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을까?
만나기도 전에 서로의 얼굴도 모른 채, 목소리도 모른 채 우리의 인연이 어떻게 될지도 모른 채 늘 그래 왔던 것처럼 아침 인사를 건네고 점심 인사를 건네고 자신의 일정을 얘기하는 사람들이 있다. 휴대폰으로. 그럴 때 나는 어찌할 바를 몰라한다. 나는 아직 아무것도 궁금하지 않은데. 나는 아직 다정하고 살갑게 대해 지질 않는데. 나는 아직 내 얘기를 하고 싶지 않은데. 상대방의 웃음 짓는 이모티콘은 나를 굳게 만든다.
나는 왜 이렇게 생겨먹었을까.
만나기 전에 아무리 많은 인사를 나눈다고 한들 저녁 잘 먹었습니다 하고 돌아서면 끝일텐데. 그럼 그 대화들은 아무 의미가 없어져 공기보다 가볍게 공중으로 흩어져버릴 텐데. 이런 생각들이 좀처럼 나를 움직이지 못하게 만든다.
쓸데없는 때에 굳어지는 내가 가끔은 답답하다. 지난 경험들은 나를 유연하게 만들기는커녕 딱딱한 로봇으로 만들어버린 것 같다. 이런 나에게 맞는 사람이 있겠어 라는 포기와 함께 있다면 절대로 놓치지 않겠어 라는 다짐을 동시해 해본다.
하지만 지금 당장은 그냥 내가 앉아있는 이 자리가 너무 좋아서 오롯이 혼자 누리고 싶다는 생각뿐이다. 욕심쟁이처럼. 아무리 사랑하는 사람이라고 할지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