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Inside Wisdom

<스티브 잡스>를 읽고

내가 사랑한 기업인

by Ann

! 저는 애플 빠순이입니다. 읽기 전 참고해주세요 :)



2016년 1월 27일에 구입한 <스티브 잡스>를 2017년 2월 21일에 다 읽었다. 약 1년이 조금 더 걸렸다. 원래 무척 두꺼운 책이기는 하지만 한 번에 다 읽기에는 지치는 책이었다. 스티브 잡스의 많은 일화들이 읽기만 해도 사람을 지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는 정말 한 마디로 '미친 사람'이었다.







1,108쪽의 책을 다 읽고 나니 멍했다. 일단 다 읽었다는 것에 기쁨을 만끽했다. 1,000페이지가 넘는 책을 다 읽었다니. 태어나서 이렇게 긴 책은 처음이었다. 그리고 드는 감정은 아쉬움이었다. 이 사람이 이제 이 세상에 없다니. 이제 애플의 제품을 더 이상 이 사람이 만들지 않는다니. 이제 이 사람이 만든 제품을 내가 가질 수 없다니.



이 책의 대부분은 그가 그의 제품, 그의 회사에 얼마큼 애정을 가졌고 그 애정을 쏟아부었는지에 대한 얘기로 채워져 있다. 그는 결코 좋은 사람이라는 평을 듣지는 못 했다. 그에게 모욕을 당한 사람이 한 둘이 아니다. 젊은 시절 그는 자신의 딸을 버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죽은 후 전 세계 사람들이 애도했고 안타까워했다. 그 이유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그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순수한 사람'이었다는 것은 인정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가 바랐던 것은 '돈'이나 '명예'가 아니라 그의 철학과 애정을 담아 만든 '제품'이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것, 그래서 이 세상에 자신의 제품이 흔적을 남기는 것이었다. 그의 이런 삶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은 그의 그 순수함을 알았기에 그의 죽음을 애도하고 안타까워하지 않았을까.




경쟁에서 이기거나 돈을 많이 버는 게 목표였던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가능한 한 가장 위대한 일을 하는 것, 혹은 거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는 것이 목표였어요.




작년 말부터 올해까지 이어 이 책을 읽으면서 그런 스티브 잡스의 모습을 봐오면서 겹쳐지는 사람이 있었다. 한국에서 늘 애플과 경쟁하는 삼성 그리고 이재용. 많은 면에서 차이점이 느껴졌다. 제품과 회사를 대하는 태도, 철학에서 특히 큰 차이가 있어 보였다. 그 차이가 내가 애플을 좋아하는 부분들이었다. 애플과 애플의 제품은 스티브 잡스의 취향 종합 선물세트였고, 나는 그가 만들어준 그 종합 선물세트가 너무 좋았다.



그는 자신의 취향에 몰두했다. 미친 듯이 몰두했고 그의 생애를 바쳐 엄격하고 또 엄격하게 완벽하게 취향의 결정체를 제품으로 만들어냈다. 그런 그의 안목에 어떻게 설득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신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것들을 모아 결코 타협하지 않고 만든 그 물건에 어떻게 신뢰가 가지 않을 수가 있을까. 나는 그런 그의 열정과 안목에 완전히 설득되어버렸다. 심지어 감동까지 느끼면서 말이다.




잡스는 아버지에게서 배운 교훈을 다시 한번 언급했다. "아름다운 서랍장을 만드는 목수는 서랍장 뒤쪽이 벽을 향한다고, 그래서 아무도 보지 못한다고 싸구려 합판을 사용하지 않아요. 목수 자신은 알기 때문에 뒤쪽에도 아름다운 나무를 써야 하지요. 밤에 잠을 제대로 자려면 아름다움과 품위를 끝까지 추구해야 합니다."




훗날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쓰고 싶은 물건을 만드는 것, 그것이 최고의 동기부여라 할 수 있지요."


지금까지도 그가 만들어준 유산 때문에 나는 많은 행복을 느낀다. 애플의 많은 제품들, 픽사 스튜디오의 애니메이션은 나에게 큰 행복과 추억을 선물해주었다. 지금도 그 행복은 이어져가고 있다. 애플의 제품들도 조금씩 달라져가고 있기는 하지만 여전히 그들만의 철학을 지키기 위해 노력해가고 있고, 픽사 스튜디오에서 나오는 작품들은 여전히 날 행복하게 한다. 스티브 잡스가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내가 누릴 수 없는 행복이었다.



이런 기업가가 왜 한국에선 나오지 않는 걸까.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아직은 없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왜 그런지 알 것 같기도 하다. 이 생각만은 확실하다. 스티브 잡스가 한국에서 태어났다면 절대 지금 내가 아는 스티브 잡스가 되지 못했을 것이라는 것. 부모가 절대 그렇게 되도록 내버려두지 않았을 것이기 때문에.



스티브 잡스는 학교에서도 말썽을 많이 일으키고 많은 면에서 평범한 아이들과는 달랐다. 누가 봐도 좋은 쪽으로 다르다고 느끼지 않는 면이 그에게 있었다. 하지만 그의 부모는 그 다름을 인정했고 다그치지 않았다. 그에게 맞는 다양한 방법을 찾아주기 위해 노력했고 결국 돌고 돌아 그는 기기에 매료될 기회를 잡게 된다. 한국이었다면 어땠을까. 물론 현명한 부모님들도 많이 계시겠지만 대부분의 집에서는 그저 걱정덩어리, 문제덩어리 아이로만 취급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게 또 다른 스티브 잡스가 될 아이들이 하나 둘 사라져 가는 것이다.



