직괴라고 볼 수 있는 이야기....


작년 11월 말쯤 회사에서는 팀장, 임원들을 해당소속 팀원들에게 평가하도록 했다.

철저히 익명이 보장된다고 인사팀에선 거듭 강조했고 사람들은 약간은 불신했다.

나부터도 불신이 가득해서 역추적의 가능성을 두고 점수를 3~5 사이로 줬으며

나쁜 말 하고 싶은 것도 참고 좋게 좋게 쓰는 와중에 약간의 불만은 당연히 적었다.

나처럼 불신이 뿌리 깊은 사람들이 많았던지 다들 평가지를 제출하지 않아서 인사팀에선

익명이 보장된다 진짜 익명 보장해 드린다 절대 피해 가지 않게 하겠다라고 거듭 강조했고

이 결과는 조사한 것을 잊어버릴 때쯤 하게 전달하겠다고 했었다.


시간이 흘러 올해 3월의 어느 날....


" 김솔트 대리 나 좀 보자 "


박팀장이 나를 호출해서 회의실로 불려 갔다.

마주 앉아서 하는 얘기는... 듣다 보니 이상했다. 이것은... 내가 다면평가에 써냈던 얘기들이었으니까

순간 이거 뭐야?! 하는 생각에 확인을 해봐야겠다 싶어서 냅다 물었다.


- 혹시 다면평가 결과받으셨어요?

- 받았어 받았는데... 아니 그러니까 일단 하나는 말해줄게 익명은 맞아 이름 아무것도 안 쓰여있어


이름 아무것도 안 쓰여있다며 내가 뭐라고 쓴 건지 박팀장 네가 어떻게 아는데?

미심쩍어하는 내 표정을 보고 박팀장은 자신이 받은 파일을 보여줬다. 이름은 진짜 안 적혀있었다.

다만...


- 내가 이걸 챗지피티한테 주고 요약하고 개선점을 알려달라고 했어 근데...


박팀장 말로는 그렇게 하자 어떻게 된 건지 그 파일에서 갑자기 14명의 작성자가 나왔고

그중 우리 팀은 단 1명의 이름이 떴다. 그게 나였던 것.

그리고 그걸 토대로 박팀장은 내 이름을 보자마자 김솔트 이거 가만 안 둔다 하고 나를 추궁한 것이다.

아니 익명을 보장한다며... 피해 안 가게 하겠다며..? 근데 이게 무슨 일이야.. 내 실명이 왜 나와..

파일 처리를 어떻게 해서 준 건가 미친 거 아닌가 싶어 화가 나는 한편 이 난관을 어떻게 헤쳐나가지...?


네가 최저점 줬더라? 에 대해 해명하느라 진땀이 났다. 순간 밀려드는 배신감...

와 나만 박팀장 진심으로 싫어하고 다들 말로만 싫다고 한 거였어? 어떻게 내가 3~5점을 줬는데 최저점이지?

하지만 나는 죽어도 1~2점대로 점수를 주지 않았기 때문에 그건 저 아니에요 제가 그렇게 짜게 드리진 않았습니다 하고 구차하게 변명해야 했고 이 와중에 내가 적은 말이 아닌 것도 섞여있어서 그거 저 아니에요 저는 그것에 동의하지 않아요 그건 아니에요 했지만 내 이름만 나온 상황에서 나의 그 해명이 얼마나 유효한지는 모르겠다. 어차피 이렇게 된 거 박팀장은


- 다른 팀에서는 다 나한테 점수를 잘 줬어 근데.. 나는 진짜 너를 잘 챙겼다고 생각하거든? 근데 최저점을....


아니... 나 그거 아니라니까.....

어쨌든 나의 해명은 전혀 먹히지 않았다. 근데 이게 맞아? 자기 다면평가 점수가 낮다고, 결과가 별로라서

그걸 쓴 당사자를 색출을 하고 추궁을 하는 게 이게 맞아?

게다가 어디가 익명인가... 어쨌든 내 실명은 노출되어 내가 뭘 썼는지 그리고 내가 쓰지 않은 것까지 이렇게

덤터기 써야 하는데 이걸로 나의 올해 인사평가가 개판이 되지 말란 법은 어디에도 없다.

