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압감이 드는 볼거리들
소설 <토니와 수잔>을 읽고 바로 보았다. 영화는 소설의 부분 집합이어서 소설을 보면서 느끼고 생각한 부분들이 겹쳐졌다. 소설을 통한 상처 준 지나간 사랑에 대한 복수. 내가 느낀 고통을 당신도 느꼈으면 좋겠어. 그의 복수는 성공적이었다.
영화는 시작부터 강렬했다. 전체적으로 영화가 강렬하고 매정하고 냉혹하다. 주인공들은 하나같이 런웨이에 올라온 모델들 같고, 인테리어는 매끈했으며, 색감은 강렬하거나 차가웠다. 어디 한 군데 정붙일만한 곳이 없다고 해야 할까. 왠지 모르게 주눅이 드는 위압감마저 들었다.
그런 영화 속에서 단 한 명 토니에게는 마음을 조금 내어줄 수 있었다. 나도 수잔처럼 그의 감정에 몰입했기 때문이다. 그의 나약함, 고통이 나에게도 전해졌다. 하지만 그마저도 후반부로 갈수록 흐릿해졌다. 제이크 질렌할도 마치 화보에 등장하는 모델 같았기 때문이다. 처음 덥수룩하게 수염으로 얼굴을 덮고 있었을 때와는 완전히 다른 사람의 모습 같았달까.
톰 포드 감독의 첫 작품인 <싱글 맨>을 보았다. 그 영화를 보았을 때도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하지만 그 영화에서 그런 장치들은, 그런 느낌들은 영화의 이야기와 맞닿아 있는 것처럼 보였다. 싱글 맨의 주인공인 조지(콜린 퍼스)와 잘 어울렸다. 그의 집과 옷과 액세서리와 소품 등등 모든 것이. 하지만 이 영화에서 그것들은 맞닿아 있다기보다는 아예 뚫고 지나가버린 것처럼 과하게 느껴졌다. 토니의 고통을 오히려 경감시키는 장치들이었다는 개인적인 생각이 들었다.
감정에 집중적으로 빨려 들어가기보다는 보이는 것에 기운을 빼앗기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조금 아쉬움이 있었다. 반면에 그런 것들이 어떤 이들에게는 보는 즐거움을 주기도 했을 것이다. 나도 영화를 떠나서 인테리어나, 주인공들의 외모나 패션, 미술품들을 보며 우와, 하고 탄성을 질렀으니까.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보다는 원작인 <토니와 수잔>이 훨씬 더 흥미진진했다. 하지만 톰 포드 감독의 두 번째 작품까지 보게 되면서 그만의 색깔, 매력은 무엇인지 확실히 알게 되었다. 앞으로 어떤 것을 기대하고 그의 영화를 봐야 할지는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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