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로울 것. 제목만으로도 가슴이 좀 시원해지는 기분이 든다. '자유'라는 단어는 그 단어 자체에 그런 힘이 있는 것 같다. 보기만 해도 너른 벌판이, 벽이 없는 공간이 떠오른다. 맑은 하늘도.
나는 많이 자유로워진 것 같다. '누구보다'가 아니라 예전의 나보다. 10대 시절은 그야말로 새장 안에 갇힌 새의 신세였고, 그 새장에서 풀려난 20대에는 새로운 세상에 대한 물음표 때문에 불안했고 흔들렸고 이런저런 상처를 입었다. 30대에 들어서야 비로소 조금 자유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다. 불어오는 바람을 타고 휘휘 비행을 즐길 수 있을 정도의 새가 된 것이다.
많은 물음들이 느낌표가 되어갔다. 아직도 나에겐 수많은 물음표들이 있지만 느낌표로 바뀐 것들이 나를 조금 더 자유롭게 해주었다. 그렇게 나를 자유롭게 만들어준 사람 가운데 한 명이 바로 임경선 작가이다.
20대 시절, 임경선 작가는 내가 즐겨 듣던 라디오에서 한 상담 코너를 맡고 있었다. 나처럼 물음표로 인해 방황하는 청년들에게 쿨하고 솔직하게 느낌표를 던져주는 멋진 언니였다. 그때는 작가가 아니라 캣우먼으로 불리던 시절이었다. 그때 나는 그녀 덕분에 후들거리는 다리를 간신히 땅에 딛고 연애 안에서, 일 안에서 살아갈 수 있었다. 그때 그녀의 상담은 다른 상담과는 달리 도덕적인 잣대보다는 상담 받는 당사자의 이익에 잣대를 들이대는 아주 현실적인 상담이었다. 나는 일주일에 한 번씩 돌아오는 상담 시간에 노트를 펼쳐 적어가며 그녀의 상담을 들었고 친구들에게 고대로 조언을 해주곤 했다. 물론, 캣우먼의 조언임을 밝히면서 말이다. 그때마다 친구들은 인생의 진리라도 알게 된 것처럼 고개를 끄덕거리곤 했다.
그런 그녀가 이제는 책으로 나에게 조언을 해주고 있다. 결국 그녀와 나는 만나게 되었다. 둘 다 라디오를 떠났는데도 말이다. 바로 글과 책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통해서. 그녀는 나를 잘 모르지만 난 그녀와 운명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여전히 난 트위터에서, 인스타그램에서 그녀를 팔로잉하고 있는 중이다.
임경선 작가의 <태도에 관하여>, <임경선의 도쿄> 이후로 세 번째 에세이 집 <자유로울 것>을 읽으면서 이런 언니가 내 곁에 있어줘서 참 고맙다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책은 남녀노소 누구나 보아도 좋을 얘기들이지만 특히 나처럼 그녀보다 나이가 어리면서 미혼인 여성에게 더 큰 도움이 되는 책인 것 같다. <태도에 관하여>는 여성의 사랑, 일, 결혼 등에 대해 어떠한 태도를 가져야 하는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지에 대해 조언해준다면 <자유로울 것>은 그것들로부터 어떻게 자유로워질 것인지에 대해 조언해준다.
그것들 안에서 그동안 그녀가 느꼈던 감정들을 솔직하고 편안하게 얘기해준다. 결혼, 사랑, 일, 육아 등에 대해 툭툭 내뱉듯 이야기하는데 그것들을 읽으면서 그녀가 나 대신 길고 긴 터널을 통과해준 것 같은 기분을 느꼈다. 이미 그녀가 통과한 터널 속을 내가 다 본 것 같아서.
나는 사람의 성격도, 노래하는 목소리도, 글의 문체도, 건조한 것을 사랑한다. 건조하고 차가운데 그 수면 아래로는 따스함이 스민 느낌. 넘치기보다 절제하는 그 무엇. '별거 아냐.'라고 대수롭지 않게, 무심하게, 그러나 그렇게 말할 수 있기 위해 티 내지 않고 혼자 조용히 많은 것들을 해낸 사람만이 가질 수 있는 의연하고 은은한 태도다.
아직 나에겐 남은 세월, 남은 관문들이 많이 남았다. 나에게 주어지는 물음표들을 언제까지고 그녀와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도 이렇게 책을 읽고 글을 쓰며 나 나름대로 묻고 답하면서도 그녀의 답과 늘 맞춰보고 싶다. 함께 늙어가고 싶고 언젠가 그녀에게 이런 얘기를 하게 될 날이 왔으면 좋겠다. '당신의 글이 나의 일생에 늘 함께 했어요.'
나의 꿈이다. 즐거운 상상이자 이루어지길 바라는 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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