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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벨라Lee Mar 18. 2024

나의 MBTI가 궁금하단 마리몽

INFJ, 인프제가 세상을 사는 법

대학교 심리학 수업 시간에 학생들을 대상으로 MBTI 테스트 적이 있었다. 조교님께서 다른 학교 친구를 불러도 된다고  남자친구(지금의 남편)와 함께 다. 당시엔 MBTI가 재미적인 요소로 유행하던 시절이 아니라 테스트에 관한 정확한 정보도 잘 몰라서 IQ 테스트처럼 점수가 잘 안 나오면 괜히 띨띨한 이미지가 되는 건 아닌가 하는 막연한 부담감이 있었다. 주변을 슬쩍 둘러보니 친구들 역시 중요한 토익 시험이라도 보는 , 긴장감 가득한 얼굴로 고개를 푹 숙인 채 문제를 풀어 나갔다. 어차피 내가 아는 나에 대한 것들을 표시하면 되는 일인그걸 잘 몰라서 고민하는 건지, 아니면 괜찮아 보이는 유형을 만들어내고 싶어 진지건지 궁금했다. 나도 긴장을 많이 한 상태면서 남들이 어떤 모습으로 테스트를 보는지가 왜 그리도 궁금했었는지 저, 저 산만함 어디다 써먹노.


암튼 우리 커플의 결과는 둘 다 ISTJ였다. 한창 따끈따끈한 사랑을 하고 있을 시기라 이런 사소한 공통점에도 '역시 우린 성향까지도 운명'이라며 들떠서 좋아했던 기억이 다. 결과 자체보다는 사랑에 의미 부여를 크게 해서 그런 MBTI는 그날 이후 십수 년간 내 머릿속에서 잊혔었다. ISTJ라는 성격유형을 가지고 요즘처럼 취업에 활용할 것도 아니었고 친구들과 서로의 성향을 예측해 보며 깔깔거리재미로 맞춰볼 때도 아니라서 그냥 지극히 개인적인 성향 정도를 파악해 보는 테스트였기 때문이었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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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하게도 몇 년 전부터 MBTI가 유행을  나도 시대의 흐름에 살짝 얹히고 싶은 힙한 호기심이 들어 20여 년 만에 다시 테스트를 해봤다. 전에는 종이 위펜을 가지고 고심하며 문항들을 체크를 했는데, 이제는 휴대폰에서 손가락으로 클릭 분이면 바로 결과를  수 있초간편, 초스피드 시대에 살고 있다는 생각에 새삼 격세지감이 들었다. 이상하게도 예전만큼 고민하거나 신중할 필요 없이, 그저 재미로써의 심리테스트 같기도 다. 아무튼 오랜만에 재밌게 해 본 테스트의 결과는 INFJ였다.


[ 참고도서 ]

#INFJ의 특징

1. 소위 인프제라고 불리는 이 유형은 감정이입 능력이 탁월해서 심리학이나 상담분야에서 남들보다 뛰어난 재주를 보이는 경우가 많다. 다른 직업에 종사하더라도 어느 구석엔가 앉아서 주변인의 고민을 듣고 있을 확률이 높다.

내 가장 큰 장점이자 단점이다. 일부러 노력하지 않고 가만히 있어도 상대방의 마음과 생각이 잘 느껴진다. 그래서 상대의 기분이 즐거울 때는 나도 기쁘지만 우울하거나 슬퍼할 때에는 마음이 힘들다. 때로 오지랖을 부려 더 잘해주고 도와주고 싶은 생각에 나를 희생하면서까지 애를 쓰느라 에너지 고갈이 심하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할 수 있는 선까지만 최선을 다하려고 노력한다.


2. 사실, 진짜 추구하는 것은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평생 동안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을 무엇보다 원한다. 왜냐하면 자아실현이 다른 어떤 기질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니기 때문이다. 유명인으로는 헤르만 헤세가 있고 자기 자신과 놀면서 가장 행복하고 창의적인 일을 하면서 좀 더 행복하다.

 공감능력은 아주 좋지만 사실 내 주 관심사는 바로 나 자신의 성장에 있다.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갈고 닦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날 살아가게 하는 원동력이자 가장 큰 가치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요새는 글쓰기가 그런 존재가 되고 있다. 난 나랑 노는 게 즐겁고 이런저런 상상을 하며 그 안에서 답을 얻고 깨닫는 것들이 재미있다.


