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오스틴 라이트 - 토니와 수잔

탐 나는 복수의 방법

by An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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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귀던 사람과 헤어지고 난 후 온 연락.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다가 헤어지던 당시 얘기가 나왔다. 그때 난 적잖게 충격을 받았었다. 그는 그때 우리가 왜 헤어졌는지, 내가 어떤 상처를 받았는지, 아니 왜 상처를 받았는지 전혀 알고 있지 못했다. 그저 '시간이 지나면 뭔가 달라지겠지'라고 생각하고 그제야 연락을 해온 것이다.



<토니와 수잔>을 읽으면서 그때 생각이 났다. 그때 받은 적잖은 충격과 끓어오르던 화가 어렴풋이 기억이 났다. 나는 상처받고 아파하다 이별을 결심했는데 그는 전혀 모르고 있었다니. 나만 그런 감정을 느꼈던 것이었다니. 억울하고 화가 나고 그 사람도 똑같이 한 번 당해봤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단지 생각으로 그쳤지만.



내 생각으로만 그친 그것을 소설이 대신해준다는 기분이 들었다. 에드워드의 마음이 바로 그때 나와 같은 마음이었겠구나. 그때 내 심정이 어땠는지, 내가 어느 정도로 상처를 받았는지, 당신의 행동이 얼마큼 나쁜 행동이었는지 깨우쳐주고 싶던 그 충동. 에드워드는 그것을 장황한 말 대신 소설로 대신한 것이다.



"난 놈들이 내게 한 짓을 놈들도 그대로 당했으면 좋겠어요."



수잔은 소설 속 토니에게 몰입했다. 에드워드는 독자로서 그녀가 그럴 것임을 예상하면서 토니를 고통 속으로 몰아넣었을 것이다. 에드워드는 자신의 글을 모욕하고, 불륜을 저질러 자신의 존재를 무시하고, 끝내 자신을 버린 수잔을 통해 받은 고통을 그의 소설 속 토니에게 그대로 겪게 했다. 그리고 그것을 토니에게 몰입함으로써 수잔이 그대로 느끼도록 했다. 소설을 아주 잘 씀으로 해서.



수잔은 그의 덫에 단단히 걸렸다. 그의 소설을 흥미진진하게 읽었고, 그 소설의 분위기에 휘말려 불안해하기도, 화를 내기도, 고통스러워하기도 했다. 뿐만 아니라 그 소설이 점점 흥미로워짐과 동시에 자꾸 에드워드를 떠올렸다. 어느새 그녀는 에드워드를 그리워했다. 그와 만나 이 소설에 대해 이야기할 생각에 설레 하며 소설을 읽어나갔다. 다시 만나면 어떨까, 소설이 좋았다고 얘기해 줘야지, 칭찬해 줘야지 등등을 생각하며 어서 빨리 그를 만나기를 고대했다.



하지만 끝내 그녀는 에드워드를 만나지 못하고 이 소설이 끝이 난다. 에드워드의 복수의 화룡점정 바로 이것이었다. 그녀를 흔들고 자신의 존재를 다시 각인시키고 자신의 인생에서는 그녀를 완전히 아웃시키는 것. 그리고 그의 복수는 완벽하게 성공적이었던 것으로 보였다.



그리고 수잔은 에드워드의 소설을 자신의 남편에게 읽히고 싶어 한다. 아마도 에드워드와 같은 마음 아니었을까.



그녀는 아놀드에게도 역시 벌을 주고 싶었지만, 그녀가 생각할 수 있는 유일한 벌은 그 책을 읽게 만드는 것이다. 그녀가 고집을 부리면 읽겠지만, 그 책에서 뭔가를 보게 될지는 의문이었다.



에드워드의 복수에 지질하다고 느끼면서도 공감했다. 또 한 편으로 내가 기억하지 못하고 있을 부분에 대해서도 잠시 떠올려 보았다.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주었을지 모를 상처들이 있을까. 하지만 부질없는 짓이었다. 그랬다면 그때 사과를 해서 끝맺음을 잘 지었거나 기억이 나지 않을 만큼 모르고 있거나 둘 중 하나일 테니까. 전자이기를 바란다. 어느 날 갑자기 내 앞으로 소설이 도착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소설은 마치 소설 읽기 혹은 소설 쓰기에 대한 교재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수잔이 에드워드의 소설을 읽는 과정에 대한 묘사들이 독자가 소설을 어떻게 읽어야 재미있는지, 혹은 소설가가 이야기를 어떤 식으로 만들고 이어 나가는지에 대해 안내를 해주는 것 같달까.



이제 소설에선 뭔가 불쾌한 일이 일어날 상황이라 그녀는 인적이 드문 고속도로에서 그런 재앙을 맞게 된 토니와 그 가족이 걱정됐다. 토니가 문을 잠가놓는 게 안전할까? 문제는 가족을 안전하게 지키기 위해 토니가 뭘 할 수 있는지가 아니라 이 소설이 그에게 어떤 운명을 점지해 뒀는가, 라는 걸 그녀는 깨달았다. 여기서 권력을 쥔 사람은 에드워드다. 그가 생각한 운명이 토니의 운명인 것이다.


아직 소설을 읽는 것과 쓰는 것, 둘 다 아직 미숙한 나에게 무척이나 좋은 교재가 된 것 같다. 앞으로 어떤 식으로 책을 읽어나가고 어떤 식으로 기록을 할지, 소설을 쓴다면 어떤 과정을 거쳐야 할지 좀 더 분명한 안내선이 그려진 기분이었다.



소설을 읽는 동안 빨리 또 다른 소설을 읽고 싶어 지게 만드는 소설. 다음 소설은 이 소설에서 배운 것들을 바탕으로 좀 더 재미있게 읽어보고 싶다. 이쯤 만나게 되어 참 고마운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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