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살아봅시다
내 팔뚝보다 작은 한 생명이 자신의 생이 다 할 때까지 살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 그 마음이 이 책을 사게 만들었다. 하지만 오히려 그 작은 생명이, 그 생명을 끝까지 책임지고 사랑하고 보살피는 그 생명의 반려자가 나를 위로했고, 나를 웃게 했고, 나를 울게 했다. 그렇게 우리 다 같이 살아봅시다! 다짐하게 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 조차 안 날 정도로 꽤 오래전에 트위터를 통해 알게 된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원래 고양이라는 동물은 귀여움을 장착하고 태어나는 존재이기 때문에 어떤 고양이든 안 귀여울 수가 없지만 그중 유독 눈길을 좀 더 오래 머무르게 하는 고양이었다. 아주 작고 연약해 보이지만 똘똘한 눈을 가진 고양이였다. 이름은 '여백이'였다.
발견하는 순간 나는 훔쳐보기를 시작했다. 아기 여백이는 엄청난 귀여움을 자랑하며 나를 웃게, 행복하게 만들어주었다. 커튼 뒤에 숨는 모습, 이불에 파묻혀 있는 모습, 악어 인형을 끌어안고 있는 모습 등등 고양이가 뽐낼 수 있는 귀여움의 최대치를 보여주는 굉장한 고양이었다.
그러다 잠시 트위터를 멈췄다. 이별을 겪었다. 꽤 긴 시간이 이별을 흐릿하게 만들어줄 때쯤 다시 트위터를 시작했다. 훔쳐보기를 시작한 것이다. 그때 여백이의 소식을 다시 듣게 되었는데 보지 말 걸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마음이 심란해지는 소식이었다. 여백이가, 내가 지켜봐 온 여백이가, 우주최고 귀여움을 자랑하던 여백이가 아프다는 소식이었다. 그것도 희귀병 때문에. 동시에 그런 여백이의 이야기가 담긴 책이 출판되었다.
나는 이 아이를 잃게 될지도 모른단 생각에 덜컥 겁이 났다. 나의 고양이도 아니고 실제로 본 적도 없는 고양이지만 이 아이가 죽는 게 너무 싫었다. 여백이를 보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들을 잃는 게 싫었다. 그래서 난 결심했다. 이 아이의 모습을 간직해야겠다. 책을 사야겠다. 사실 이런 류의 책은 잘 사지 않는 나이지만 말이다.
나의 예상대로 이 책 안에는 내가 그동안 봐 왔던 여백이의 귀엽고 사랑스러운 모습들이 담겨있다. 그 모습들은 여전히 나에게 행복감을 선물해주었다.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행복감을 주는 존재가 있다니. 그것도 실제가 아니고 사진인데 말이다.
그런 여백이의 모습들 사이사이에 이 책의 작가 이야기가 들어가 있다. 그녀는 여백이와 많이 닮은 것처럼 보였다. 위태롭고 연약해 보이면서도 꿋꿋하게 일어서고 또 일어서는 모습이 말이다. 힘든 작가 생활, 여린 마음, 그리고 아픈 여백이까지 그녀를 힘들게 하는 것들이 그녀를 짓눌러도 그녀는 스스로에게 질문하고, 대답하고,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그런 그녀가 건네는 위로에 나는 찔끔 눈물이 나기도 했다.
당신을 아껴야 한다.
나를 살아해야 한다.
바로 지금.
여백이가 아프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샀다. 물론 봉현 작가 님의 글과 그림을 평소 좋아하던 사람들도 구매를 했을 것이다. 그들까지 포함해서 여백이를 알고 있는 모두가 진심을 다해서 고양이 여백이의 삶을 응원하고 있다. 아마도 그들 모두 그 작은 생명체가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큰 영향을 주는지 알기 때문일 것이다. 우리가 일방적으로 동물을 돌보는 것이 아니라 함께 주고받는 것이 있다는 것을, 어떨 땐 받는 것이 더 많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여백이를 향한 수많은 응원들을 보면서 나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의 감동을 느꼈다. 인간에 비하면 아주 작고 여리고 긴 삶을 살지도 못하는 동물이지만 그가 그의 삶을 온전히 채울 수 있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진심을 다해 응원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 무척이나 감동스러웠다. 그런 사람들이 많을수록 이 세상이 조금 더 깨끗해지고 따뜻해지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여백이는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작가 님의 정성스러운 보살핌으로 아직 잘 지내고 있다. 하지만 나도 경험이 있는지라 하루하루 어떻게 될지 모르는 여백이를 보살피는 작가 님의 마음이 전해져 무척 안쓰럽기도 하다. 그래도 둘 다 후회 없는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아 다행이란 생각도 들었다. 진심으로 열심히 여백이와 작가 님을 응원한다.
여백이를 알게 되어서 행복하고 그래서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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