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치 독서 – 『천로역정』8

chapter 8 비밀한 세계를 엿보다

by 소설 쓰는 라떼
SE-4170b228-b00d-47ec-a07d-d35ce49fc1ad.png 존 번연, 『천로역정』, (두란노, 정성묵 번역)


# 날짜: 2026년 2월 20일

# 독서 시간 : 50분

# 분량: ~227쪽/ chapter 8 - 비밀한 세계를 엿보다: 환대와 지혜와 축복을 누리는 기쁨

# 이 글은 한 평범한 생활독자가 읽고 이해한 범위 안에서 찾아 정리한 개인적인 기록이다. 물론, 신앙인으로서 읽은 감상도 일부 담겨 있다.





- 크리스천과 소망은 하나님의 약속의 말씀으로 의심의 성을 나와 기쁨 산맥에 다다랐다. 두 사람은 그곳에서 양 떼를 먹이고 있는 목자들을 만나게 된다.


크리스천/ 천성은 여기서 얼마나 걸리나요?
목자들/ 그곳에 이르지 못할 자들에게는 한없이 먼 곳이지요.
<217쪽>


'지식', '경험', '경계', '성실'이라는 이름의 네 목자는 크리스천과 신실에게 편안한 휴식을 대접하고, 다음 날 아침에는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준다. 그리고 대비되는 한 곳으로 그들을 데려간다. 그들이 도착한 곳은 내리막길이 더없이 가파른 '오류'라는 봉우리인데, 그 산 아래로 떨어져 죽은 시체들이 있었다. 크리스천이 놀라서 묻자, '몸의 부활과 관해서 후메내오와 빌레도의 말을 듣고 오류에 빠진 자들'이라고 답한다.


17 그들의 말은 악성 종양이 퍼져나감과 같은데 그중에 후메내오와 빌레도가 있느니라
18 진리에 관하여는 그들이 그릇되었도다 부활이 이미 지나갔다 함으로 어떤 사람들의 믿음을 무너뜨리느니라
디모데후서 2장 17절~18절



SE-6d0b24d8-2d12-4436-a5e4-34158efaa047.jpg?type=w773 <221쪽>


진리가 아닌 가르침에 빠진 자들은 '오류의 봉우리'에서 추락했다. 목자들이 '이 봉우리에 너무 높이 오르거나 벼랑에 너무 가까이 다가가지 말라'라고 경고한 대상은 비진리를 향한 호기심을 멈추지 못하는 자들 혹은 진리의 말씀을 의심하거나 그 신비함과 신성함을 자신의 지식으로 증명하고자 구덩이 파듯 깊이 파내려고만 하는 자들이다. 말씀에 '부활이 이미 지나갔다'라는 주장이 어떤 의미인지 난해하지만, 부활의 약속을 부정하고 자기만의 해석으로 사람들의 믿음을 무너뜨린 것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크리스천과 소망이 빠졌던 샛길로 들어간 또 다른 사람들은 의심의 성에서 끝내 앞을 보지 못하는 신세가 되었다.


명철의 길을 떠난 사람은 사망의 회중에 거하리라
잠언 21절 16절



목자들이 두 사람을 '조심' 봉우리로 데려가 보여준 장면은, 넘어지면서도 앞을 보지 못해 무덤들 사이를 돌아다니는 사람들이었다. 이 장면 앞에서 서로를 바라보며 눈물을 쏟은 두 사람은 어떤 심정이었을까.


마지막으로 목자들은 산 아래 옆면으로 난 문을 열어보라고 했다. 그 안에서는 지옥의 냄새와 소리가 펼쳐졌다.


이곳은 지옥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장자의 권리를 팔아먹는 에서나 주를 팔아넘긴 가룟 유다, 복음을 모독한 알렉산더, 속임수를 쓴 아나니아와 삽비라 부부 같은 위선자들이 들어가는 길이지요.<223쪽>

목자들은 그들이 오랫동안 '순례자 행세'를 하고 다녔고, 그럴 때에는 꽤 멀리 가기도 이 산까지는 못 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크리스천과 소망은 '청명'이라는 높은 산의 꼭대기에서 망원경으로 천성 문을 보았다. 목자들은 두 사람에게 앞으로 '아첨꾼'과 '마법의 땅'에서 잠드는 것을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챕터 8은 10분이면 너끈히 읽을 수 있을 만큼 짧았지만, 한두 대목에 발이 묶여 한참을 머물러야 했다. 특히 에서의 대목이 그랬다.


작가는 왜 에서를 '지옥의 입구'에 놓았을까?


에서는 영적인 장자권을 놓쳤을지언정 그의 삶이 눈에 보이는 불행으로 가득했던 것은 아니었기에 의문이 남는다. 야곱과 재회할 때 400명의 군사를 거느리고 나타나 형제를 뜨겁게 안아주었던 그 당당하고 너그러운 모습이 계속 맴돌아서인지, 그가 팥죽 한 그릇에 허무하게 넘겨버린 고귀한 가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게 세상적 기준의 가치를 최고로 바라보고 있었던 것은 아닌가 싶어 마음이 무거워진다. (성공 이전에 이미 장자의 권리를 가벼이 여기지 않았던가.)


이 소설을 읽을수록 떠오르는 단어는 '엄격함'이다. 동시에, 천국으로 향하는 길목에서 지옥의 지름길은 언제나 가까이 있음을 절감한다. 잠시도 깨어 있지 않으면 금세 샛길로 가는 문을 열고 마는 인간의 안일함을 돌아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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