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라Lee Mar 11. 2024

맨투맨과 청바지는 못 버리겠는데?

놓치지 않을 거예요!

나는 옷 중에서 맨투맨과 청바지를 가장 좋아한다. 일단 맨투맨은 얼굴에 쓰윽 집어넣으면 어려 보이는 효과를 준다. 같은 옷이더라도 앞면의 프린트만 달라져도, 컬러만 바뀌어도 다른 이미지를 낼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예를 들어 연핑크 바탕에 베이지로 톤 다운된 꽃 프린트가 들어가고 어깨 부분이 살짝 봉긋한 맨투맨을 입는다면 세상 여자 여자 한 느낌을 낼 수 있다. 같은 디자인이어도 파란색 바탕에 익살스러운 노란색 스마일 프린트가 들어가면 아까보다는 활동적인 느낌을 다. 맨투맨은 꾸안꾸(꾸민 듯 안 꾸민 듯) 룩에도 딱이다. 티 하나 입었을 뿐인데 소매와 허리 부분에 줄임 처리를 했기 때문에 화려한 디테일이 추가로 들어가지 않더라 묘하게 평범한 듯 아닌듯한 분위기를 내서 자꾸만 손이 가게 만든다.


나의 맨투맨 사랑은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그 당시에는 폴로 니트나 맨투맨에 통이 큰 면바지나 청바지 그리고 닥터마틴 구두를 신는 게 유행이었다. 거기에 엉덩이 즈음 내려오게 끈을 조절한 메트로시티나 엠씨엠 가방을 매 주면 럭셔리 트렌디 대학생 룩으로 딱이었다. 남자친구가 있는 애들은 이 맨투맨 남자친구가 사줬네, 이 가방도 사줬네 자랑자랑하곤 했는데 나도 유행에 뒤질세라 열심히 맨투맨을 사 입었고 계속 입다 보니 편하면서도 귀엽게 보여 그대로 푹 빠져버리게 되었다. 기모가 없던 시절에는 맨투맨이 너무 좋긴 하지만 보온이 덜 되어 추웠다. 그래서 공기층이라도 형성해 주려고 안에 내복을 입고 티 하나를 더 겹쳐 입은 다음 맨 위에 맨투맨을 입었다. 아니면 따가움 알레르기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니트 스웨터를 입을 수밖에 없었다. 그 당시엔 니트가 지금처럼 보드라운 재질로 잘 나오지 않았고 캐시미어는 고가라 학생인 내가 입기엔 부담스러웠다. 그래도 실의 짜임이 있는 니트가 폴리/면 맨투맨보다는 따뜻해 울며 겨자 먹기로 입었던 기억이 있다. 세월이 지나고 기모 맨투맨이 나오면서 완전 신세계가 열렸다. 민소매 히트텍에 기모 맨투맨만 입어도 겨울에 전혀 춥지 않게 된 거다. 나같이 겨울이면 온몸이 꽝꽝 얼어붙어 길에서 한걸음 떼기도 어려워하는 저질 체력들을 위해 기모 제작자가 고안해 낸 건지 알 수는 없지만 한겨울에도 나의 맨투맨 패션을 유지할 수 있게 해 준 그분께 정말 감사드린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청바지는 일단 어느 옷에나  잘 어울린다. 상의가 리넨이든 실크이든 면이든 니트이든 관계없이 캐주얼한 느낌, 정장스러운 분위기 모두 연출이 가능하다. 난 피부에 닿는 옷의 감촉에 민감한 편이라 바지의 허리가 조여도 안되고 소재가 따가워도 안되고 겨울에 차가워도 안되고 너무 뻣뻣해도 안되고 가리는 게 많다. 그래서 한 번 입었을 때 핏이나 소재 등이 전반적으로 딱 들어맞아야 외출을 하는, 나 같은 예민 덩어리에게 완벽하게 안성맞춤인 옷은 잘 없어 과거에는 불편해도 스타일이 사는 맛에 적당히 참으며 입고 다녔다. 하지만 아줌마가 된 이상 누구에게 잘 보일 것인가? 그냥 입기 편하고  한 가지 포기 못하는 '스타일리시'  된다. 너무 뚱뚱해 보여서도, 너무 딱 붙어서 감춰진 똥배가 드러나서도 안되고 질펀한 엉덩이가 부각되어도 안된다. 이것만 해결되면 모두 합격. 그런데 이렇게 바지 선택을 꼼히 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인터넷에서 대부분 구입을 한다. 아니면 친정 엄마가 구입하셨다가 맘에 안 들거나 너무 꽉 껴서 환불이나 교환하기 귀찮으실 때 나에게로 넘어오는 걸 입는다. 그러고 보니 매장에 직접  바지를 사 본 적이 언제였던가. 아이 옷 사러는 부지런히 돌아다녔으면서 내 바지 한 벌 골라 볼 생각은 못 했구나. 처량하고 싶지만 그냥 의지가 부족했다고 생각한다. 인터넷이 편했던 거지.


그럼 바지를 직접 입어보지도 않고 어떻게 인터넷에서 쓱쓱 구입하는 걸까? 바로 나만의 바지 잘 고르는 비법이 있다. 팁은 바로 피팅이 성공했던 몰에서 계속 사는 거다. 모델이 입고 있는 바지 사진의 핏을 보고 마음에 들면 허리 사이즈만 확인하고 구입을 하고 물건이 오면 입어본다. 생각보다 허리가 크면 고민을 한다. 바꿀까 입을까. 허리 제외하고 전반적으로 잘 맞으면 교환, 이도 저도 아니면 환불. 허리 사이즈,  핏 모두 합격이면 이 사이트는 이제 나의 단골 가게가 되는 것이다. 이후로는 사는 족족 영락없이 내가 원하는 모습이 구현되니 마음 편히 구입을 하게 되는 게 나의 없는 노하우라면 노하우다.


핑클이 입은 딱 저 스타일이 지금 다시 돌아온 듯

40대 중반이 되어가는 길목에 맨투맨과 청바지를 입는 일이 가끔은 민망할 때도 있다. 동네 엄마들이랑 집 앞에서 커피타임을 하려고 나갈 때 이런 차림으로 나가면 괜히 젊어 보이는 척한다고 생각할까 봐 고심을 하게 되는 때도 있다. 엄마들은 주로 모직이나 면바지에 니트나 카디건을 걸쳐 여성스럽고 우아한 복장으로 나오는데 나는 대학생도 아니고 20,30대도 아니면서 좀 웃긴가도 싶다. 그런데 이렇게 남들 눈을  의식하다가도 맨투맨과 청바지의 편안함을 도저히 뿌리칠 수 없어 마지못해 또 같은 옷을 집어 입고 나간다. 20년 넘게 내 몸처럼 입어왔던 맨&청 풀세트를 결코 놓아줄 수는 없으니까. 이 풀세트는 이제 딸에게도 최애 패션이 되어 외출할 때 서로를  비슷한 차림새재밌다. 


앞으로도 큰 이변이 없는 한 10년은 족히 맨&청 스타일을 유지할 생각이다.

 그러냐고 물으신다면요?

맨투맨과 청바지 조합을 입으면 기분이 참 조크든!






*핑클 사진출처: 카쿠 블로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