3. 많은 사람들이 좋아한다고 해서 따라 하지 않는다. '남들 다하는 평범한 건 하고 싶지 않아'라고 생각한다.

아이 교육만 봐도 내 아이에게 맞는 것을 해주지 누가 좋다는 학원에 따라다니지 않고 있는 점만 봐도 난 귀가 얇은 편은 아닌 것 같다. 물론 다양한 의견을 주고받는 건 좋지만 이후의 선택은 내 결정을 가장 중시한다. 남들과 같은 것 말고 나만의 고유한 스타일로 는 게 편하다.


4. 얼핏 보면 어른스러워 보일 수 있으나, 친해지고 나면 생각보다 어린아이처럼 천진난만한 경우가 있다.

⇨ 대중 앞에서 나서서 이야기하는 걸 무척 부끄러워하는 성격이라 조용히 앉아 웃는 편인데 그게 점잖아 보이려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친해지고 나면 실수투성이에 허당끼가 많다. 남들의 이야기를 받아주고 잘 믿어서 순수하단 말을 많이 듣는 것 다.


5.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인 지지와 칭찬을 보내는 경향이 있다.

 본인이 애써서 얻은 성취는 내 마음도 뿌듯해져 진심으로 축하하고 응원해 주고 싶다. 칭찬하라고 가슴이 요동치는데 어떡하나. 응원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보니 칭찬의 형태로 자꾸 표현되는 것 같은데 진심인 걸 알아줬으면 좋겠다.


6. 사람을 파악하고 패턴화 하는 능력이 있어서 MBTI, 애니어그램, 심리학, 사주, 타로, 혈액형 별자리, 수비학 등에 관심이 많다.

대학 때 심리학을 전공하고 싶을 정도로 사람의 심리에 대해 아주 관심이 많았다. 향후 심리 상담가로도 활동해보고 싶은데 너무 늦은 건 아닌지 조심스럽다.


8. 경쟁, 판단하는 일, 시스템 속의 반복 업무를 싫어한다.

경쟁만 생각하면 아드레날린이 솟는 게 아니라 스트레스가 생기고 무섭기까지 하다. 각자의 사정이 있을 텐데 이렇다 저렇다 판단해야 하는 일도 사실 좀 어렵다. 가장 싫은 일은 반복된 일을 기계적으로 하는 것이다. 뜨개질, 바느질 등이 특히 그렇다. 계속 반복하다 보면 머리가 어질어질하고 답답해 성질이 나서 못하겠더라.


9. 대인 관계에서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유형이 별로 없기 때문에.

INFJ는 전 세계에서 1%만 존재하는 희귀한 성격유형이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가끔 내가 말을 하면 남들이 잘 공감하지 못하고 무슨 소리인가 할 때가 있다. INFJ끼리쿵하면 짝으로 알아듣던데 정말 그들만이 날 진정으로 이해할 수 있는 건지 궁금하다.




81억 인구를 16개의 유형으로 분류해 판단하기엔 MBTI가 정확도에서 부족한 방법이긴 하다. 하지만 비슷한 유형의 사람들끼리 동질감을 느끼고 요즘처럼 젊은 사람들을 축으로 서로를 알아가는 재밌는 테스트로 발전된 걸 보면 딱히 나쁠 것도 없는 것 같다. 몇년 전부터 기업에서 지원자들에게 MBTI 결과를 요구한다는 이야기도 들었는데 여러 가지 참고자료 중 하나로 용하기에도 크게 부담이 없을 것 같다. 적나라한 내용도 아니단순한 업무 적합성 자료로 가볍게 판단하기에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다른 성격유형들도 100% 나와 다르다고 말할 수는 없지 않을까? 어느 정도는 겹치는 부분들 때문에 '나는 INJF니까 이렇게 살아야해' 하고 선을 긋고 틀에 나를 가두기보다는 다른 유형의 사람들도 관찰하면서 고칠 점은 고치고 배울 점은 배워 다방면으로  골고루 성장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도 나란 사람이 상대방의 슬픔에 함께 눈물을 펑펑 흘려줄 수 있는 F(Feeling)라는 점은 참 맘에 든다.




펜과 붓으로 작품을 창조해 내는 것은 내게 포도주와도 같아서, 그것에 취한 상태가 삶을 그래도 견뎌낼 수 있을 정도로 따스하고 아름답게 만들어준다.

-헤르만헤세,
프란츠 칼 긴즈카이(Franz Karl Ginzkey)에게 보내는 편지(1920)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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