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편지
언니~
제가 언니를 오랫동안 좋아하고 있었다는 걸 언니는 전혀 모르시겠죠.
매번 언니 인스타에 "언니 사랑해요"라고 댓글 남기면 언니가 하트 눌러주시던데, 혹시 저라는 거 눈치채셨을까요? 꽤 오랫동안 똑같은 멘트를 써서 이제 언니가 아실 때도 됐는데 워낙 바쁘시니까 모르실 수도 있어요. 모르셔도 할 수 없는 일이고요.
아무튼 저는 오래된 팬심으로 꾸준히, 언니한테 따로 해드릴 것이 없어서 진심을 담은 마음을 전하고 있는데, 이 간절함이 언니에게도 닿기를 바랍니다.
저는 언니가 TV에 데뷔하고부터 쭈욱 좋아했어요. 언니가 슈퍼모델 대회에서 포토제닉 상을 받았을 때 (대회도 TV 생중계로 봤어요:)부터 뭔가 이 사람은 보통 끼가 아니다, 분명 연예계에서 큰 일 하겠다 싶었어요. 제가 또 은근 사람 흥망성쇠를 잘 맞추는데 언니는 '흥'의 기운이 진짜 가득했거든요. 근데 역시나 이영자 언니랑 '기쁜 우리 토요일' 프로에서 "오라이~" 버스 안내양으로 히트를 치시더니 각종 예능 프로에서 스타가 되셨죠. 저는 결혼 전까지 오락 프로그램을 너무너무 좋아해서 TV를 아주 끼고 살았어요. 그때의 언니는 가공되지 않은 순수함과 엉뚱함이 반짝반짝 빛났고 그 모습이 너무 신선해서 제가 홀딱 빠지게 된 것 같아요. 솔직하고 약간 맹한 것 같은데 알고 보면 엄청 지적인 언니의 반전매력도 참 좋았어요.
그렇게 세월이 지나고 어느 날 언니는 무한도전 법정 코너에 나타나 남편이랑 별로 안 친한듯한 뉘앙스를 풍겼어요. 사실 다른 사람이 이런 민감한 이야길 꺼내면 분위기가 엄숙해지거나 어색할 수 있는데 언니가 하는 이야기는 또 웃긴 한 편의 에피소드로 여겨졌어요. 암투병을 하시느라 고생하고 오랜만에 TV에 출연한 언니는 머리를 아주 짧게 잘라 이전보다 보이시했지만, 늘씬한 몸매에 두상도 작고 예뻐서인지 참 잘 어울리셨어요. 간만의 예능출연이었지만 언니의 식지 않은 입담과 솔직 발랄함은 여전히 프로그램을 반짝여주었어요. 배꼽 빠지게 웃으면서 언니가 다시 TV에 나와 얼마나 기뻤는지 몰라요. 이후로 언니는 활발하게 활동을 하셨고 저도 언니를 자주 만날 수 있어 행복했답니다.
또 얼마 후 언니는 언니 포함 많은 분들이 공부에 대한 어려움을 해결했으면 좋겠다는 취지로 '공부왕 찐천재'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셨어요. 언니가 수학, 역사 공부하고 퀴즈 풀고 망신당하고 칭찬받고 고뇌하는 모습들을 보면서, 저 또한 오랫동안 놓았던 공부를 같이 하며 내 머리가 참 많이 굳었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PD에게 구박받아도 여전히 공부하고 책을 가까이하는 언니의 모습은 정말 존경스러웠어요. 언니는 사실 학창 시절부터 아주 오래된 독서가셨더라고요. 이렇게 배경지식으로 쌓아둔 게 많아서 저렇게 자연스러운 유머와 센스가 발휘되었던 거라는 생각을 하니, 저도 독서를 놓지 말아야겠다는 다짐도 하게 됐어요. 고마워요, 언니.
최근에 언니의 이혼소식을 유튜브를 통해 접했어요. 정선희 씨 채널에서 최초 공개를 하셨던데 역시나 언니답게 털털하고 솔직 담백하게 이야기하셨더라고요. 재고 가르고 척하지 않는 언니의 한결같음이 정말 멋져 보였어요. 안 좋게 헤어지신 게 아니라 참 다행이었고 아직도 사돈어르신들끼리 잘 지내신다니 보기 좋더라고요. 언니의 결정을 존중합니다. 부디 언니가 더 행복하시길 바라요. 요새 유튜브에서 좀 뜸하시던데 마음 잘 추스르시고 다시 예전처럼 밝고 유쾌한 모습으로 만날 수 있도록 저도 조용히 기다릴게요.
언니~
비가 와요. 갑자기 쌀쌀해진 날씨에 많은 사람들이 독감, 코로나, 감기로 고생하던데 언니 건강하시고 아프지 마세요. 항상 응원하고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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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회로 저의 편지 브런치 북은 마무리가 됩니다.
그동안 사랑해 주신 독자분들 너무너무 감사드려요.
잘 충전해서 다시 밝은 모습으로 돌아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