말로는 스티브 잡스처럼 되라! 한다. 전에 어떤 강의에서 "너 스티브 잡스처럼 될래, 아니면 공장에서 부품 조립하는 사람 될래?"라고 아이에게 다그치는 부모에 대한 이야기를 접했다. 아이에게 그런 질문을 하기 전에 자신이 어떤 부모인지를 먼저 돌아보아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던 기억이 있다. 그래도 전보다 많이 나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부모가 아이에게 하는 대부분의 얘기는 "공부 열심히 해"가 아닐까 싶다. 그렇게 열심히 해서 뭐가 되라는 것일까. 물론 그 이전에 그렇게 할 수밖에 없었던 한국 교육, 한국 사회의 문제가 존재한다는 게 전제이지만.



또 스티브 잡스처럼 되면 행복할까? 그게 과연 아이에게 좋은 삶일까? 스티브 잡스 스스로는 충분히 행복한 삶이었다고 생각한다. 그의 성격은 그렇게 살아야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이 더욱 많을 것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내가 다 숨이 막힐 지경이다. 그의 완벽주의, 통제주의는 사실 그의 수명과 맞바꿨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심하다. 결국 그는 그가 사랑하는 회사, 가족들을 두고 너무 일찍 세상을 떠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삶이 그는 행복했을지 몰라도 모두가 행복해할 삶은 결코 아니다.



하지만 그가 던지는 메세지는 아이들에게 충분히 교훈이 되고 자극이 되는 이야기이다. 사실 아이들 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에게도.



어떤 기업을 시작했다가 매각이나 기업공개를 통해 현금이나 챙기려고 애쓰면서 스스로를 '기업가'라고 부르는 이들을 나는 몹시 경멸한다. 그들은 사업에서 가장 힘든 일, 즉 진정한 기업을 세우는 데 필요한 일을 할 의향이 전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런 일을 수행해야만 진정한 기여를 할 수 있고 이전 사람들이 남긴 유산에 또 다른 유산을 추가할 수 있는데 말이다. 우리가 가진 재능을 사용해 깊은 감정을 표현하고 이전 시대에 이뤄진 모든 기여에 대해 고마움을 표현하고 그 흐름에 무언가를 추가하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나를 이끌어 준 원동력이다.




인간적인 스티브 잡스를 좋아하진 않지만 기업가로서 스티브 잡스는 정말 사랑한다. 얘기를 할수록 안타까운 마음이 더해진다. 이런 기업가를 잃었다는 사실에. 특히 요즘 티비에서 보는 한국 기업인들의 모습에 더욱 그런 마음이 든다.



마지막으로 요즘 시국에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이 책에 수록된 오바마 대통령과 미국의 기업인들이 모여 이야기를 나눈 부분을 소개하려고 한다. (참석자 : 구글의 에릭 슈미트, 야후의 캐럴 바츠, 페이스북의 마크 주커버그, 시스코의 존 체임버스, 오라클의 래리 엘리슨, 지넨테크의 아트 레빈슨, 넷플릭스의 리드 헤이스팅스)



잡스는 대통령 옆에 앉아서 "우리는 정치 성향과 관계없이 우리 조국을 돕기 위해 대통령께서 요청하시는 바를 이행하려고 이 자리에 모였습니다." 라는 말로 만찬을 시작했다. 이러한 개회사를 읊었음에도 처음에는 대통령이 그곳에 모인 인물들의 기업을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는가 하는 제안들이 장황하게 이어졌다. 예를 들어 체임버스는 주요 기업들이 일정 기간 사이에 투자를 위해 해외 수익을 미국으로 가져오면 그에 대한 세금을 감면해 주는 송금세 감면 기간 제도를 강력하게 밀어붙였다. 대통령은 못마땅해했고 주커버그도 짜증이 나서 오른쪽에 앉은 밸러리 재럿을 돌아보며 속삭였다. "나라를 위해 무엇이 중요한지 논의하러 왔잖아요. 저 사람은 왜 자기한테 유리한 제도에 대해서만 떠들고 있는 겁니까?"

중략

잡스는 계속해서 미국인 엔지니어들을 더 많이 양성하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역설했다. 애플로 인해 중국에서는 공장 노동자 70만명이 일자리를 얻었으며 그들을 지원하려면 현장 엔지니어 3만 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그렇게 많은 사람을 찾아 고용할 수가 없습니다." 이들 공장의 엔지니어들은 박사 학위를 소지하거나 천재일 필요는 없었다. 그저 제조에 필요한 기본적인 엔지니어링 기술만 갖추면 충분했다. 이 정도의 교육은 공업 전문학교나 지역 전문대학, 직업학교에서도 받을 수 있었다. "이런 엔지니어들을 양성할 수 있다면 미국 내에서도 제조 공장을 더 많이 가동할 수 있습니다." 이 주장은 대통령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다음 달에 대통령은 보좌관들에게 두세 번 이렇게 말했다. "잡스가 말한 대로 그 3만 명의 제조업 엔지니어들을 양성하는 방안을 찾아야 합니다." 잡스는 오바마가 후속 조치를 취한다는 사실에 흡족해했고, 그 미팅 이후 두 사람은 두세 번의 통화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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