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최근에 내가 정말 좋아했던 가수 휘성이 세상을 떠났다. 영화 '아저씨'에서 아이답지 않은 연기력으로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던 김새론 양이 하늘나라로 간 지 한 달도 채 되지 않아서 말이다. 그전에도 많은 연예인, 방송인들이 젊고 아름다운 나이에 안타깝게도 세상을 등졌다. 기상캐스터 요요안나, 복숭아 설리, 인형외모 구하라, 천상보컬 종현, 착한 오빠 문빈. 그들이 이승에서 살아남지 못하겠다고 생각한 이유는 내가 감히 추측하고 상상할 수도 없는 영역이라 무어라 단언할 수는 없다. 다만 재능 많고 어여쁜 그들을 다시 볼 수 없다는 사실에 가슴이 아프다. 아직 사람들에게 보여줄 것이 많이 남아있는 보석들이기에 왜 다 선보이지도 못하고 많은 것들을 가슴에 묻고 떠나야만 했는지, 죽음으로 향하는 그 길에서 혼자 얼마나 외로웠을지 상상하면 가슴이 마구 조여든다. 다시는 사랑하는 가족, 친구, 지인들을 보지 못할 텐데, 그들을 보고 만질 수 없다 해도 삶의 포기를 기꺼이 택했을 때에는 이곳이 얼마나 견딜 수 없는 지옥이었을지를 생각하면 내가 다 억울하고 목이 멘다.
아니, 어쩌면 그곳으로 가서 지금보다 더 행복할지도 모른다. 내가 너무 그들의 죽음을 안쓰럽게만 여긴 건 아닐까. 잘 알지도 못하면서 슬프다느니 가슴이 아프다느니 아는 척하는 건 아닐까. 천국에서 너무나 행복하게 웃음 지으며 잘 지내고 있는데, 이곳의 머묾이 아니라면 안될 것 같은 막연한 안쓰러움은 아닐까, 이런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살아보지 않았다고 경험해보지 않았다고 그것이 다 나쁘고 안 좋은 것만은 아닐 텐데. 내가 모른다고 남에게 하지 말라고 강요할 수는 없는 일인데, 더 행복해지려고 떠났을 수 있는데 그 길을 선택한 사람들을 측은해하고 불쌍히 여기기보다는 오히려 편히 잘 가라고 축복해줘야 하는 건 아닐까. 이제는 아픔 없는 곳에서 하고 싶은 것 마음껏 하면서 지내라고.
그렇다면 가까운 이들이 세상을 떠났을 때 우린 왜 이렇게 고통스럽고 힘든 걸까. 그건 여기 남은 사람들의 미련이 아닐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더 많이 연락하고 챙겨줄걸, 뾰족한 말은 하지 말걸 등등 후회만 먼지처럼 뭉쳐서 데굴데굴 내 심장을 굴러다니며 서러운 기침을 나게 하고 슬픔의 눈시울을 적시는 게 아닐까. 그저 이곳에 남은 나의 외로움과 괴로움을 어찌할 수 없어서 그들을 잊지 못하고 그렇게 그리워하는 게 아닐까. 한 번만 하늘에 간 그들이 말해주었으면 좋겠다. 이곳은 말 그대로 천국이라서 아무런 고민 걱정이 없이 너무 재밌고 신비로운 곳이라고, 당신의 생이 다해 내가 있는 곳으로 오게 되면 우린 반드시 만날 거라고. 그러니 내 걱정은 말고 잘 지내고 있으라고. 이승이 얼마나 힘든 곳인지 여기와 와보니 알겠다고. 그곳에서 너무나도 잘 버티고 있는 대견한 우리 가족, 친구들,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좋은 분들 모두 사랑한다고. 그 말 한마디만 속삭여주고 간다면 더 이상 찢긴 가슴 부여잡을 일 없을 텐데. 그래도 때론 빈자리에 서럽겠지만 그래도 이전보다는 살아갈 용기가 날 텐데 왜 그들이 꿈에 찾아왔다는 이야기는 아닌 이야기보다 자주 들리지 않는 걸까.
하긴... 그곳이 어디라고, 여기서 거기까지가 얼마나 먼 줄 알고 찾아오라 마라 하는가. 가까웠음 진작 와서 남은 자들을 위로하고 갔겠지. 너무 머니까 바라보기만 하는 거 아니겠어. 그들도 답답한 마음뿐인 거라고. 아니면 너무 신나게 지내느라 여기 남은 사람들을 까맣게 잊어버린 건 아닐까? 차라리 그런 거면 다행일 텐데.
나는 죽음을 생각해 본 적이 있나?
심각하게 생각해 본 적은 없지만 우리 집 강아지 '초롱이'가 하늘나라로 갔을 때 처음 사랑하는 존재의 죽음을 맞이하고 가슴이 무너지는 경험을 했었다. 그때 가까운 이가 죽으면 이렇게 아픈 거구나, 이렇게 시린 거구나, 잊을 수 없는 미련이 남는 거구나, 를 깨달았다. 그때 죽음을 진지하게 생각해 봤고 초롱이의 영면을 빌었지만 남은 내 슬픔에 젖어, 취해, 침잠해 꽤나 오랫동안 헤어 나오지 못했다. 초롱이가 잘 지내길 빌면서 내 고통에 정신을 차릴 수 없었다. 죽음은 남은 자의 몫이라는 잔인한 사실에 죽음 자체를 부정적으로 생각했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글을 쓰면서 죽음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보면서 깨달았다. 죽음은 우리 삶의 일부라는 것. 그것이 비록 내가 스스로 선택한 것이더라도 그 선택을 존중해 주는 게 맞다는 것을. 삶과 죽음으로 나누었을 때 삶은 내가 선택할 수 없었지만 죽음은 선택할 수 있는 것 아닌가. 그들이 우매해서, 나약해서, 어리석어서가 아니다. 누구보다 현명한 선택을 한 것일 수 있다. 그렇다고 자살을 권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다만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죽음을 선택한 사람들을 위해서 마지막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쯧쯧, 그래도 좀 더 버티지 왜 그랬어. '라는 안쓰러운 눈초리보다는 물기 머금은 다정한 눈빛으로 '그래 참 많이 힘들었지? 그곳에서는 평안하길.'이라는 조용한 메시지 한 마디면 될 것 같다. 그들이 있어서 감사했고 사랑스러웠던 추억들이 바래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