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에세이> 오랜만에 엄마의 낭독

- 2025 뉴베리 대상,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by 소설 쓰는 라떼

2025 뉴베리 대상,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


*2025 뉴베리 대상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 The First state Of Being

에린 엔트라다 켈리 지음

고정아 옮김 · 책읽는 곰


*읽은 기간
- 2024년 12월 1일 ~ 17일
(주 4회 이상, 1회 20분 ~ 40분)

*읽은 방식
- 엄마가 직접 책장을 넘기며 낭독

*참여자
초등 6학년에게 읽어주다 3학년도 동참

*읽은 동기

-같은 책을 읽으며 의견 나누기를 통해 각자의 다른 생각과 창의적인 발상

-같은 장면에서 다른 감정을 느끼는 서로를 이해

-같은 공간에서 같은 이야기를 읽는 소중한 기억

-한 번에 세 사람이 책을 읽는 효과

-집중하지 않으면 놓치므로 집중력 향상

-학교 독서록 과제 한 개는 해결!

*중간 질문/종료 후 질문

-리지가 200년 전 과거로 들어와 어떤 일을 벌일 것 같은지?

-리지는 과연 미래로 돌아갈 수 있을까?

-리지가 마이클에게 어떤 영향을 줬다고 생각해?

-마이클은 기비를 이성으로 좋아한 거야?

-리지가 마이클에게 페이지에게 전화하라고 제안하는 장면이 엄마는 생뚱맞아 보여! 너희는 어때?

-미래를 알 수 있다면, 알고 싶어?

-리지가 왜 마이클에게 페이지와 연락해 보라고 했는지 다 읽고 나니 이해가 돼!

-모슬리 아저씨는 마이클에게 어떤 의미였어? 이렇게 타인에게 따뜻한 어른이 될 수 있을까?(엄마가 엄마에게)


참고-<2000년 문제 ((Y는 연도(year), K는 1000을 뜻하는 킬로(kilo)를 의미하며, 연도의 마지막 두 자리만 사용한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2000년을 1900년으로 인식하는 컴퓨터 프로그램의 오류))>


너는 어떤 불안을 안고 살고 있니? (『오늘이 내일을 데려올 거야』를 읽고)


우리 아이들은 누나가 대장부 스타일이고, 남동생이 심각한 감정형이다. 순수함 덩어리이면서 사소한 질문도 많다. 수많은 질문들 중 대부분은 '걱정'인데, 주로 재난 재해에 해당한다. 관련 질문들은 커가면서 점점 발전했다. 유아 때는 주로 아기 돼지 3형제를 괴롭힌 늑대가 우리 집을 후~ 하고 불어버리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다. 이후 초등학교에 들어가서 수영장을 다닐 때는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 대비? 무슨 대비?

- 응, 홍수 대비......

-?????? 뭐? 홍수 대비?

재난안전센터를 체험할 때 몸을 가누지 못하는 폭풍 속에서 엄마를 이끌겠다고 시도했고, 최근에는 군대에 가서 전쟁이 나면 총을 들고 다녀야 하냐고 묻는다.

- 그건 너무 무서운데...... 누나랑 같이 군대 가면 안 돼?


그래서 늦게 잠드는 모양이다.

내일을 기대하는 도전적인 성향은 몇 가지 상상을 하다가 대자로 뻗어 잠들지만 안전한 지금이 가장 평온한 아이는 어쩌면 잠드는 게 불안하다.


때는 1999년 여름, 이 책의 주인공, 마이클은 12살이고 Y2K 불안을 안고 산다. Y2K라......

시골에 살았던 나는 그때 고등학생이었고, 학교와 야자로 종일 밖에서 생활할 때라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내가 아는 Y2K는, 잘생긴 일본 청년들과 한국 청년으로 결성된 밴드 밖에 없다. 무식하게도 말이다. 사는 게 바빴던 가족들 사이에서도 생필품을 사재기하거나, 뉴스를 보며 걱정을 했던 분위기는 없었다. 시골과 도시의 풍경이 달랐을 테지만 하루를 벌어 하루를 먹고살던 집안에서는 바깥의 일이었다.


'복숭아가 필요해'
마이클 로사리오는 생각했다.
마이클의 엄마는 복숭아를 좋아한다.
만약 2000년 1월 1일 밤 12시에 세상이 멈추더라도 엄마 곁에는 적어도 소중한 것 두 가지가 있을 것이다. 복숭아와 마이클 말이다.