올해 인사고과가 C가 나오면 이게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고 장담할 수 있을까?

어째서 우리 팀원 18명 중 내 이름만 나온 건지 그것도 궁금했다. 어쨌든 이것은 모든 상황이 옳지 않다.


- 저 이거 인사팀 박 과장한테 얘기해야겠어요

- 아니 내가 할게 하지 마라 박 과장도 이렇게 될 줄은 몰랐을 거야 내가 할게


박팀장은 인사팀 박 과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결과는.... 그 파일에 뜬 이름이 그것의 작성자의 이름이 아니다.

파일에 나온 이름들을 보면 그 팀 소속은 김솔트 대리만 나왔지 않느냐 타 팀원들은 타 팀장을 평가할 수 없다

전혀 상관없는 파일의 명단인데 그게 왜 딸려갔는지 모르겠으나 지피티의 환각으로 일어난 일이다.

임원에 대한 다면평가 파일로도 확인해 봤는데 그 해당 임원을 평가하지 않은 팀원의 이름들도 나왔다.

그 다면평가는 김솔트 대리가 적은 것이 아니다는 해명을 내놨다.


여기서 박팀장은 다른 팀 팀원들이 본인을 굉장히 좋게 평가한 줄 알고 굉장히 좋아하는 반면 우리 팀원들의 평가가 매우 박하다 느끼고 배신감을 느꼈으나 저 해명으로 우리한테 너네는 다른 팀 팀장 평가 안 했어? 하고 재차 확인을 했다. 당연히 우리 팀장만 했다 우리는 타 팀장의 뭘 알아서 그걸 어찌 평가하냐고 했고 그렇게 소동은 마무리가 되었다. 그러나 박팀장과 나 사이에는 앙금이 남았다.


인사팀 박 과장은 내가 1:1 면담을 40분을 했다는 것을 알고 당황했다.

아니 평가를 겸허히 받아들이는 게 아니라 따로 불러서 면담을 해요? 하며 1차로 당황하고

그걸 추궁까지 했다는 거에 2차 당황.... 그리고 박팀장 진짜 별로다.... 하는데 그래 박팀장 별로지 근데...


아니 박 과장님!! 그래서 저뿐만 아니라 다른 13명의 다른 팀 사람들은 어쩔 거냐

그 해당팀 팀장님이 박팀장한테 이거 지피티 돌려봐라 누가 썼는지 나온다고 듣고

지피티 돌렸다가 나처럼 오해받고 너의 올해 인사고과를 조지겠다

혹은 나처럼 1:1 면담 이런 거 하지 않겠냐는 물음에

아.. 오해 있다고 하면 해명해 드림 근데 대리님이 지피티한테 당한 건 죄송함... 하는 답변을 들었다.

이게 끝.... 더 이상 어떠한 사과도 변명도 없었다. 나의 멘털이 너덜너덜 해지는 것은 덤....


그날은 회식을 했고 회식이 끝나고 집에 가는 길에 김 과장, 오 부장과 얘길 했는데....

그 둘도 전날 각각 불려 가서 이거 네가 썼지? 하는 추궁을 당했다고 했다.

그러다 이제 지피티 돌린 순간 내 이름 나와서 김솔트 가만 안 둔다... 가 되었던 건데 뭐가 됐든 간에

진짜 별로네...


평가결과를 두고 본인에 대한 반성, 의견의 수용 이런 건 다 갖다 버리고 실제로는 자길 평가하지도 않은 타 팀원들은 자길 좋게 평가했나고 착각하고 우리 팀원들은 자기를 나쁘게 평가했다고 오해하여 적어낸 사람을 색출하고 면담하고 추궁하고.... 이게 맞나...?

심지어 개발자 파트에는 추궁도 안 하고(못하고 가 맞다) 그나마 만만한 영업파트를 데리고 추궁하다가

내 이름 나오자마자 바로 1:1 면담....하.....사람인에 이력서나 수정하러 가야겠다.


근데 이거 직장 내 괴롭힘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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