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죽게 된다면...

by 벨라Lee

새벽까지 공부하는 아이를 두고 먼저 자기엔 마음이 무거워 잠자리에서 계속 뒤척이던 요 며칠,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내가 이대로 잠든 채 죽어서 내일 눈을 뜰 수 없다면, 어떤 일이 생길까?'


이제 인생의 반절쯤 살아서 그럴까? 죽음에 관한 생각을 예전보다는 확실히 자주 하게 되는 것 같다. 당장 죽을만한 사유가 있는 건 아니지만, 절대적인 나이라는 것이 있다 보니 앞날을 대비해 적금을 들고 저축을 하듯이 내 죽음을 대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죽게 된다면 암이나 고통스러운 병에 걸려 주변 사람들 힘들게 하지 말고 조용히 잠자다가 나도 모르게 스스륵 죽었으면 좋겠다고 항상 생각해 왔는데, 그날은 문득 누워있는 자세도 편안하고 몸이 피곤한데 잠에 푹 들지 못해 몽롱한 상태라 그런지 왠지 이대로 죽는 거라면 꽤 괜찮겠다 싶었다. 몸과 마음이 어느 하나에 치우침 없이 평온한 상태, 덥지도 춥지도 않은 안락한 이 상태로 죽는다면 딱 좋은 상황이었다.


그러다 갑자기 번쩍 눈이 뜨였다. 큰 양동이에 얼음 동동 띄운 차디찬 물을 머리에 누가 쏟아붓는 것처럼 깜짝 놀라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한 거야?'


당장 이 상태로 죽는다면 남편은 일찍 출근해서 모를 것이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날 발견하는 건 딸아이일 텐데 아무리 깨워도 일어나지 않고 차갑게 몸이 식어있는 나를 보고 얼마나 깜짝 놀랄까. 딸은 일단 주변에 가장 빠르게 연락할 사람인 외할머니께 전화를 걸 거고 부랴부랴 눈물바람 날리며 한걸음에 달려온 우리 엄마의 울음과 통곡을 나는 죽어서도 견뎌낼 수 있을까. 신랑에게도 결국 소식이 갈 것이고 근무하다 말고 벌렁거리는 가슴으로 날 보러 달려올 모습을 생각하니 너무나 미안하다. 내 죽음으로 인하여 최소 3명에게 큰 상처를 입혔다는 것이 견딜 수 없이 마음이 아프다. 죽으려고 죽은 게 아니라 명이 다해서 죽은 것뿐인데도 이렇게 가슴이 찢어진다.


상상도 하면 안 되겠구나 싶었다. 결국 이렇게 슬퍼할 사람이 있다는 건 내가 이 세상에서 아직 할 일이 많은 사람이라는 반증도 될 것이다. 성인까지는 잘 키워내야 하는 딸에 대한 의무, 회사에서 일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가정을 안정감 있게 가꾸어야 하는 아내로서의 의무, 나를 걱정하지 않고 우리 가족을 생각하면 편안한 마음이 들 수 있도록, 그것이 효도임을 아는 딸로서의 의무. 최소한 이 세 가지의 의무가 나는 아직 남아있는 사람이기에 죽어서는 안 된다. 죽으려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상상도 이제 하지 말자.


그렇지만 '만약에...'라는 가정을 해봤기에 내가 가족들에게 어떤 의미인지를 다시금 생각할 수 있어 좋은 시간이었다고 생각한다. 다시는 볼 수 없는 가족들을 생각하니 정신이 번쩍 나지 않던가.


"아직 나는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은 닦고 컴백홈" 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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