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네가 무인도에 간다면 꼭 가지고 가지고 가고 싶은 3가지는 무엇이냐?", "엄마랑 아빠랑 물에 빠지면 누굴 구할 거냐?" 등등의 극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선택해야 하는 곤란한 질문들을 하며 놀았던 적이 있었다. 그땐 뭐가 그리도 진지했는지, 질문한 사람도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물은 건 아닐 텐데 아주아주 신중을 기해 대답했던 것 같다. 인생 최대의 고민일 정도로 심각하게 말이다.
문득 그때의 장난기가 발동해서, 만약 내가 이 세상에서 단 한 가지만 가질 수 있다고 하면 무얼 얻고 싶은가, 를 생각해 보게 되었다.
돈? 건강? 자유? 인기? 사랑? 행복? 모두 얻으면 나쁠 것 없는 것들이다. 아니, 나쁜 게 아니라 준다면 얼씨구나 냉큼 받고 싶을 만큼 탐나는 것들이다. 하지만 '단 한 가지만' 가능하다면 고민이 생긴다. 어릴 때 고민은 고민은 고민도 아닐 만큼 심각하고 진중해진다. 선뜻 답이 안 나오고 모두 욕심 나기에 이걸 선택하면 저게 아쉽고 저걸 선택하면 이게 아쉬워서 쉽사리 답을 못하겠다. 하지만 사지선다형이 아니지 않나? 저 중에서 고르라는 게 아니라 선택의 폭을 더 넓혀 생각해 보자.
그렇다면 나는 건강을 택하겠다. 저 중에 안 고르려고 했는데 이미 내가 위에서 말한 것들이 내게 중요했기 때문에 언급한 게 아닐까. 다 좋고 다 소중한 것들이지만 나머지 것들은 '건강'이 수반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것들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아무리 돈이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그 돈을 유용한 곳에 쓸 수 없을 테고, 자유를 얻었어도 건강을 잃으면 그것은 자유가 아니라 곧 감옥이 될 것이다. 인기도 건강이 허락하지 않으면 허망한 꿈이 되어버릴 테고 행복도 마찬가지로 눈앞에서 어른거리는 신기루에 지나지 않을 거다.
일단 건강해야 하고 싶은 것을 하고, 누리고, 즐기고, 느낄 수 있을 테니 난 건강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렇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데 이렇게 글을 쓰면서 그렇다는 걸 깨닫게 되었네. 역시 글은 생각을 정리하는데 으뜸인 듯.
30살 전에는 마르고 추위를 많이 타고 식욕이 별로 없지만 전반적으로 다 건강했다. 아이를 낳고 면역체계가 무너지면서 여기저기 아프고 몇 번의 입원 신세를 지면서 건강의 소중함을 깊이 깨달아 그런지 건강이 내겐 너무나 소중해졌다. 이젠 지키고 보살펴야 할 사랑하는 가족이 있기에 더더욱. 그들과 오랜 시간 함께 행복하기 위해선 아프면 안 된다는 마음이 절실하고 더더 간절하다.
아마도 이미 나는 제목의 물음에 대한 답을 알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건강이 내게는 넘버원이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