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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살게 하는 빛, 격려

by 벨라Lee Mar 12.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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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오후 4시 48분에 '격려' 카톡 오픈채팅방에 메시지가 왔다. 열어보니 교보, 알라딘, yes24의 링크와 함께 우리 책의 표지가 보였다. 오전에 출판사 대표님이 책 인쇄가 모두 끝났다고 ISBN(국제표준 도서번호)까지 보내주셔서 이제 책이  곧 나오겠거니 짐작만 하고 있었는데, 갑자기 오후에 링크만 툭 보내신 거다. 우리를 놀라게 해 주시려고 링크부터 보내신 건지, 전시회 준비로 바쁘셔서 기쁜 마음에 링크부터 보내고 나중에 설명을 해주시려는 건지는 잘 몰랐지만 아무튼 링크를 보자 가슴이 두근대기 시작했다.


일단 부모님과 남편에게 이 소식을 전하고 바로 우리 슬초2기 동기들과 슬초브런치작가협회에도 소식을 알렸다. 기쁨은 나누면 두 배가 된다고 하지 않았나. 가까운 지인들도 내 일처럼 기뻐하며 바로 사서 읽어보겠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기획 의도가 너무 좋다,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글이다,라는 좋은 피드백도 받으니 책이 나온 설렘 더하기 고마운 마음이 확 밀려왔다.


사실 내가 글을 쓰는 걸 모르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것도 우리 가족 외에는 가까운 지인 몇 명만 알고 있었고 다른 이들에게는 작년에 첫 책이 나오고 나서야 '내가 원래는...' 하면서 그동안의 글 쓰던 이야기를 풀어놓을 수 있었다. 선뜻 내가 글을 쓴다는 말이 입 밖으로 쉽게 나오지 않았다. 솔직히 말하면, 내 생각과 일상을 올리는 소박한 나만의 공간을 지인들이 읽는 것이 무척 부담스러웠다. 나를 모르는 사람들은 내 글만을 보고 판단을 하겠지만 지인들은 이 글을 읽고 나를 이러쿵저러쿵 기존의 내 모습과 합쳐서 평가를 내릴 것 같아 부끄럽고 한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내가 자유롭게 글을 쓸 수 없게 될 것 같은 두려움도 있었다.


하지만 첫 번째 책이 나왔다는 소식을 지인들에게 알리면서 나는 이미 내 존재의 노출이 시작된 걸 눈치챘어야 했다. 인스타에 북토크 영상을 올리고 내 책이 나왔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다 냈는데 나를 몰랐으면 바라는 것이 사실 앞뒤가 안 맞는 행동이었다. 내가 글을 쓰는 건 몰랐으면 좋겠는데 책은 잘 팔렸으면 좋겠는 심리. 나를 몰랐으면 좋겠는데 돈은 많이 벌고 싶은, 뭐 그런 심리랑 비슷하달까. 그렇지만 지인들의 축하를 받고 책에 사인을 해드리고 나를 '작가님'이라고 칭해주는 게 싫지만은 않았다. 우연히 작가가 되었지만 그걸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묘한 떨림이 좋았다.


아무튼 첫 번째 책이 나오고 4달 반 만에 두 번째 책이 공저 에세이라는 형식으로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고 우리의 오픈 채팅방은 축하와 감사의 말로 도배가 되었다. 마음이 곱고 배려심이 많은 출판사 대표님, 9명의 작가님들과 함께 고민하고 생각을 나누고 응원하고 격려했던 지난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오픈 채팅방이 개설되어 있는데 미국여행 중이라 시차 때문에 인스타 DM을 확인하지 못해 반나절이 지나고서야 어리둥절 들어갔던 기억. 프로필 사진을 만들어 보낸 일. 우리의 글을 수없이 퇴고하며 밤이건 낮이건 수정파일을 대표님과 주고받았던 일. 표지를 고르고 제목을 고르며 재밌고 신기했던 일. 나중에 표지와 제목 모두 수정해야 해서 안타까웠지만 결과가 좋게 나와 다행이었던 일. 다음날 인쇄가 들어가니 더 이상의 큰 수정이 안되고 띄어쓰기와 오타 정도만 수정이 가능하다고 하셨는데 갑자기 한밤중에 맘에 안 드는 문장들이 속출. 실례를 무릅쓰고 수정할 문장들을 메일로 보냈는데 웃으며 모든 요청을 받아들여주셨던 역시나 따스한 대표님. 그리고 의견을 낼 때마다 좋다 좋다, 멋지다, 대단하다 칭찬하고 넓은 마음으로 바라봐준 작가님들.


나는 또 11명의 친구가 생겼고 그분들과 좋은 에너지를 주고받으며 더욱 성장할 수 있었다. 작년 11월 공모전의 주제가 '격려'였을 때 나 역시 주제가 너무 마음에 들어 주저 없이 응모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3편의 글도 이상하게 술술 막힘없이 써졌고 글을 제출했고 당선이 되어 이렇게 두 번째 책을 얻는 값진 기회를 얻었다. 나의 용기 있는 도전이 없었다면, 그냥 공모전 피드를 지나쳤다면 좋은 사람들과 이렇게 아름다운 책을 얻을 수 었을까. 나를 믿었고 과감하게 들이밀었기에 기회도 고 행운도 찾아온 거라 생각한다.


뭐든 처음이 어렵지 두 번째 세 번째는 처음의 발걸음에 비해 훨씬 경쾌하고 가벼워진다고 생각한다.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란 말처럼 내 길과 소신을 명확히 하고 꾸준히 걸어간다면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신비의 동아줄도 내게 스르르 내려올 것임을 이제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막연해서 멀어 보이지 일단 내딛으면 점점 목표점에 가까워진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지. 그렇게 나를 격려하면서 삶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끌고 가는 힘, 주변인들에게도 좋은 영향을 끼치는 선한 영향력을 지속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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