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인 사고 습관과 관계의 역학적 관계?
스치기만 해도 여운이 남는 사람들이 있다. 서로에 대해 잘 알거나 연락을 자주 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가끔 마주칠 때면 그저 조용한 팬심으로 반갑게 인사한다. 남들이 보기에 평범한 인사법인지 몰라도 멋쩍음이 몸에 밴 나로서는 최대치로 끌어올린 몸짓이라는 걸 아무도 모를 게다.
그런 나와 달리, 잠시 지나간 자리에도 따뜻함을 남기는 사람은 눈을 마주치고 인사하며 안부를 물어오고, 짧은 이야기도 귀를 기울이면서 고개를 끄덕인다. 뒤돌아서면 아쉽고, 좀 더 소통하고 싶다. 찬바람이 불어온 마음에 햇살을 쬐어주는 느낌. 그런 따스함을 풍기는 사람은 가식이 없어서 말본새 또한 아름답다. 그래서 닮고 싶고, 몰래 존경한다.
설명하지 않아도 편안한 사람,
조용히 마음을 데워주는 사람,
나는 왜 할 수 없을까.
자연스러운 친절은 연습해서 나오는 게 아니라 그 사람이 가진 마음 바탕에서 언행으로 이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어떤 일을 계획하거나 진행할 때, '최악의 상황과 플랜 A, B, C'를 떠올리는 습관이 있다. 긍정적인 결과를 최우선으로 하지 않다 보니 전체적인 일의 스탠더드가 낮아진다. 그래서 부정적 결괏값을 자연스레 유도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하다.
이게 아니면 어떡하지? 안 되면 어떡하지?
걱정부터 시작하기에 내일을 기대하며 최선을 다하기보다 하루하루 최악을 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최악을 막아내는 노력에 쏟는 에너지가 어마어마해서 한 달에 한 번은 꼭 방전되고, 몸이 아프다. 그러다 힘이 빠지고, 유지하는 게 최선이 되고, 열정도 떨어지는 삶의 태도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 구석이 없다.
그러니까 이런 몹쓸 버릇을 안고 흔들리며 살아가는 내 삶에 한 줄기 빛으로 다가오는 사람들이 있다. 그런 사람이 지나간 자리는 찰나였어도 온기를 남긴다. 의도하지 않아도 사랑을 흘려보내는 사람.
그 사랑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정확한 답이 있다.
<into the wild>의 한 장면
인생의 즐거움이 인간관계에서 온다고 생각한다면 틀린 거예요. 신은 이미 모든 것을 만들어 놓았어요.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모든 것들을요. 변화를 원하는 사람들은 이걸 봐야 해요.
-영화 《인투 더 와일드》(2007)
주인공 크리스가 문명을 떠나 관계의 단절과 고독만이 진짜 자유이고, 최상의 행복이라고 믿던 때에 한 말이다. 물론, 거대한 자연 앞에서 자신이 얼마나 먼지 같은 존재임을 느꼈을 것인가. 거짓이 난무하는 세상과 상처투성이의 인간관계는 얼마나 불완전하고, 지긋지긋하단 말인가.
그러나 그가 믿었던 '신이 모든 것을 만들어 놓아서 우리는 아무런 인간관계도 필요 없다'는 생각은 자기 자신 안에서 만들어낸 확신에 불과했다. (물론, 기독교적인 신을 뜻하는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크리스는 자신이 고립을 감당할 수 있을 거라고 착각했던 것 같다. 경이로운 자연 안에서 그를 도와줄 이는 없었다. 마지막 순간에 그는 여러 가지를 그리워했을 것이다.
도움과 연결을,
행복을 나눌 사람들을 말이다.
내가 믿는 신이 인간에게 준 선물은 '사랑'이다. 그 사랑을 그대로 타인에게 전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잠시라도 크리스 같았던 내가 이제 관계 안에서 성장하길 바란다.
사랑으로 연대하여 나의 온기가 타인에게 흘려보내질 수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