*통조림 집착

기 센 상대가 목소리를 높이면, '몸이 굳고 바위 사이에 낀 풀 이파리가 되는' 약심장 마이클. 미래를 향한 불안과 통조림을 향한 집착은 마이클 자신의 소멸보다 나를 지켜주는 어른을 상실할 수 있다는 두려움이었겠지. 그런 마이클이 흠모하는 당찬 기비와 그 앞에 나타난 미래에서 왔다는 이상한 형, 리지의 조합이 어울리는 듯, 어울리지 않는 듯 묘하게 매력적이다.

시간 여행과 관련하여 작가가 만든 과학적 용어들은 단어의 개념만 이해하면 어렵지 않게 읽히는 소설이다. 그러니까, 내게는 공상과학소설이라기보다 미래에서 과거로 온 사람을 통해 마이클이 마이클이 되어가는 과정을 보게 된다. 읽을수록 의아했던 것은 미래의 인물이 물리적인 커다란 폭발을 가져오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사건을 건드리지도 않고, 복잡해지지도 않는다. (이렇게 쓰고 보니, 아무 일 없이 2000년을 맞이한 역사처럼) 미래에서 온 청소년 한 명이 이제 미래로 돌아가면 엄마한테 죽었다며 발을 동동 구른다. 200년 전이나 200년 후나, 엄마의 잔소리는 힘들다. 그렇게 걱정을 하던 리지는 감기라는 바이러스에 걸려 힘들어하면서도 마이클을 설득한다. Y2K가 궁금한 마이클에게 꽤 자연스럽게, 툭툭 던지듯, 언뜻언뜻 힌트를 남긴다.


그런 건 제3의 순간에 관한 생각이야. '이러면 어쩌지?', '저러면 어쩌지?' 하는 식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어. 지금을 살아야 해. 그게 첫 번째 순간이야.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


내가 예상한 미래인의 과거 헤집기는 촌스러운 플롯이라는 듯 전혀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 마이클의 성장을 돕는 기폭제로 작용했다. 바로 모슬리 아저씨이다. 훌륭한 어른인 모슬리 아저씨를 그리워하는 마이클을 보며 함께 마음이 동요되었다. 뜻하지 않은 이별을 겪음으로써 마이클은 "지금, 여기"가 주는 의미를 되새겼을 것이다.

그러나 마이클의 불안의 절정은 모슬리 씨의 물건을 정리할 때 '통조림을 끝까지 챙기는' 장면에서 나타난다. 그 지점이야말로 마이클의 감정이 해소되기 직전, 가장 높이 치솟은 절정의 순간으로 느껴졌다. 마이클은 깊은 절망을 겪고 나서야 불안과 함께 현재를 살기 시작하니까.


상실의 슬픔은 지나가는 것일까.

시간이 지나 덤덤해진 것을 해결되었다고 하기는 싫다.

다만, 슬픔을 그냥 덮어놓고 무뎌지는 것보다 마주하여 가슴을 쳐야 새기고 간다. 새겨서 함께 현재를 산다.


가끔, 바닥에 몸을 웅크리고 혼자 펑펑 울 때가 있다. 그때마다 나는 잊히지 않는 현실 같았던 꿈을 떠올린다. 너무 가까이 다가와 내 얼굴을 정면으로 응시하던 할머니의 눈을 그린다. 자신의 독감으로 엄마가 해고되었다는 죄책감을 가졌던 마이클. 나는 마이클처럼 많은 지나간 일들에 자책했다. 그래서 할머니가 나를 빤히 바라보던 눈빛을 오랫동안 오해했다. 처음엔 나를 원망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무서웠고, 거듭 떠올릴 때는 괜찮다고 말해주고 있었다.



미래를 기대하는 삶은 지나간 과거를 안고 현재를 충실히 살아가는 태도에서 나온다. 과거에 매여서 제3의 순간의 생각으로는 나아갈 수 없다.


"지금을 살아야 해. 그게 첫 번째 순간이야. 바로 여기, 지금 이 순간. 이곳이 우리 인생 최고의 장소야."


*마지막 장, 리지가 미래에서 가져온 요약서를 읽으면 많은 궁금증이 풀리고 더욱 흥미롭다.


20251220_230734.jpg


작가의 이전글<에세이> 온기를 남기는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