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가면 하나쯤...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가 묻는다.
누구 만나는 사람은 아직 없고?
나는 친구가 원할 것 같은 반응을 보여줄까, 아니면 솔직한 있는 그대로의 반응을 보여줄까 아주 잠깐 고민을 하다가 후자를 선택하고 대답했다.
응, 아직. 그런데 지금이 좋아.
내가 잠시 선택을 망설인 이유는 지금이 좋다는 내 말을 청승맞다고 생각할까 봐서였다. 외로우면서, 지금이 만족스럽지도 않으면서 괜찮은 척 하는 거라고 생각할까 봐서였다. 나는 진심인데 말이다.
친구는 그래? 하고 조건반사적인 반응을 보인 후 잠시 머뭇거리더니 조심스러운 듯 호흡을 들이마시곤 전화기 너머에서 나에게 말했다.
근데 있지, 꼭 결혼을 해야만 하는 건 아닌 것 같아. 내가 이미 했기 때문에 속 편한 소리한다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정말 사랑해서 하는 결혼 아니면......
친구는 혹시라도 내가 오해할까 봐 급하게 다음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감내하기가 힘든 일들이 꽤 많더라.
친구의 진심을 잘 알기에 그 말이 위로가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그 뒤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잠시 나누다가 곧 만나기로 하고 전화를 끊었다.
주위를 둘러보니 손을 잡고 산책하는 부부 혹은 연인들이 많이 보였다. 웃고 있었다. 하지만 그 뒤에 또 다른 표정을 한 얼굴이 내 눈에 비쳤다. 하나 같이 모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